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에서 바다까지, 이제는 역간척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국토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 동안 바다(특히 서해와 남해)의 지형도가 바뀔 정도로 대규모의 간척사업을 시행해 왔다. 방조제와 하굿둑 건설에 의한 간척사업은 농경지를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하구와 연안의 생태계를 악화시킨다는 문제점도 있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은 넓은 갯벌이 발달되어 있어서 일찍부터 간척이 이루어져왔다. 
 

사라진 갯벌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서해안 개발을 명분으로 방조제와 하굿둑을 건설한 후 갯벌을 매립하여 공장입지, 도시개발, 농지조성 등 여러 형태로 이용해왔다. 특히 서 "남해안은 넓은 간석지와 얕은 수심, 리아스식 해안으로 높지 않은 방조제를 건설해도 넓은 땅을 얻을 수 있어서 간척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또한, 연안 일대에 산재하는 많은 섬들이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방조제 건설에 유리한 자연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5년부터 2020년까지 총 13만5000헥타르의 간척지 조성 계획을 세워서 2012년 말까지 9만5000헥타르의 간척지를 조성하였고, 나머지 4만 헥타르는 지금 조성중에 있다. 조성된 간척지는 대부분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고, 간척지 내에 조성된 27개의 담수호는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7개소는 내수면 어업을 하고 있다.
 
간척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루어져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간척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는 1953년에 발생한 해일로 인하여 100여 곳 이상의 제방이 무너지고 1893명이 사망하는 재해를 입고 난 후, 1960년 대규모의 방조제로 바다를 막는 델타 프로젝트(Delta Project)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1997년에 완전개방형 마에스란트(Maesland) 갑문이 완성되면서 일단락되었다. 델타 프로젝트는 완전폐쇄형 갑문으로 시작하여 완전개방형 갑문으로 완성되었다. 완전폐쇄형 갑문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 때문에 방조제의 방식을 완전개방형으로 전환한 것이다. 
 
독일도 간척의 역사가 깊은데, 슐레스비히 홀스타인(Schleswig-Holstein)지역의 간척이 대표적이다. 간척지는 주로 농경지로 사용되거나 이탄(泥炭) 채취 또는 이탄을 태워서 소금을 만들어내는 소금 이탄 간척지로 사용되고 있다. 1987년에 마지막으로 벨트링하르트(Beltringhard)를 간척지로 이용하기 위하여 제방을 완성하였으나, 현재 특별한 용도로 이용되지 않고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매립 등에 의한 습지의 손실이 심각한 상태이며, 특히 염습지의 손실은 주로 연안지역의 개발과 도시화에 의한 것이다. 도시화와 농촌개발이 43퍼센트, 매립 및 토양퇴적과 같은 육지 이용으로의 전환이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간척이 이루어져왔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의 확보 때문에 간척이 가속화되었다. 1945~1992년 사이에 소멸된 갯벌의 면적은 3만2741헥타르로 1945년 당시 갯벌면적 8만2621헥타르의 약 40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1980년 이후에는 간척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갯벌 연간 총경제적 가치 약 16조 원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의 서 "남해안은 지형적인 면에서나 지정학적인 면에서, 또한 해양생태계의 면에서 소중한 자연자원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리아스식 해안의 경관, 깨끗하고 질 높은 갯벌의 무한한 생명력, 인간 친화적인 완만한 해빈(海濱), 풍부한 어족자원, 어촌의 투박하지만 여유로운 풍경, 바다를 지키려는 어민들의 절실한 노력, 고통을 이겨내려는 사람과 환경의 조화 등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자원이다.
 
그러나, 대규모 간척사업에 의해 가치가 큰 자연해안선이 대규모로 손실되었다. 눈앞의 다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해안의 더 큰 가치를 훼손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제는 훼손된 상태로 방치해두었거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하여 회복력이 떨어진 자연환경의 복원(역간척)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콘스탄자(Constanza) 등(Nature, Vol. 387, 1997)에 의하면 기수역의 단위면적(1제곱킬로미터)당 생태적 가치는 228만3200달러로 농경지의 가치인 9200달러의 250배이며, 연안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1제곱킬로미터당 99만9000달러로 농경지보다 100배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해양수산부가 2013년에 우리나라의 갯벌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에서 갯벌의 연간 총 경제적 가치는 약 16조 원이며, 단위면적(1제곱킬로미터)당 연간 가치는 6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가치를 보면 보존가치 20.3억 원, 수산물 생산기능 17.5억 원, 서식처 제공기능 13.6억 원, 수질 정화기능 6.6억 원, 재해방지기능 2.6억 원, 여가 제공기능 2.5억 원으로, 갯벌이 다양하고 유익한 편익을 제공해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갯벌복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구도 마찬가지이다. 물은 본질적으로 순환하는 물질이다. 도랑에서 시작하여 하구를 통하여 바다와 연결된다. 모든 도랑은 결국 바다로 흘러든다. 바다는 증발과 강수를 통하여 질량의 균형을 이루며, 육지로부터 담수와 영양물질과 토사를 공급받아 생물학적 "지형적으로 균형을 갖추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도랑은 곧 바다이다. 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이 순환의 모든 과정이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이며, 그 결과로서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해연안에 위치한 금강 권역의 하구는 61개소이다. 이 중 하천의 하류지역에 방조제, 하굿둑, 배수갑문, 보 등을 설치하지 않은 열린 하구는 6개 하천에 불과하다. 건강한 하구역의 관리를 위한 기본방향과 원칙은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개발행위가 향후에 후손의 삶의 질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하구역의 환경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국 81곳 갯벌 복원 희망

 
ⓒ함께사는길 이성수
 
최근 하굿둑, 간척지 등 인위적 구조물에 의해 물의 순환과정이 왜곡된 하구와 해안서식지를 훼손 이전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역간척(하구 및 연안 생태복원)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8년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갯벌복원 희망지를 조사했는데, 전국에서 81곳 32.12제곱킬로미터를 갯벌로 복원할 것을 희망하였고, 그 중 전남이 42건 22제곱킬로미터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이 중 17개소 17제곱킬로미터를 우선복원 후보지로 선정하여 단계적으로 갯벌복원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09년에는 경남 사천시 비토섬 갯벌을 비롯하여, 전북 고창, 전남 순천의 3곳을 선정하여 갯벌복원사업을 시행했다. 이들 지역은 해수의 순환(유통)이 시작되면서 1년 반도 지나지 않아서 갯벌이 예전의 기능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2014년부터 인천시 강화군 연륙도로의 해수순환을 비롯하여 전남 고흥군, 무안군, 신안군에 물길을 복원하여 갯벌을 복원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과거에 간척사업을 활발히 진행하였던 외국에서도 국가차원에서 하구복원 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하여 현지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복원 및 관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최근 대대적으로 하구와 갯벌의 복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961년 델타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휘어스(Veerse)호의 잔트크리크(Zandkreek)댐은 건설된 지 43년 만인 2004년에 해수의 순환이 시작되었다. 폐쇄형 하굿둑을 개방형으로 전환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방조제 건설이 집중된 질란트(Zeeland)주 정부에서는 5곳의 주요 하구담수호 중 2곳은 전면 해수유통을, 1곳은 부분 해수유통을 실시하고 있으며, 나머지 2곳도 해수유통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브레스켄스(Breskens) 지역의 간척지를 염습지 또는 갯벌로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1930년부터 간척사업을 중단하였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법으로 모든 간척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갯벌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3개국의 바덴해 공동위원회 CWSS(Common Wadden Sea Secretariat)의 조사 및 정책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하구복원을 위한 「하구복원법(Estuary Restoration Act)」을 제정하고 전국을 8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국가하구복원 목록을 작성하여 활용하고 있다. 갯벌의 50퍼센트 이상이 훼손된 미국은 갯벌 복원사업을 현재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판 새만금사업’이라고 불리는 이사하야(言東早)만 간척지 수문의 개방에 관련하여 후쿠시마(福島) 고등법원과 나가사키(長崎) 지방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려 진통을 겪고 있다. 
 

하천과 연안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을 위해

 
하천과 연안의 보전과 활용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연의 필요보다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하천 및 연안관리로 인해 파괴되었던 생태계의 회복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회복을 위한 정책을 계획해 집행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태계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정책에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하천, 하구 및 연안을 지속가능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유역과 연안지역 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자연과 사람의 공생을 도모하여야 한다. 셋째, 하천, 하구 및 연안의 생태복원은 수문학적 순환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즉, 물의 흐름을 정상 상태로 회복하여야 한다. 하천으로 흘러 들어오고 하천을 통해 흘러 나가는 물, 물질, 에너지의 순환 체계가 무리 없이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역 순환경제 체계의 구축도 필요하다. 지역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생산기술과 생산기반을 토대로 자립적인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다섯째,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 여섯째,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하여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을 이용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충남의 경우 역간척 분야에서 매우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하천, 하구 및 연안은 지속가능하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금강비전에 이어 서해안비전이 선포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충남 해양수산 분야 발전계획이 최근에 수립되었다. 서해안 비전과 해양수산 분야 발전계획은 이용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보전과 이용이 균형 잡힌 발전계획이라는 면에서 금강비전 및 그 실행계획과 더불어 매우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계획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하구 및 연안의 생태복원계획을 수립하여 복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가로림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의 구성에 착수하였다.
 

도랑에서 바다까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하구 및 연안의 이용과 개발에 있어서는 지역주민의 권익을 고려하고, 하구의 고유한 환경기능과 가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개발하여 이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상류 하천(도랑)에서 연안(바다)에 이르는 모든 영역의 건전한 관리에 역량을 집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가 유기적으로 통합되도록 하는 이해당사자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에 적합한 하구 및 연안의 생태복원기법과 추진절차의 확립도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복원에 관한 표준기법과 절차가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목표이고 책임이다. 도랑에서 바다까지 이르는 하천과 연안 및 하구의 역간척(생태복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대적 과제 중의 하나이며, 앞으로 전개될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통해 우리 국토의 잠재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새만금 간척지와 진도 소포리의 간척지는 하구와 연안의 생태복원에 관하여 우리가 참고로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글 허재영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jyhuh@dj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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