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넓적부리도요 구해낼 한국 갯벌

2015년 9월 29일 유부도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넓적부리도요

 

넓적부리도요 한 마리가 새만금갯벌에서 관찰되었다. 지난 9월 30일 오후 6시 11분, 해는 서해로 지고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때였다. 검은색 주걱모양의 부리를 가진 넓적부리도요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며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내려와서 비번식지를 보내는 철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만큼 우리나라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해 먹이를 먹고 쉬었다 간다. 봄과 가을이면 우리나라의 낙동강 하구와 새만금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새만금갯벌 매립 이후 우리나라를 찾는 넓적부리도요는 그 수가 급격하게 줄었으며 동아시아 대양주를 이동하는 넓적부리도요는 70~240쌍만이 남아있다(2010년 기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한 적색종 목록(Red List)에 국제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으며 전문가들은 긴급한 대책을 취하지 않을 경우 2020년에 넓적부리도요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새만금과 금강하구 갯벌에서 만난 넓적부리도요

이 귀하고 반가운 넓적부리도요를 새만금갯벌에서 만난 것이다. 이 넓적부리도요는 매일 새만금갯벌에 머무르고 있을까. 그렇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강하구의 유부도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과 군산갯벌에 바닷물이 차올라 갯벌이 바닷물에 모두 잠겨 넓적부리도요가 쉴 공간이 없는 시기가 있다. 이때 5000에서 1만 마리의 도요물떼새 무리와 함께 새만금갯벌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다. 만조 높이가 6.8미터 이상으로 아주 높은 날은 유부도갯벌에서 도요물떼새들이 새만금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새만금갯벌에 도요물떼새 개체수가 증가했다.
그리고 만조 시간 1시간 이후 바닷물이 빠져나가 유부도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도요물떼새는 무리지어 새만금갯벌에서 유부도갯벌 방향으로 이동한다. 도요물떼새 일부는 새만금갯벌에 남아서 먹이활동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넓적부리도요도 새만금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새만금갯벌은 여전히 넓적부리도요를 포함한 도요물떼새들에게 중요한 먹이터이자 휴식지다.
올해 9월말과 10월 중순, 금강하구의 유부도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과 군산갯벌, 새만금갯벌에서 관찰한 넓적부리도요는 최소 13개체였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유부도갯벌에 관찰된 개체 수 중 최대 개체수이다. 가락지를 부착한 개체가 8마리, 가락지를 부착하지 않은 개체가 5마리(어른새 2마리, 어린새 3마리)였다. 이 중에서 오른쪽 다리에 노란색 가락지(U6)와 흰색과 옅은 푸른색 링이 부착된 넓적부리도요에 대한 정보가 롤란드 딕바이(Roland Digby, WWT)와 사얌 유 쵸우드허리(Sayam U. Chowdhury, BirdLife International Asia)로부터 도착했다. 그들 정보에 따르면 이 넓적부리도요는 2015년 7월 11일 인공부화장에서 부화했고 7월 29일 러시아 추코카의 메이니필지노 근처의 야생에 방사한 후, 같은 장소에서 8월 5일에 25일 동안 성장한 상태로 마지막 관찰되었다고 한다.


넓적부리도요 멸종 부추긴 새만금 매립

서식지 파괴 등으로 넓적부리도요 개체수가 급감하자 국제적으로 힘을 합쳐 넓적부리도요 종 복원과 서식지 보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년 전 유부도갯벌을 함께 방문했던 영국의 니젤 클락 박사(Dr. Nigel  Clark, BTO 단체 소속, 넓적부리도요 복원팀 책임자)는 지난해 번식지인 러시아 북동부의 추코카 지역에서 넓적부리도요 알을 영국으로 옮겨 인공 부화해 한 달쯤 후 성조가 된 새를 비번식지 중 한 곳인 태국에 풀어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종의 보전과 서식지 보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가락지 부착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국제적으로 종 복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개체수만 늘린다고 종 복원이 가능할까. 이들 서식지의 보전과 복원이 되지 않으면 자연 상태에서 넓적부리도요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2000년 기준으로 넓적부리도요는 전 세계 개체수가 1000마리였다. 그리고 당시 새만금갯벌에서만 한 번에 약 200마리가 관찰된 적이 있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가 완료되던 2006년 4월에는 34마리였다가 2011년에는 5마리, 지난해와 올해는 1마리만이 관찰됐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넓적부리도요 생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었고, 전 세계 개체수를 급격하게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계속되는 갯벌 간척과 매립사업, 그리고 강 하굿둑 건설사업이 이들 생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나마 갯벌로 남아있는 금강하구의 유부도갯벌를 포함한 서천갯벌에서는 2010년 9월에 3마리, 2012년 9월에는 6마리가 관찰되었다. 한국도요물떼새네트워크가 전국의 29개 지역에서 실시한 ‘2010년 9월(가을철) 도요물떼새 전국 동시센서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넓적부리도요는 4개 지역에서 총 13마리가 확인되었다. 서천 유부도갯벌에서 3마리, 새만금갯벌에서 3마리, 고창갯벌과 부안 줄포만갯벌에서 4마리, 낙동강 하구갯벌에서 3마리 관찰됐다. 올해 가을철 조사에서는 금강하구의 유부도갯벌를 포함한 서천갯벌과 군산갯벌, 새만금갯벌에서 13마리, 고창갯벌과 부안 줄포만갯벌에서 1마리, 낙동강 하구갯벌에서 4마리가 관찰됐다. 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넓적부리도요에게 우리나라 금강하구의 유부도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과 새만금갯벌, 낙동강 하구갯벌이 중요한 서식지임을 말해 준다.
다른 지역의 갯벌도 잘 보전해야 한다. 그래야만 떠났던 도요물떼새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지리적으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등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월동하는 도요물떼새들의 중간기착지이며 일부 종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기 때문이다.


도요물떼새의 최대 서식지 금강하구를 위한 제언

 

2015년 9월 28일 유부도갯벌에서 내려앉은 도요물떼새 무리

 

우리나라 갯벌 중에서 넓적부리도요를 포함한 도요물떼새의 최대 서식지인 금강하구의 유부도갯벌을 포함한 서천갯벌, 새만금갯벌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2008년 1월 30일에 서천군의 유부도갯벌(3.1제곱킬로미터)과 일부 마서면갯벌(12.2제곱킬로미터) 등 총면적 15.3제곱킬로미터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2009년 12월 2일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완료 이후 외해역의 해류 흐름이 전체적으로 느려지고 만경강과 동진강을 통해서 퇴적물과 유기물이 공급되지 않아 금강하구역을 포함한 외해역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서천갯벌(유부도 갯벌 포함)과 금강하구의 갯벌은 갯벌퇴적물이 모래갯벌에서 펄갯벌로 바뀜에 따라 저서생물의 종이 바뀌고 있다. 백합과 동죽 등 조개류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갯지렁이류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조개를 잡아 수입을 올리던 유부도 주민들의 수입이 감소해 생존권이 위협에 처해있고, 저서생물을 먹이로 하는 도요물떼새의 종이 바뀌고 있다.
만조 때 금강하구의 갯벌에 서식하는 도요물떼새들이 안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야 한다. 유부도갯벌은 밀물 때 가장 늦게 차오르는데 만조가 되면 도요물떼새들은 폐염전부지나 모래톱에 최대 5만 마리 이상이 몰려든다. 그러다 수위가 더 높아지게 되면 휴식장소를 찾지 못하고 하늘을 배회하거나 새만금에 일부 남아있는 갯벌(5000~1만 마리)과 금강하구에 위치해 있고 행정구역상 군산시 구역이며 군산지방해양항만청이 관리하고 있는 준설토 투기장(2만~3만 마리)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해수유통으로 새만금 지역의 갯벌을 일부나마 유지하도록 하고, 환경부가 계획중인 생태환경용지 5800헥타르를 갯벌로 유지시켜 새들의 서식지로 보전하고 조류관찰대 설치 등을 통해 생태관광지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준설토 투기장의 서부지역은 도요물떼새들이 휴식하는 장소를 그대로 잘 유지하도록 하며, 서천군 유부도와 대죽도의 폐염전부지를 매입해 일부 제방을 보강해서 내측의 수위 조절을 통해 도요물떼새가 휴식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휴식처를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모래톱에 몰려든 새들을 위협하지 않고 숨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조류관찰대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해양쓰레기의 계속적인 수거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갯벌 먼저 살려야

이 같은 상황임에도 2010년 군산시 지역의 금강하굿둑 외측에 건설된 LNG군산복합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어 금강하구의 갯벌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라도 군산시와 서천군, 그리고 해양수산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협력해서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습지의 범위를 금강하구 갯벌 전체로 확대하고, 금강하구의 갯벌과 바다에 대한 장기적인 보전 관리와 현명한 이용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금강하굿둑의 일부 수문을 개방해 해수유통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민물과 바닷물이 일부나마 섞이도록 하고, 퇴적물과 유기물이 금강 하구지역까지 이동해 금강하구의 생태계가 되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유부도갯벌을 포함해 서천갯벌과 군산갯벌 등 금강하구의 갯벌과 새만금갯벌에 찾아오는 도요물떼새에 대한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 지역의 체계적인 관리방안과 현명한 이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군산시와 서천군이 중앙정부와 협력해 금강하구와 새만금 지역에서 생태관광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보는 방안도 필요하다.

 

글 사진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juy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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