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고기, 이제 잡지도 사지도 마세요

노량진 수산시장
 
“물 좋은 오징어 보고 가세요. 속초에서 잡힌 국산 오징어, 좋은 값에 드릴게.” 
 
지난 5월 11일 환경연합은 해양서포터즈 대학생 기자단과 함께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했다. 금어기 어종이 실제로 판매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속초오징어”로 표기돼 진열된 살오징어는 4월부터 5월까지가 금어기다. 하지만 수산시장에선 국내산 생물오징어를 찾을 수 있었다. 
 

금어기·금지체장에도 유통되는 물고기

 
오징어뿐만 아니었다. 고등어는 4월부터 6월까지 금어기다. 하지만 수산시장에서 국산고등어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물은 아니었지만 포획 시기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금어기에 잡았는지 아니면 금어기 외 시기에 잡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금어기는 정부가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수산동식물의 포획 및 채집을 금지된 시기다. 현장에선 금어기와 관계없이 금어기 포획 금지어종이 거래되고 있었다. 
 
수산시장 수조에는 작은 돌돔도 헤엄치고 있었다. 자연에서 자란 돌돔은 양식과 달리 검정과 흰 무늬와 빛깔이 매우 밝고 선명하다. 물고기를 모르는 사람도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자연산 돌돔은 체장이 24센티미터 미만은 포획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산시장에선 손바닥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연산 돌돔도 눈에 띄었다. 중국에서도 15센티미터라는 작은 포획체장을 가진 병어는 우리나라에선 금지체장조차 없다. 금지체장이 없는 어린 병어는 값어치가 없어 열두 마리에 만 원에 팔렸다. 더 자랐다면 번식도 하고 어민은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었을 것이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

 
볼펜 크기보다 작은 어린 병어들이 불법적으로 남획되고 있다 ⓒ이용기
 
그동안 환경연합은 현재의 총알오징어, 풀치 등 법적 어획체장 기준이 어린물고기 포획을 허용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더 엄격한 체장기준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다행히 지난 4월 19일 정부는 자원량에 따른 금어기 및 금지체장을 강화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부터 금어기와 포획 금지체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이 전체 어종으로 확대하진 않았지만, 최근 문제가 되었던 총알오징어의 체장강화를 포함한 14개 어종의 금어기와 금지체장이 조정된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의 주요 개정은 ▲어린 오징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와 금지체장 강화 ▲어린 가자미류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신설·강화 ▲어린 청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신설 ▲산란기 삼치를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 신설 ▲산란기 감성돔과 어린 감성돔을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금지체장 신설·강화 ▲어린 넙치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강화 ▲어린 대문어와 참문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중 신설·강화 ▲대구 자원보호를 위한 금어기 일원화 및 금지체장 강화 ▲미거지, 넓미역의 지역특성 반영을 위한 제도개선 등이다. 
 
이번 개정으로 살오징어 포획 금지체장이 현재 12센티미터에서 19센티미터로 강화될 예정이다. 금어기 역시 현재 4월 1일부터 5월 말까지였던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하여 4월 1일부터 6월 말까지로 강화된다. 살오징어의 생산량은 2014년 16만4천 톤에서 2018년 4만6천 톤으로 급감해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가자미 등 일부 어종의 경우 어린 물고기 보호를 위해 어민이 직접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바다에서 어로 활동을 하는 어민들이 체감한 어획의 감소가 어종의 보호 필요성을 요구한 것이다.
 

실효성 높일 장치 필요

 
비록 살오징어의 포획 체장이 강화되더라도 총알오징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안복합과 근해채낚기는 금어기간이 총금어기간보다 한 달 짧다. 그리고 정치망은 개정과 관계없이 모두 제외대상이기 때문이다. 정치망 어업은 물고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크게 그물을 치기 때문에 대상 어종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린물고기부터 커다란 물고기까지 포획된다. 또한 포획 금지어종이 지정 위판장이 아닌 곳을 통해 유통되면 다양한 예외조항을 가장해 외부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식탁 위 반찬 정도로 생각되는 바닷물고기를 적정수준으로 잡기 위해 설정한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지키기엔 보완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다. 특히나 현재의 어업지도 및 단속 시스템은 혼획과 남획량을 현장에서 파악할 수 없거나 불법어업 어선의 단속 회피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해양생태계 보호와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서는 금어기, 금지체장 강화뿐만 아니라 어업 지도 및 단속 시스템 정비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대화된 어선 정보 시스템 구축으로 지도·단속자가 어선, 탑승자, 포획 어종, 어획 기간, 선박 위치, 어구, 어획량 등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해 투명성과 추적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된다.
 

행동하는 시민 

 
미국의 해양 학자 보리스 웜은 2006년 사이언스지에 “현재와 같은 어업으론 2048년 상업적 어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랐을 때 바다에서 자란 물고기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물고기 감소에 위협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원인이 파악되면 정부와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서 미래 세대와 바다와의 공생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물고기 감소의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 혼획, 남획을 지목한다. 전 세계가 함께 힘을 모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제외하면, 혼획과 남획이라는 물고기 감소 원인이 남는다. 이 두 원인을 줄여 부르면 “불법어업”이다. 
 
환경연합이 해양서포터즈를 준비하며 개설한 “총알오징어” 모금에 1만5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시민들은 어린 개체에 대한 보전에 힘을 실어주었고 어린 개체에 대해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행동을 공유했다. 그러자 오징어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판매품이 총알오징어가 아니라는 부연설명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번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살오징어의 체장이 번식이 가능한 19센티미터로 늘어났다. 이번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성과의 주체는 함께 행동하는 시민들이었다.  
 
이번 결과를 통해 행동하는 시민이 많아지면 우리 바다를 보전하고 해양생물을 보호하는데 어떤 누구보다도 혁신적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행동하는 시민이 우리의 희망이다.
 
 
 글・사진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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