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독극물 버리는 나라

환경연합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바다에 배출한 기업들의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국회 앞 여의도 한강에서 보트시위를 진행했다 ⓒ전병조
 
사람들은 죽어간다. 급작스럽게, 또는 천천히.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내려앉고 배가 뒤집히면 많은 사람들은 ‘급작스럽게’ 죽는다. 비록 세월에 묻히고 해결된 문제도 없다지만, 그런 사고는 그나마 인과관계도 분명하고 보도된 기사라든가 유가족 모임이라든가 정부의 임기응변 같은 사회적 흉터라도 남는다. 그러나 우리를 ‘천천히’ 죽어가게 하는 위험에는 관심이 훨씬 적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께름칙함을 새삼 떠올리게 해준 ‘독살’이 또 한 번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에 독극물 버린 발전소들

 
한수원의 핵발전소와 발전 5개사의 화력발전소가 지난 6년 6개월 동안 독극물로 분류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1만 톤 넘게 바다에 배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8월 2일 아침. 울산 해양경비안전서(이하 해경)가 무슨 수사를 했더라는 인터넷 기사 링크가 바다위원회 사무국에 전해졌다. 유해화학물질을 바다로 무단방류해 온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를 울산 해경이 조사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대부분의 발전소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터빈을 돌려줄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풍차를 이용하거나 물레방아를 이용하기도 한다. 초대형 보일러에서 물을 끓여 얻는 증기의 압력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 연료가 우라늄이면 원자력발전소, 석탄이나 석유 또는 천연가스일 때는 화력발전소라고 부른다. 터빈을 돌리고 난 수증기가 차가워져 다시 물이 되어야 ‘보일러’를 순환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발전소를 주로 바닷가에 짓는 이유는 뜨거워진 시설과 그 안의 수증기를 식혀줄 대량의 냉각수를 얻기 위해서다. 짠 냉각수는 그 열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채 온배수가 되어 바다로 돌아간다. 
 
이 온배수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날 때 거품이 생긴다. 온도 차이 때문이다. 솔직히 거품이 생기는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다. 거품 발생의 장본인인 발전사 스스로의 심미안으로도 ‘미관상 좋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라니. 
 
대신 온배수에 거품제거제를 혼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울산화력본부가 사용한 거품제거제가 문제를 일으켰다. 울산 해경이 알 수 없는 악취로 두통을 호소하던 발전소 인근 어민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추적 결과 울산화력본부가 배출한 디메틸폴리실록산이 덜미를 잡혔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소량으로도 거품을 없애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배수와 거품 문제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발전소에서도 당연히 사용한다. 불행히도 수생환경에 주는 영향은 나쁘다. 때문에 해양환경관리법이 해양배출을 제한하는 물질이다. 울산 해경은 곧바로 관할 내 월성, 신월성, 고리, 신고리 핵발전소로 눈을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전국의 산하 발전사를 자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순식간에 전국 뉴스가 됐다. 
 

디메틸폴리실록산, 사람에게도 생식독성 위험 

 
최근 이철우 국회의원실은 한수원과 발전 5개사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와, 국내 발전 5개사의 화력발전소들이 2010년부터 6년 6개월 동안 디메틸폴리실록산 1만679톤을 바다로 흘려보냈다고 발표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눈과 피부 그리고 호흡기 점막에 자극을 느끼게 한다. 암컷 실험쥐의 피부에 일정 농도의 해당 물질을 주사하면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되는 확률이 떨어진다.  사람에게도 생식독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수중 환경에 노출될 경우, 어류에 독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생체에 농축되기도 한다. 그런데 LC50이나 생물농축계수처럼 숫자로 표현된 그 ‘정도’는 하나같이 국제 기준과 그에 따른 국내 법 기준을 피해갔다. 
 
LC50을 예로 들자. 이 정보는 어떤 물질이 특정 종 생물집단의 절반을 죽일 수 있는 농도다. 기간은 48시간인 경우도 있고 96시간인 경우도 있지만, 며칠 정도의 단기적 영향을 겨냥한 것을 알 수 있다. 으레 대형 폭발사고나 대량 유출사고처럼 ‘한 방’에 의한 화학물질 피해에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영향에 대한 논문이나 지속적인 노출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찾을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해양환경관리법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의 해양배출을 ‘금지’하기보다는 ‘제한’해두는 정도다. 해양수산부는 이렇게라도 해뒀지만 환경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명령하고 있는 환경부 고시에서는 이 물질의 이름도 고유번호도 찾아볼 수가 없다. 화평법은 구미 불산 누출사고만 피하려는 것 같다. 법 체계부터 혼선을 빚고 있으니 산업계에서 “처리 기준이 없다”는 핑계거리로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노릇이다. 
 
환경연합 바다위원회가 여의도 한강에 보트를 띄우고 플래카드를 펼친 것은 국회를 흔들어 깨우기 위해서였다. 마스크와 고글 그리고 장갑 착용이 권장되는 물질에 수많은 어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됐다. 좀처럼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는 생식독성 물질을, 수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다생물이 들이켰다. 정치가 혼곤한 꿈을 꾸는 동안에도, 또는 ‘급격한’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이들을 위해서만 깨어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천천히’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죽어간다. 
 
이번 소포제 해양배출 사건에 국회의원실 몇 곳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경 본부가 전국의 관할 서에 수사를 명령하고, 산업부가 자체 조사에 나선다는 뉴스는 ‘용의 머리’였지만, 결과는 두 달째 감감 무소식이다. 작년 6월 디메틸폴리실록산 배출 무죄판결이 재현되며 뱀 꼬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독극물 해양 배출 막기 위한 대책 마련해야

 
바다를 독극물 싱크대로 여기는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불법배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 관련법의 혼선을 바로잡아야 한다. 무거운 벌칙 조항도 마련해야 한다. 다가오는 국정감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디메틸폴리실록산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 조사를 구체화하도록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우리는 불과 9개월 전까지 ‘바다에 폐수 버리는 (유일한) 나라’였다가, 이제는 ‘바다에 독극물 버리는 나라’가 되려하고 있다. 사람이 내놓은 온갖 폐수로 바다가 그렇게 느릿느릿 죽어가고 있던 걸 바로잡는 데 30년이 걸렸다. 환경운동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바다는 잠들지 않으려 제 몸을 파도로 철썩이는 거라는데 그대도, 나도,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우리마저 잠들면 어머니 지구가 죽고 사람들도 죽는다. 빠르거나 혹은 느리거나.
 
글 / 전병조 포항환경운동연합 간사이자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사무국장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