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뛰어올랐다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가 제주 일과해안에서 수면을 박차는 묘기를 부리며 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해안도로 바닷가. 난생 처음 돌고래를 본 아들 녀석은 서른이 코앞인 청년답지 않게 어린아이처럼 흥분했다. 새벽부터 갯바위 틈에 앉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우리 부자는 지난 5월에 러시아 연해주로 참수리 번식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떠날 계획이었다. 비행기표는 지난 연말 미리 끊어 두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해주행은 물거품이 됐다. 새로 정한 생태탐사여행지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바다였다. 
 
고래는 나와 내 카메라가 오래도록 즐겨 찾던 피사체다. 두 개의 특별한 취재 경험이 있다. 1998년 한나라호를 타고 북한의 신포항을 취재 갔을 때, 동해에서 신포까지 뱃머리에서 망원렌즈를 옆에 두고 수평선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일, 1999년 해군 구축함을 타고 인도를 다녀왔을 때 고래를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줄기차게 바다를 응시하던 일이 그것이다. 고래는 기다림의 고통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피사체였다. ‘그런데! 제주에서! 이렇게 쉽게 돌고래를 볼 수 있을 줄이야!’
 
어린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가 이동중인 무리의 선두에 서서 수면 위로 솟구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몸길이 2.6m, 몸무게 230kg의 멸종위기종 바다 포유류이다. 등 쪽은 어두운 회색이고 배 쪽은 등 쪽보다 밝은 회색을 띤다. 제주도, 일본, 호주, 서태평양 연안, 인도, 페르시아만 등에 다양하게 분포한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해안선을 따라 약 12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의 남쪽 지역인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에 비교적 많은 개체수가 있고, 제주 동쪽인 성산, 하도리 해안과 서쪽의 차귀도 인근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제주도 사람들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사투리로 ‘수애기’라고 부른다. 제주 해녀들은 ‘수애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수애기’도 해녀 곁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와 친근하게 놀고 간다. 최근 제주 남쪽 해안가에서 자주 목격되는 까닭은 ‘불법포획이 사라지고, 해안가에 접한 광어 등 어류 양식장도 한몫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양식장에서 흘러나온 사료나 치어를 먹으려 고등어가 모이고, 그 고등어를 먹으려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찾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해안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수면을 솟구쳤다가 들어가고 있고, 한 주민은 갯바위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영리한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폐사된 채 발견된 그들의 뱃속을 보면 플라스틱과 폐그물이 가득하다. 살아 헤엄치는 녀석들 중에는 선박 스크류에 찢긴 지느러미를 가진 개체수가 의외로 많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사람과 사람의 거리, 사람과 자연의 거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 줄 몰랐던 인류에게 지구의 경고가 발해진 것이다. 7월 20일은 제주도민이 정한 ‘남방큰돌고래의 날’이다. 남방큰돌고래가 사라진 지구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지구는, 자연은 우리 시대만의 자산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세대의 것이다. 자연을 우리의 삶과 함께 아끼고 보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생각한다. 눈앞에서 남방돌고래가 뛰어올랐다.
 
 
글·사진/ 김연수 생태사진가 저널리스트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7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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