가로림만에 점박이물범이 산다

가로림만의 점박이물범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슬이 모여 숲을 이루는 바다, 가로림만. 가로림만은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와 태안군 이원면 내리를 사이에 두고서 호리병 모양을 띠고 남북으로 열려 있다. 만(灣)은 바다가 육지 속 깊숙이 들어온 모양을 말하는데, 만의 안쪽은 파도가 잔잔하고 안온해서 무수한 바다생물의 안식처이자 요람이 되어 준다. 
 
가로림만 해역은 소규모 내만과 작은 도서 등 전형적인 리아스식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02년 환경부의 전국자연환경 조사 결과 ‘서해안 해안 지역 중 자연성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갯벌지형’으로 평가를 받았고, 2005년과 2007년 해양수산부는 가로림만의 해양생태보전상태가 전국 1위인 갯벌이라고 공인했다. 그러나, 가로림만은 2006년 조력발전사업이 추진되면서 크나큰 고통을 겪었다. 수년에 걸쳐서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되고 보완을 거치면서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의 갈등은 깊어지고 공동체는 깨지고 말았다. 8년여의 긴 갈등 속에 2014년 10월 환경부가 조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면서 사업은 백지화됐다. 이어 2016년 가로림만은, 국내 최초, 최대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첨예한 지역 내 갈등의 해결과 갯벌 생태계 보존에 큰 기회구조가 열린 것이다.
 

가로림만 지킨 점박이물범 생태모니터링 시작

 
주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첫 번째 열쇠이겠지만 그와 더불어 가로림만 갯벌 보존의 일등공신을 논한다면 단연 ‘점박이물범’이라 할 수 있다. 점박이물범은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해양포유동물로, 주로 물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점박이물범이 정확한 이름이다. 점박이물범 서식지는 알래스카 연안, 베링해, 캄차카반도 연안, 오호츠크해, 북해도 연안 및 황해 등 북태평양에만 분포(Lowry et al,2000)하는데, 크게 3개의 서식지로 나뉘고, 세부적으로는 8개 서식지로 구분한다. 베링해 인근 캄차카 유역에는 약 10만 개체가 서식하며, 일본 오호츠크해역에는 약 10만 개체, 중국 랴오둥만(발해만 내측)과 러시아의 그레이트만에 약 3300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Yellow Sea)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중국발해만과 한반도 서해 연안을 이동하며 번식하고 성장한다. 황해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 약 8000마리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1980년대 약 2300마리, 1990년대 초 약 1000마리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보호조치 이후 2006~2007년 중국의 조사 결과 약 2000마리까지 증가했다. 한반도 서해 연안의 백령도에서 매년 250~300마리가 관찰되며, 가로림만에서는 매년 약 10마리가 관찰된다.
 
가로림만 보존의 상징인 가로림만의 점박이물범 서식 형태 및 생활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나 조사결과는 아직 축적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0년의 복잡한 갈등상과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에는 역동적인 사회적 변화가 계속되는 가로림만 공동체의 상황 속에서 물범 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기획하기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우리는 <가로림만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결성했다. 올해에는 점박이물범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고 학습에 참여하는 분들과 함께 ‘시민모니터링’에 나서기로 했다. 
 
배를 타고 점박이 물범 서식치 근처 모래톱으로 이동하여 점박이 물범을 관찰하는 조사단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간조 시간대에 맞춰 웅도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분점도 앞을 지나쳐 갯골을 따라 우도와 소우도를 향해 이동하다보면 벌말항 방향으로 길게 모래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모래톱은 옥도 앞에 넓게 분포하지만 물때에 따라 큰 모래톱 곁으로 작은 모래톱이 뻗어나가며,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볼 때마다 경이로운 그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바로 그 모래톱이 가로림만 점박이물범이 찾는 놀이터이자 쉼터이다. 선박을 이용하면, 벌말항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점박이물범들이 물빠짐에 따라 옥도 앞 모래톱과 소우도 앞 모래톱 사이에 형성된 갯골로 이동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래톱에 정박하고 필드스코프나 쌍안경으로 그 모습을 관찰하다보면, 물속에서 이동하다가 고개를 내밀고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점박이물범과 서로 눈을 마주치곤 한다. 
 
육상모니터링은 주로 옥도 끝에 위치한 물범바위에서 진행한다. 옥도는 환경부 지정 특정도서이지만 간조시간대에는 걸어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물때만 맞으면 언제라도 관찰이 가능하다. 필드스코프와 쌍안경만 있으면, 점박이물범의 생활상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관찰이 가능하기에 선호하는 방법이다. 처음 시도한 드론모니터링은 바람과 해무 등 기상상황이 변화무쌍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큰 모래톱에 곁가지로 발생하는 작은 모래톱 사이를 헤엄치며 먹이활동하는 점박이물범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고, 어선에 비해 점박이물범의 경계도가 낮아 앞으로 확대해 보고 싶은 조사방법이다. 
 
모니터링 시작 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김현우 박사님 강의를 듣고, 시민과학과 전문연구자의 협력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가로림만 점박이물범에 대한 전문가 조사는 연 2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시민모니터링 기록을 공유하고, 좌측 얼굴 사진을 제공하여 물방울무늬를 통한 개체 식별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올해 조사를 모두 마무리하게 되면 한 번 더 모셔 모니터링 기록과 향후 조사방향에 대해 세부적인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황해 점박이물범 보호 위한 국제연대 필요

 
국내 점박이물범은 2가지 유형의 개체군이 분포하는데, 황해 연안 강화도 이북에서 북한 황해지역을 거쳐 중국 동북부 발해만에 걸쳐 서식하는 연중 서식 개체군과 겨울기간 동안 캄차카반도와 오호츠크해역에서 생활하는 무리 중 일부가 한반도 해역에 출현하여 해안 및 도서지방에 상륙하여 월동한 이후, 봄이 되면 다시 북태평양의 주 서식 지역으로 되돌아가는 회유개체군이 분포한다. 점박이물범은 남한에서 천연기념물 331호,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위기 및 희귀동물로, 중국에서는 국가중점보호동물로 각각 보호대상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황해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점박이물범의 개체 수 파악 및 보호를 위해서는 남북한과 중국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물개와 물범의 구분은 귀를 보면 되는데, 물개는 사람처럼 귓바퀴가 밖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물범은 귓구멍만 있고, 귓바퀴는 없다. 또, 물개는 앞 지느러미 발이 길어서 박수를 칠 수 있지만, 물범은 짧은 팔이라 박수를 치는 건 할 수 없다. 물범은 물고기와 달리 아가미가 없어 오랫동안 잠수를 할 수 있지만 숨을 쉬려면 꼭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새끼도 물 밖에서 낳는데, 1년에 한번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새끼는 한 달 정도 엄마 젖을 먹고 자라는데, 은회색 털이 기다란 양털처럼 나있고 태어난 지 두 세 달 지나면 털갈이를 한다. 태어났을 때 키는 80cm 정도지만 다 크고 나면 160~170cm 정도, 몸무게는 100kg 정도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점박이물범의 무늬는 모두 달라 무늬를 보고 개체 구별을 할 수 있다.  
 
글 / 권경숙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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