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유령들이 꽃게를 잡는다

소연평도 구선착장에 쌓아놓은 폐그물엔 꽃게 수십 마리가 그물에 걸린 채 썩어가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지난 10월 인천환경연합으로부터 사진 몇 장을 받았다. 해안과 어촌마을 사진이었는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중 어지럽게 쌓여있는 그물들이 적지 않았는데 사진을 확대하자 수십 마리의 꽃게들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해양쓰레기 조사차 소연평도와 대연평도를 둘러보고 찍은 사진이에요. 플라스틱 페트병 같은 쓰레기도 문제지만 섬 곳곳에 버려진 폐어구들이 너무 많아요. 요즘 꽃게잡이가 한창이라 섬 곳곳에 사용했던 그물들이 버려져 있는데 꽃게들도 걸린 채 그냥 버려놨어요. 꽃게 썩은 냄새가 섬 전체에 진동을 해요. 아주 심각합니다.” 박옥희 인천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처참한 현장을 전했다.  
 
귀한 꽃게가 왜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것일까. 
 

쓰레기 취급된 꽃게

 
연평과 백령·대청어장 등에서 잡히는 인천의 꽃게는 전국 어획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해역의 가을어기 꽃게 어획량을 보면 2009년에 1만2484톤으로 최대 어획을 보인 이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9년 2873톤으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3774톤으로 다소 늘어났지만 여전히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어종이다.   
 
정부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꽃게를 보호하고 있다. 꽃게 산란 기간인 6월부터 9월 중 2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은 금어기를 정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꽃게의 금어기는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다. 하지만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 해역은 꽃게 산란시기가 늦어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를 금어기로 정했다. 어선들은 금어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바로 바다로 나가 그물을 설치한다. 꽃게가 지나가는 길목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긴 그물을 네트처럼 설치해 꽃게가 그물에 걸리게 하는 방식으로 꽃게를 잡는다. 
 
폐어구와 함께 뒤엉켜 버려진 꽃게들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환경연합에 따르면 그물과 함께 버려진 꽃게들은 소위 ‘물렁게’라 불리는 것들이다. 꽃게를 비롯한 갑각류는 탈피를 통해 성장한다. 기존 껍질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형성하는데  기존 껍질에 비해 약 15% 이상 크다. 새 껍질은 처음엔 종이처럼 연하고 물렁물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껍질이 단단해지고 내부로 살이 차오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탈피 게는 종종 속이 빈, 살이 덜 찼다는 오해를 받아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 물렁게는 9010월에 많이 잡히는데 전체 꽃게 어획량의 708% 정도를 차지한다. 조업기간에도 외부에 알을 품은 꽃게나 체장이 6.4cm 이하의 꽃게는 포획이 금지되어 있지만 탈피된 꽃게에 대한 제재는 딱히 없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상품 가치가 없는 꽃게를 힘들여 뗄 필요도 없어 그물과 함께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해역 꽃게는 총허용어획량(TAC) 적용 대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연평도 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꽃게 어획량을 산정하고 TAC를 할당받은 어업인만이 TAC 할당량 내에서 꽃게를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획된 꽃게는 지정된 판매장소에서 위판되며 이를 통해 어선의 어획량을 확인한다. 하지만 위판되지 않고 버려지는 물렁게는 이에 잡히지 않는다.  
 
사실 물렁게 포획과 폐기 문제는 전부터도 논란이 되어왔다. 어민들 사이에서도 물렁게가 많이 잡히는 9월초 조업을 자제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조업일수는 다소 줄어들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고 좋은 품질의 꽃게를 더 많이 어획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것이다. 
 

바다 속을 떠도는 유령, 폐어구 

 
연평도에 밀려온 폐어구들  ⓒ인천환경운동연합
 
꽃게의 수난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천환경연합 조사에 따르면 인천 연평도의 경우 바다로부터 밀려들어오는 해양부유쓰레기보다는 폐어구로 인한 쓰레기가 더 많았다. 섬 내 쌓아둔 해양쓰레기는 육상으로 반출돼 처리되는데 육상 반출 주기가 연 1~2회 정도라 섬 내 적치되는 기간이 길어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또한 태풍 등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갈 우려도 적지 않다. 박옥희 사무처장은 “섬 안에도 소각장 등의 폐기물처리시설이 있다. 하지만 해양쓰레기는 해양수산부 관할이다보니 섬 내에서 처리가 불가능하다.”며 “섬 내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과 매립할 것, 소각할 것들을 분류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수부, 환경부, 지자체 등이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상으로 가져온 쓰레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조업과정에서 상품가치가 있는 꽃게만 따내고 물렁게처럼 상품가치가 없는 것들은 그물과 함께 바다에 버려지기도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해양 쓰레기는 매년 증가해 연간 약 14.5만 톤이 발생하고 있다. 이중 초목을 제외한 해양 플라스틱은 8.4만 톤인데 해상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60%를 차지한다. 환경연합은 어구와 부표 등을 문제로 지적해왔다. 해수부 또한 폐어구 발생량을 약 4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중 수거되는 폐기물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바다에 가라앉거나 떠돌면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실·투기된 폐그물에 갇히거나 걸려서 폐사하는 생물들도 상당하다. 이를 ‘유령어업’이라고 부르는데 연간 어획량의 10%에 달한다고 해수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생분해성 어구 도입을 해법으로 내놓는다. 지난 11월 11일 환경연합이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어구관리 토론회’에서 정부측 발제를 맡은 양영진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 과장은 향후 “양식장에 사용되는 모든 부표를 2023년까지 친환경 부표로 전환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생분해성 어구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종명 동아시아오션 공동체 소장은 “어업인도 선상 집하장과 같이 어구 관리를 위한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면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어구 실명제와 유실 어구 신고제가 어구 관리를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창은 대형선망수협 상무는 “현행법에 정해진 대로만 하더라도 이미 우리 연안을 몇 겹으로 덮고도 남을 양의 그물이 사용되고 있다”며 “어구실명제를 통해 체계적으로 어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국내 총 41종의 허가어업이 있으며 정부는 어업에 사용하는 어구가 규정된 어구의 허가정수의 약 3배 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연합 이용기 활동가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자망 그물의 길이만으로도 이미 지구를 4바퀴 감을 정도다.  현행보다 강력한 어구관리를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꽃게와 바다가 멸종되기 전 

 
지난 11월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수산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어구·부표를 제조 또는 수입하는 경우 출고 또는 수입가격과는 별도의 금액을 제품가격에 포함시키는 어구보증금제도를 도입하고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실시의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는 것으로, 어구에 대한 관리 및 총허용어획량(TAC) 중심의 어업관리 강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의결에 대해 환경연합 이용기 활동가는 “어구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현재 불법어업을 하다 걸려도 실제로 처벌받는 비율 5~10%뿐이다. 벌금도 불법어업을 해서 얻는 이익보다 낮다.”며 “어민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하지만 실제 어민들을 만나보면 폐어구의 심각성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강력한 제재가 수반되는 어구 관리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국회 본의회 통과가 남아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꽃게 자원 증대를 위해 매년 어린 꽃게 방류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남획과 해양쓰레기 문제가 해결하지 않는다면 꽃게와 바다생물의 멸종은 현실이 될 것이다. 꽃게와 바다가 사라지기 전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글 /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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