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푸른 바다 그리고 해양쓰레기

서해 가로림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이 수식하는 단어로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떠오르는 곳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깊고 푸른 동해, 다양한 생물의 보고 서해, 수놓은 듯 아름다운 섬들이 모인 남해. 모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곁에 있어 줘서 고마운’ 곳들이다.
 
바다는 긴 역사 동안 끊임없이 주요 단백질원인 물고기와 소금을 인류에 제공했다. 또한 석유와 광물자원을 매장한 바다는 인류가 보기엔 “무한한 자원의 보고”이다. 모순되게도 이러한 바다에 우리 인류는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돌려받게 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바다는 지금 아프다

 
지난달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세상에 알린 “아귀 뱃속 페트병”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의 뱃속에 플라스틱 페트병이 통째로 들어있다는 내용이다. 아귀 뱃속 페트병 보도 전 우리는 인도네시아 해변에 떠밀려온 향유고래 사체에서 5.9킬로그램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해야 했다. 
 
전북 칠산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 페트병이 나와 충격을 주었다 사진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네이처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놀랍게도 우리나라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2·3번째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곳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오스트리아환경청에서는 조사한 모든 사람의 대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사람이 개발한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이 지금은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물질로 돌아왔다. 
 
환경연합은 지난해 10월 무동력 항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바다 속에 침적된 어구를 눈으로 확인했다. 바닷물을 머금고 서로 뒤엉켜있어 기중기로 끌어올려야만 수거가 가능한 묵직한 폐어구들이 아름답고 푸른 바다에서 건져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항해 도중에는 수면에 떠다니는 각종 생활 쓰레기와 스티로폼 부표를 끊임없이 목격했다. 바다에 나갈 때마다 쓰레기를 목격하는 선박 승무원들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정도다. 육지에 있는 우리는 알지만 직접 느껴지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이 가져오는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은 많은 매체를 통해서 보도됐다. 부유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강한 적외선과 파도로 플랑크톤의 크기까지 잘게 부서진다. 부서진 플라스틱은 물속에서 햇빛과 염분에 의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유독물질을 머금게 된다. 바닷물고기는 플랑크톤과 미세 플라스틱을 구별할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는 체내에 독성을 쌓아가고 먹이사슬에 의해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 독성 단백질과 미세 플라스틱을 돌려주고 있다.
 

우리가 버린 해양쓰레기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25년간 바다에 1억3천만 톤의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했다. 우리나라에서 해양에 폐기물을 함부로 투기할 수 없다는 개념은 1977년 12월 31일 해양오염방지법이 생기면서부터이다. 함부로 버릴 수 없지만, 제도 안에서 해양투기가 가능한 시기였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육지에서 처리하기 힘든 폐기물은 해양투기가 가능했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시절 우리나라는 오염된 진흙 오니, 폐수, 폐산·폐알칼리, 하수도준설물, 가축이나 사람의 분뇨 등 다양한 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폐기물 해양배출 규제 관련 국제조약인 런던협약의 당사국 지위를 확보하고도 2006년까지 유일하게 하수 찌꺼기를 해양에 배출하는 국가로 등재돼 있었다. 해양 폐기물 투기는 2016년 1월 1일에서야  중지됐다. 
 
육지에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는 연간 18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67퍼센트가 육지에서 해양으로 유입된 쓰레기고, 33퍼센트가 폐어구나 부표 등의 쓰레기이다. 육지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는 홍수 등으로 매년 꾸준히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쓰레기는 총 약 15만2천 톤이며, 이 중 90퍼센트가 침적 쓰레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쓰레기 총수거량은 연간 4만~5만 톤에 불과하다. 
 

해양보호구역에 넘치는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

 
환경연합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해양 서포터즈를 모집해 해양환경보호 캠페인을 기획, 진행하고 국내외에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환경연합 해양 서포터즈는 지난 12월 15일 해양정화 활동을 위해 서산·태안 지역 가로림만 초입에 있는 벌천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마을 주민들이 이미 정화 활동을 진행했음에도 우리가 가져간 마대 자루가 부족할 만큼 쓰레기는 넘쳐났다. 국가가 지정하여 관리 중인 해양보호구역임에도 숙박시설이 운영되고 시설에서 흘러나온 부탄가스, 폭죽, 생활 플라스틱이 끝없이 손에 잡혔다.
 
가로림만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
 
가로림만은 2016년 7월 25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조력발전소가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환경연합을 포함한 환경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의 연대로 물범의 서식지인 가로림만을 지켜냈다. 가로림만은 보호생물의 서식지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해양생물보호구역이 됐다. 현장에 띄운 드론에 담긴 가로림만의 모습은 마치 소형 다도해상국립공원을 보는 듯했다. 넓게 퍼진 섬들 사이로 바닷물과 갯벌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너무나 아름다워 넋이 나갈 것 같은 공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가 널려있다. 
 
해안가, 바다의 쓰레기 문제는 비단 가로림만 해양생물보호구역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사천의 광포만을 찾았을 때 우린 사람들이 깊숙이 버리고 간 전기밥솥, 진공청소기, 냉장고까지 다양한 쓰레기를 확인하고 건져올 수 있는 만큼 밖으로 이동시켰다.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지난 12월 15일 환경연합 해양 서포터즈는 벌천포 해수욕장을 찾아 정화활동과 함께 해양쓰레기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국인처럼 살려면 최소한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함을 극복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지킬 수 없다.
 
낭만과 젊은 청춘의 추억으로 해변에서 사용한 폭죽을 나는 얼마나 사용했던가? 홍수로 떠내려와 바다에 쌓이는 저 많은 플라스틱 병을 나는 얼마나 사용했던가? 모래사장에 묻혀있던 일회용 숟가락, 라이터 그리고 플라스틱 밧줄 등을 그동안 나는 얼마나 사용했던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라고 아름다운 바다에 계속 말해주고 싶다. 
 
 
글・사진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