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해양투기 금지를 말하다

국제해사기구 ⓒIMO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를 2016년 이후에는 중단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는 비록 뒤늦기는 했지만 환영할 일이고 그동안 정부와 관련기관, 기업, 전문가 및 환경단체가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해야 한다. 그러나 해양투기 중단의 배경에는 이러한 국내 노력과 더불어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이 중요했음을 강조해 보고자 한다. 이를 런던협약을 관장하는 국제해사기구(IMO),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우리나라 해양투기 금지와의 관계의 순서로 아래에 소개하였다. 
 

국제해사기구와 해양오염방지 관련 협약 

 
런던협약은 국제해사기구(IMO)가 관할하는 국제협약이다. 국제해사기구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 속한 18개 전문기구의 하나다. 우리가 잘 아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국제식량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 등이 여기 속해 있다. 이런 전문기구들은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 같은 유엔 직속의 하부기관과는 달리, 독자적인 국제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기구들로 유엔과는 제휴 관계에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활동과 같은 해운을 규율하는 협약을 다자 간 토의로 제정하는 국제기구다. 현재 총 170개 회원국, 정부-비정부기구가 가입돼 있다. 국제해사기구가 관장하는 국제협약들은 해사 관련 기준을 국제적으로 적용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들이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국제해사기구는 그동안 총 40여 개의 국제협약을 제정했다. 의정서를 포함한 기타 규정과 권고는 약 800개에 이른다. 대부분이 선박운항-해상안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 오염 관련 협약은 선박이 일으키는 오염과 유조선 사고의 방지와 처리에 관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과 육상으로부터의 폐기물 배출로 인한 오염방지를 위한 ‘런던협약’ 등이 있다. 
 
런던협약의 정식명칭은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협약’이다. 1975년 발효된 이후 국제해사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다. 런던협약은 오슬로협약이 발전적으로 전환해 만들어진 것이다. 오슬로협약은 북해연안 공업선진국들이 1940년대 이후 육상폐기물을 북해에 투기하자 이를 막기 위해 제정된 협약으로 1972년에 런던협약으로 전환했다. 런던협약은 1996년 해양투기를 더 엄격히 규제하는 ‘1996 런던의정서’로 발전했다.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해양투기 현장 ⓒWWF
 
런던협약은 폐기물 중에서 특정물질의 해양투기를 금지하여 해양오염을 방지하고자 1972년에 채택되었다. 이 협약에는 현재 87개국이 가입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에 가입했다. 런던협약은 1996년에 해양투기 조건을 훨씬 강화한 런던의정서(1996)를 채택했는데 비준에 필요한 회원국 수가 채워진 후인 2006년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 의정서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초에 해양투기를 시작했는데 이는 당시의 런던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며, 2000년대에도 해양투기를 지속한 것은 런던의정서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야 해양투기를 중단해 런던의정서를 준수하는 국가가 됐다. 하수오니를 기준으로 하면 서유럽 국가는 1980년대 말, 미국은 1992년, 중국은 1994년, 일본은 2007년 해양투기를 중단했다. 2015년까지 해양투기를 계속한 우리나라가 당사국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을 벌려 왔고 그 활동성과가 정부의 2016 해양투기 금지로 나타났다.
런던협약은 제IV조 1항에 a. 완전금지(부속서 I) b. 특별허가(부속서 II) c. 일반허가 규정을 두고 ‘별도로 규정한 물질을 제외한 모든 물질의 해양투기를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c의 일반허가는 a와 b 이외의 모든 물질에 대해서는 사전허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금지물질과 특별허가 이외의 물질은 모두 허가를 받아야만 해양투기가 가능하다 뜻이다. 
 
해양투기 금지물질(부속서 I)로는 △유기할로겐 화합물 △수은과 그 화합물 △카드뮴과 그 화합물 △플라스틱, 어망, 로프 등 △원유와 그 폐기물, 석유, 석유증류 찌꺼기 등 △방사성 폐기물 △생화학전 물질 등을 제시하였다. 특별허가(부속서 II)는 비소·베릴륨·크롬·구리·납·니켈·바나듐·아연·시안 및 불화물·살충제 등의 물질을 상당량 포함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런던협약에서 눈여겨 볼 것은 산업폐기물을 정의하고 그 해상소각을 금지한 규정이다. 부속서 I의 11항은 ‘산업폐기물(industrial wastes)’을 제조 또는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라고 하였고 산업폐기물이 아닌 물질을 규정하였는데 이는 준설물질·하수오니·생선 폐기물·선박 및 플랫폼 또는 기타 해상인공구조물·비오염 불활성 지질물질·천연기원의 비오염 유기물질 등이다. 염색·섬유·피혁 등의 오니는 ‘하수오니’에 포함되어 있고 그래서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런던의정서(1996)는 해양투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했지만, 의정서 부속서 I에 ‘해양투기를 고려할 수 있는 물질목록’(reverse list)을 제시했다. 이 목록은 런던협약의 해양투기 금지물질목록(black-list)과 특별허가물질목록(grey-list)과 함께 비교·설명한다. ‘해양투기를 고려할 수 있는 폐기물 또는 기타 물질’은 △준설물질 △1차 처리 이상을 거친 하수오니 △생선 폐기물 또는 생선 가공공정 발생 물질 △선박 및 플랫홈 또는 그 밖의 해상인공구조물 △불활성 무기지질물질 △천연기원의 유기물질 △철-강철-콘크리트처럼 고립된 섬 등에서 발생한 부피가 큰 품목 △격리 목적의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스트림 △면제농도 이상의 방사능물질 등이다. 런던협약(1972)과 런던의정서(1996)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런던의정서의 허가고려 가능한 물질목록은 런던협약 부속서 I의 11항에서 제시한 산업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목록과 같다(단, 이산화탄소 스트림이 추가됐다). 
 
이산화탄소 스트림은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CCS) 대상 물질로서 이산화탄소 대량발생 산업체(발전소 등)에서 굴뚝에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포집해서 액화시킨 물질이다. 보통은 이 물질을 선박 탱크에 실고 해저지질구조(해저의 사용 후 가스공 터널 등, 노르웨이 파이로트 프로젝트)에 주입한다. 그 밖에 해양시비(ocean fertilization, 비료주기)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규제 의견이 강하다. 해양시비란 빈영양해역에 철분을 뿌리면 일차생산이 활발해지고 그래서 이산화탄소가 더 흡수된다는 이론에 근거한 실험적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해양투기 금지와 런던의정서

 
"해양투기를 중단하라" 2015년 울산항에서 진행한 바다위원회 시위 ⓒ바다위원회
 
우리나라는 1988년에 해양투기를 시작했고 2016년 해양투기를 중단했다. 총투기량은 1억3000만 톤이 넘으며 2005년에는 연간 최대 투기량인 1000만 톤을 기록했다. 해양투기량은 2005년 이전의 약 17년간 연 16퍼센트 증가했으며 2005년 이후 약 9년 동안은 연 31퍼센트 감소했다. 감소율이 증가율보다 2배나 큰 것은 2005년 최대투기 이후 감축조치가 적극적으로 취해졌기 때문이다. 2006년의 해양투기 종합관리대책, 2012년의 해양투기 제로화 추진계획 등은 해양투기 중단을 위한 중요한 정부 조치였다. 
 
국제협약의 이행은 보통 국내법을 개정해서 이루어진다. 런던협약 및 런던의정서 관련 국내법은 △해양환경관리법(해수부) △하수도법- 분뇨관련 △수질 및 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배출시설에서의 폐수관련, 폐기물 관리법-오니 및 음식물류 관련(이상 환경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농림부) 등이다. 아래에서는 해양환경관리법을 살펴보았다. 
 
해양환경관리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육상에서 처리가 곤란한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배출은 유출·투기·누출·용출(제2조 3항)을 말하는데 런던협약 관련한 배출은 투기에 해당하므로 ‘해양투기’라고 쓰면 된다. ‘육상에서 처리가 곤란한 폐기물’은 시행규칙 제12조 및 별표 6에 그 목록을 실었다. 별표 6의 목록은 해양환경관리법 개정에 따라 액상폐수·오니·음식물류·어패류 및 젓갈류·수산물 가공 잔재물·준설토 등의 포함 여부가 변화해 왔다. 여기서 오니는 분뇨·축산폐수·이들 폐수의 오니(수분함량 95퍼센트)를 모두 포함한다. 별표 6의 목록은 런던협약의 부속서 I 및 II의 목록과 다른데 이는 부속서가 수은, 카드늄 식의 물질 성분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런던의정서 부속서 I은 물질종류 목록이다. 그래서 준설물질·하수오니·생선 폐기물 등이어서 해양환경관리법의 별표 6과 연결시키기가 쉽다. 
 
법률은 정책에 따라 개정되는데, 2006년의 해양투기 종합관리대책과 2012년의 해양투기 제로화 추진계획으로 해양환경관리법이 개정되고 별표6의 해양투기 금지품목도 바뀌었다. 해양투기를 금지한 품목은 2012년부터 하수처리오니, 가축분뇨이고 2013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로부터의 폐수, 분뇨 및 분뇨오니이다. 폐수와 폐수처리오니는 2016년부터 금지되었다. 폐기물을 액상과 오니로 나눈다면 액상은 분뇨·가축분뇨·(산업)폐수·음폐수(음식물쓰레기 처리 폐수) 등이고 오니는 하수오니·분뇨오니·축산폐수오니·(산업)폐수오니 등이다. 2005년 해양투기 품목별 백분율은 축산폐수 25, 하수처리오니 18, 폐수(음폐수 포함) 20, 폐수오니 17, 분뇨 8, 기타 12이다. 
 
2016년 현재 해양투기가 가능한 육상기원 폐기물(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6, 2015년)로 규정한 것은 준설물질 하수오니·어패류의 젓갈·수산물가공잔재물·동식물폐기물(배출시설에서 원료로 사용 후) 등이다. 1996 런던의정서의 투기가능물질은 준설물질·하수오니·생선 폐기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수오니가 런던의정서의 해양투기 가능물질임에도 2012년에 이미 우리나라가 해양투기를 금지한 것은 해양투기의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생선 폐기물 등은 그 양이 적고 기타 철-강-콘크리트 등은 경우의 수가 희박하다. 앞으로 준설물질 투기를 좀 더 유념하면 해양투기의 시대를 완전히 마감할 수 있다.  
 
글 고철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 chilhwankoh@gmail.com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