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판단 미루면 새만금 호는 침몰한다!

적갈색을 띤 새만금 내측으로 어선이 지나가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積羽沈舟(적우침주). ‘새털이라도 많이 쌓이면 배가 가라앉는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작은 힘이라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큰 힘이 됨’을 이르는 말이지만 ‘할 일을 계속 미뤄 결국 아무 일도 못 하게 된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새만금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4조4000억 원 들여도 수질 최악

 
새만금간척사업 이후 새만금호 수질은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사업 초기부터 강 하구를 막는 간척사업이 가져온 환경악화를 시민사회는 꾸준히 문제 삼아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수질개선사업을 하면 수질이 좋아지니 좀 더 기다려보자’ 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조5000억 원을 들여 1단계 수질개선사업을 했지만 수질 개선이 실패하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다시 2조9000억 원을 들여 2단계 수질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새만금호 수질은 5~6등급이라는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지난 1월 28일 전라북도청 수질개선과는 보도자료를 내 ‘연내 새만금호 목표수질 달성여부 판단은 시기상조’라며, 목표수질 달성 시기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2단계 수질개선 사업으로 상류의 수질은 개선되었는데, 새만금호 내부는 간척사업이 진행중이고 호내 수질대책은 내부공사가 완료된 뒤에 할 수 있기에 수질이 나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간척사업이 마무리되고, 3단계 수질개선사업을 추가로 진행하면 수질은 개선될 것이라 말한다. 전라북도 공무원을 만나 속내를 들어보면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해수유통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논조로 말한다. 그렇게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전라북도의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현재 새만금호 수질이 너무 나빠져 잘못하면 새만금 사업 자체가 실패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평가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새만금 담수호 추진으로 전북의 수산업이 14조 원에 해당하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광업 피해도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이 피해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 대책 없이 무조건 시간만 연장하자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둘째, 전북도는 내부개발이 38퍼센트에 불과하므로, 목표수질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말은 앞으로 더 내부개발이 진행되면 수질이 더 악화되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루 빨리 수질 평가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셋째, 호내수질대책은 내부공사가 완료된 다음에야 추진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침전지와 총인처리시설은 위치를 정해 사업을 추진하면 되는데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전북환경연합은 농업용지 일부에 저수지(침전지 역할 수행)를 만들어 농업용수를 빨리 공급해야 한다고 이미 제안한 바 있다. 이렇게 농업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새만금호를 해수호로 만들면 호내수질대책은 달성된다. 
 
 
 
넷째, 상류 수질이 개선되었는데, 새만금호 내부는 공사 중이라 수질이 나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상류 지천의 수질은 개선되었어도 그 물이 모여 최종적으로 새만금으로 들어가는 강 하구(만경강하구 측정지점 ME1, 동진강 하구 측정지점 DE1)의 수질(COD기준)은 2단계 수질개선사업이 시행된 2011년에 비교하면 더 나빠졌다. [ME1: 10.1(2011년) → 11.3(2019년). DE1: 7.4(2011년) → 9.8(2019년). 단위 mg/l]. 그리고 이 지역은 내부 공사 지점으로부터 먼데다가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내부공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섯째, 담수호를 목표로 한 새만금호 내 수질 대책은 현재 수행되고 있는 만경강과 동진강 수질 대책(2019년 말까지 4조1828억 원 집행)에 비해 몇 배 더 많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3단계 수질 대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새만금 수질 판단 빠를수록 좋다

 
전북의 시민사회는 전북도의 주장이 무의미한 수명연장 시도이고 혈세만 낭비할 뿐 새만금 개발사업에도 전라북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새만금 수질에 대한 판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혈세 낭비를 막고, 혼선과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다음 세 가지 사례를 보면 앞으로 새만금 사업이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새만금 심포항 바닥에 가라앉았던 닻을 올리자 시커먼 펄이 올라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시화호는 빠른 판단을 통해 농업용수는 탄도호라는 별도의 농업용 저수지를 만들어 공급하고, 시화호 자체는 해수유통으로 깨끗한 기수호(담수와 염수가 섞여 있는 해역)를 만들었다. 잠재된 위험을 제거하고, 깨끗한 호수 옆에 산업단지와 주택단지를 예정대로 건설하고 있다.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음에도 강행된 4대강사업은 심각한 수질악화와 ‘녹조라떼’를 일으키고 있으나 4대강사업에 맞춰 농업 방식을 바꾼 농민들의 반발 때문에 수문을 열거나 보를 해체하는 결정을 내리지도 못해 많은 피해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충남도는 보령호를 해수유통할 계획이었으나, 농민과 농어촌공사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 토지를 소유한 이해당사자가 생기고 난 뒤에는 결정과 집행이 더 어려워진다. 
 
새만금호의 모델이라 불렸던 일본 이사하야만 간척사업도 판단을 미루다보니 간척지 농민들과 외해 어민들이 대립하여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에 의한 어업 피해는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정리한 실패 지식 데이타베이스 「실패 백선」에서 공공 사업(건설 사업)의 실패 사례로 제시될 정도이다. 이러한 실패에 이른 경위로 ‘이해관계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개시, 환경영향조사 불충분, 잘못된 판단’ 등이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공공 사업’이란 부분이다. 잘못되었다면 멈춰서 수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미룬 채 계속 달려 나간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의 성패는 수질관리에 달렸다. 새만금 호내 수질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방조제로 가로막혀 새만금호 내부 바닥에 쌓인 오염물질이 용출되고, 광범위하게 빈산소층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해수유통량을 대폭 확대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쉽고 근본적인 대책이다. 
 

새만금에 필요한 건 해수유통

 
새만금호를 담수호로 만드는 이유는 농업용수 공급인데 현재 농지는 원래 계획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별도로 농업용저수지를 조성하면 새만금호는 해수를 유통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왜 의미 없는 담수화에 집착하는가? 해수유통을 통해 기수역과 농업용 저수지를 함께 조성해 관리하는 선진국형 하구 관리에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지 묻고 싶다. 
지금 새만금에 필요한 것은 가능성 없는 3단계 수질대책이 아니라 해수유통을 통한 새만금개발계획의 전면 전환이다. 2020년, 정부는 새만금 해수유통을 결단하고, 해수유통량을 대폭 확대하는 결정을 반드시 내려야 한다. 표를 의식하고, 관료제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두려워 계속해서 판단을 미룬다면, 그것이 새털처럼 쌓여서 새만금이라는 배를 침몰시킬 것이다.
 
글 /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