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마지막 피난처 30%는 가능할까

 
불법어업, 선박 연료 누출 사고, 육상 및 해상 기인 쓰레기 등 인간의 해양 활동과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해양의 산성도는 26% 이상 증가했는데, 해양 산성화로 인해 대형생물의 종 다양성이 약 30% 줄어들 수 있고, 생태계 시스템이 저하될 수 있다.
 

생태계 스스로 회복하는 공간, 보호구역

 
이러한 현실에서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물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할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다양한 해양생태계와 해양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는 육지보다 생물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해양보호구역에서 번성한 생물들이 주변 바다로 퍼져 나가 전체 바다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는 자원 재생산과 장기적 식량 안보를 확보하고 어업 관련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1992년부터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뉴질랜드의 바다는 주요 어획종인 블루코드(Blue cod)와 스파이니 랍스터(Spiny lobster)의 평균 밀도가 3배 이상 높아지고, 크기와 길이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보호구역의 넘침 효과를 증명한 것이다. 
 
또한, 생태계 복원력을 향상시켜 해양생태계가 해양 온도 상승이나 해양 산성화와 같이 단기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다른 위협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해양보호구역은 참치나 상어, 황새치 등 이동성이 높은 종의 다양한 해양 서식지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많은 해양 유기체들이 탁 트인 바다로 이동하기 전에 산호초나 맹그로브 나무뿌리 속에서 서식할 수 있게 해 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보호구역을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근본적인 요소로 본다. 보호지역은 자연생태계의 기능을 유지하고, 생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 자연 보호지역이 많아지고 면적이 커진다는 것은 생태계가 적응하고 스스로 복원하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기후위기 시대에 보호구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4분의 3을 덮고, 지구상 물의 97%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피로는 지구상 생활공간의 99%를 차지한다. 3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해양과 해안 생물다양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해양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해양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줄인다. 
 
이렇게 지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양은 얼마나 보호되고 있을까?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전체 해양면적의 7.91%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해양의 1% 미만이 보호되던 2010년 이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세계 해양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이다. 세계 해양학자들은 해양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해양면적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양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

 
국제사회가 해양을 보호하는 일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UN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CBD COP10)에서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 계획과 함께 아이치 타겟(Aichi Target)으로 잘 알려진 생물다양성 목표가 채택되었다. 해양과 관련해선 관할권 해양 면적의 10%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가 합의되었지만,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UN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도 해양생태계 보전이 14번 목표로 설정되었다.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활동 중 해양보호구역 지정 면적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최소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2030년까지 지구 육지와 해양의 최소 30%를 보존·보호하는 것을 포함해 지구 생물다양성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제가 등장했다. 영국 주도의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오션 얼라이언스(Global Ocean Alliance)도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 및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보존조치로 전 세계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7정상회담, Global Ocean Alliance에 참여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양 보호를 위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UN생물다양성협약(CBD) 제15차 당사국총회가 중국 쿤밍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당초 지난해 쿤밍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되어, 올해 10월과 내년 4월에 각각 1부 온라인, 2부 대면회의로 나누어 열리게 되었다. 이번 총회에선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가 새롭게 채택될 예정인데, 지난 아이치 타겟 이후 2021~2030년에 대한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담은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 채택과 이행을 촉구하는 쿤밍선언이 발표되었다. 총 17가지 중 11번째 약속이 ‘인간의 활동이 가져오는 악영향으로부터 해양과 연안 생물다양성 보호 및 기후대응력 강화’이다. 지난 아이치 타겟과는 달리, 기후대응력을 강조했고 해양보호를 단독으로 언급했다.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면적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30×30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에 반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내년에 열릴 2단계 회의에서 해양보호구역 30×30과 관련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사회가 해양을 지키기 위해 말뿐만이 아닌 실제적 행동을 이뤄나갈 수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 또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작 2.46%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갯벌 ⓒ화성환경운동연합
 
우리나라는 해양보호구역을 해양생태계 또는 해양생물 등을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 공유수면에 대해 지정·관리하는 구역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현재까지 전국 31개소(1798.4km²)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 지정된 곳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갯벌 14.08km²로, 2021년 7월 습지 보호지역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해양면적 대비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현재 해양보호구역 면적은 세계자연보전연맹 기준 2.46%에 불과하다. 전체 해양 면적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국제적 목표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로, 해양보호구역 면적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중에 조업금지 구역(No-Take Zone)은 단 한 곳도 없다. 조업금지구역은 어떤 생물도 채취해서는 안 되는 지역으로, 해양보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조업활동이 가능하다. 조업금지 구역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보호구역 카테고리의 핵심수단인데, 심지어 미국에서는 조업금지 구역이 없는 해양보호구역은 진정한 보호구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지난 9월 영국 플리머스(Plymouth) 대학에서는 11년간의 연구 끝에 해양보호구역에서의 어종이 상업 조업지역보다 43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지역인 영국 라임 베이(Lyme Bay) 해양보호구역은 206㎢로 영국 최대 규모로, 2008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트롤 어업과 같이 파괴적인 어업 활동이 불가한 지역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관리를 강화하면 해양생태계가 복원된다는 상식을 증명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효과성을 연구한 사례는 없다. 일부 지역만이라도 조업금지 구역을 만들면,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효과성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생태적, 사회적 효과성을 도출하고, 해양보호구역 지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보호구역 면적을 확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해양보호구역 지정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를 종합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정’ 중심의 해양보호구역 정책에서 ‘관리’ 중심의 해양보호구역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해양보호구역 관리 계획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해양보호구역을 관리하기 위한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렵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생태자원 조사와 주민 모니터링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지만 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일부 전문가만이 가능하다. 해양보호구역 관리를 생태탐방로, 방문객 센터 등 이용시설 설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연합은 올해부터 해양보호구역 확대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해양생물이 안전하게 산란하고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함이다. 현재 연안 위주의 해양보호구역을 연근해 수면으로 넓히기 위한 활동과 함께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종합적인 보전 및 관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
 
글 / 최선형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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