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갯벌 도요새 노랫소리 사라진 ‘침묵의 봄’을 맞이할 것인가

매향리갯벌 앞 농섬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도요물떼새 군무 ⓒ화성환경운동연합
 
3월, 바닷가 어촌마을은 아직 겨울의 칼바람이 남아 봄을 느끼기에는 이르다. 굴 캐는 어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두꺼운 옷으로 감싸져있고 남쪽에서 겨울을 보낸 오리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우는 울음소리만이 하늘을 가득 메운다. 그러다 봄 햇살에 매화꽃이 수줍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어느 날, 매향리갯벌에 새로운 새들이 찾아온다. ‘클로~클로~우’ 구부러진 긴 부리를 가진 도요새 중 가장 큰 알락꼬리마도요가 태평양을 건너 무사히 중간기착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매향리갯벌에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갯벌 깊숙이 잠자던 생물도 깨어나기 시작한다.  
 

포탄 대신 도요새 품은 매향리 갯벌

 
살아있는 동안 1만~1만7000km를 왕복하며 지구의 반 바퀴를 매년 이동해야하는 숙명을 가진 도요물떼새는 월동지인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 번식지인 시베리아 북쪽까지 이동하는 중간에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한 번에 날아가면 좋으련만 거리가 너무 멀다. 평생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동하는 가혹한 운명이지만 물새의 도전은 수천 년을 이어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되어질 것이다. 그 이동경로 상에 위치한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있는 갯벌은 중요한 중간기착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갯벌은 인간의 편리와 이용을 위해 매립되고 개발되었으며 먹이터와 휴식처를 잃은 도요물떼새의 수는 줄어들었고 몇몇 종은 멸종위기에 처해져있다. 인간을 위한 개발의 논리는 다른 종의 생명을 담보로 계속되었고 환경파괴와 생태계의 경고에도 멈추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54년간 미공군 폭격장으로 피해를 받았던 아픔의 땅에서 평화를 되찾은 매향리도 개발 앞에 흔들리고 있다. 매향리갯벌 바로 앞에 40m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9만9374㎡(약 3만 평) 규모의 온천 숙박시설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개인사업자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사업부지 일대를 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하는 「매향지구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에 대한 화성시 공동위원회(계획·건축)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5일, 1차 심의에서 도로와 주차장 문제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고 2차 심의가 예정되어 있다.  
 

개발에 흔들리는 친환경 생태도시, 화성시

 
매향리갯벌은 경기도 화성의 서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남양만으로 불렸던 갯벌은 화옹간척사업으로 대부분 육지로 변하고 매향리 앞바다 갯벌만이 남게 되었다. 자연의 회복은 더디지만 아픔을 치유해준다. 폭격이 멈춘 농섬에는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2급)가 둥지를 틀고 생명을 키우며 포탄이 가득했던 갯벌은 정화작업을 통해 수많은 물새와 어민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다. 
 
2017년 국가해양생태계 종합조사(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매향리갯벌에는 칠게, 길게, 엽낭게, 갯지렁이, 굴, 바지락, 가무락, 낙지 등 저서생물 169종 이상이 서식한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3배나 뛰어난 칠면초와 갈대 등 염생식물 군락은 4.2ha(4만2177㎡)에 이르며 10~11월 조사만으로 물새 42종, 3만 개체 이상, 법정보호종은 15종 이상의 서식이 확인되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조건 3가지 모두를 충족한다.(한 가지만 충족해도 지정 가능). 사계절 내내 15만 마리 이상의 물새들이 찾아오고 멸종위기종만 25종 이상 볼 수 있는 지역은 국내에서도 손꼽을 정도이다. 매향리갯벌을 포함한 화성습지는 친환경·생태도시를 만들려는 화성시가 개발로부터 보전하고 관리해야하는 자연생태자산의 가치를 지닌 곳이다. 이에 화성시도 2017년부터 습지의 가치와 혜택을 지키고자 매향리갯벌과 화성간척지 습지를 포함한 화성습지에 대해 ‘화성습지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습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간척지를 포함한 화성습지는 2018년 12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Flyway Network Site)로 지정되었다. 2020년 6~12월, 화성시와 EAAFP의 ‘화성습지 국제심포지엄 및 국제협력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새와생명의터>와 화성환경연합 공동조사를 통해 법정보호종 19종, 총 개체수 13만 마리 이상, 전 세계 개체군의 1%를 넘는 16종을 기록하였으며 람사르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국제적 중요성을 지닌 습지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7월에 법정보호종이자 IUCN 적색목록 EN(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 2275개체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런 국제적 멸종위기종 물새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지역 바로 옆에 관광단지 진입 도로를 만들고 18층 규모의 호텔과 펜션이 들어온다면 수변공원과 호텔로 유입되는 관광객의 소음과 빛, 고층의 호텔로 인한 시야의 차단이 발생할 것이 불보듯 뻔하며 이는 물새에게 위협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도요·물떼새 전문과학자 16명이 걱정과 우려를 담은 의견과 서명을 보내왔다. 도요·물떼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터니스 피어스마 교수(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는 “도요·물떼새를 포함한 대부분의 물새 종들은 인간 활동에 의해 야기되는 교란에 민감하다. 최근 발표된 매향리갯벌 100m 이내 호텔 단지와 수반될 기반 시설 공사(도로 확장, 담장 철거 등)는 앞으로 이 서식지에서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해야 할 물새류에게 상당히 빈번하고도 높은 정도의 교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려했다.  
 
해안 및 간석지 보존과 친환경 개발을 통한 친환경 생태도시를 표방한 화성시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바닷가 전경과 낙조, 물새의 군무와 자연의 풍경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 호텔에 투숙하는 몇몇 사람이 바다의 경관을 독식하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도시관리계획 시설인가? 
 

부실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환경영향평가서도 부실하게 작성됐다. 도요물떼새가 이동하는 봄가을 조사와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1급이 도래하는 여름조사를 제외하고 10~1월 겨울조사만을 실시하였다. 멸종위기종 서식 위치도 사업지 바로 앞은 제외시켰으며 국가기관의 조사에서 확인된 문헌조사조차 겨울철에 한정해서 제시하였다.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으로 유리창 조류충돌 저감 장치를 제시한 대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서식지 500m 이내 인간의 간섭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은 찾을 수도 없다.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등 물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사업부지다 Ⓒ화성환경운동연합
 
매향지구 관광단지 조감도
 
뿐만 아니다. 이곳에 들어설 18층 규모의 호텔과 펜션에서 주변 농민과 주민이 사용하는 지하수를 하루 700㎥ 퍼 올릴 계획이다. 봄철 갈수기에 농업용수도 부족한 곳이다. 결국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지하수가 말라버린 곳은 연약지반으로 인한 지반 침식도 우려된다(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중). 관광단지에서 나오는 오폐수처리량은 하루 1300㎥로 공공하수처리장이 아닌 개인하수처리시설로 처리한 후 바로 해양으로 방류할 계획이다. 만약 오폐수량이 늘어난다면?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도 그대로 갯벌로 방류된다. 매일 주민이 바다로 나가서 방류수 수질을 감시할 수 있을까? 화성시는 해양수질을 관리하고 단속할 인원과 역량이 충분한가? 바다는 어민들의 생계터전이다. 고온의 오폐수는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매향리의 자랑인 굴과 바지락 어장에도 영향을 준다. 해산물의 가치는 하락하고 풍부한 어족자원은 사라질 것이며 갯벌은 서서히 죽어가게 된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사업자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제시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부실하게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평가하지 않고 조건부 협의를 진행한 한강유역환경청에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공동심의위원회의 사업 동의를 받고 조건부 협의 사항에 대해서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서 검증받겠다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되는 대안이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협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선택

 
매향리 인근 주민은 호텔로 인해 마을 경제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업자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 생태계 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화성 매향리에 추진되고 있는 관광호텔단지는 우리가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개인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국제적 철새서식지를 훼손하며 관광지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생태적 가치를 지키며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매향리갯벌에 물새가 찾아오지 않는 ‘침묵의 봄’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글・사진 /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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