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쿼터제, 바다 지킴이가 되려면?

한 어선이 친 그물에 고기들이 잡혀있다 
 
풍요로운 바다생태계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준다. 그 혜택을 해양생태계서비스라 하는데 4가지 타입이 있다. 맛있고 영양가 높은 수산물을 생산하며(공급서비스), 기후변화를 조절하고(조절서비스), 낚시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제공한다(문화서비스).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생물다양성, 서식지, 일차생산력(지원서비스) 등이다. 2007년에 발간된 미국 생태학회지의 한 논문은 전 세계 연안생태계가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가 1년에 2조 달러(한화 약 2400조 원)를 넘는다고 추산했다.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갯벌이 1년에 우리에게 주는 가치가 16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에 발표한 적이 있다.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남획의 경고, 바다는 무한하지 않다

 
바다가 주는 혜택 중에 으뜸은 매일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다.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은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과 영양이 풍부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한다. 우리 바다에서 잡는 수산물은 매년 약 100만 톤인데 국민 한 명에게 1년에 20킬로그램의 생선을 공급하는 셈이다. 그러나 수산물 어획량은 1986년에 173만 톤을 정점으로 이후 매년 감소해왔다. 물고기 남획과 해양오염으로 인해 어장환경이 나빠진 탓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명태와 같은 찬물에 사는 물고기는 북쪽으로 이동하고 멸치와 고등어와 같은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가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획량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이 남획에 있다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의견을 같이한다.
 
수산자원의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수산관리 역사는 180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수산기술이 별로 발달하지 못해서 어획량이 보잘 것 없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육지나 바다 할 것 없이 자연자원은 무한해서 아무리 잡거나 채취해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18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바다의 수산자원이 고갈되는 징후가 포착되었고 자연자원은 무한하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고갈되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육상의 가축사육 개념을 바다에 도입하여 양식어업을 시도하게 되었다. 목축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육류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처럼 양식업을 통해서 질좋은 수산물을 무한정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만일 양식업을 통해서 수산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업을 규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1870년대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수산물 양식기술 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였고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루었으나 양식업만으로는 수산자원 고갈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1900년대 초에는 어업규제를 통해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어획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고기의 자원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양만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업규제를 위해서는 어획량을 정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충분한 과학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고기를 잡는 어민들이나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값싼 수산물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시민들이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민들 모두 어업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산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남획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장치나 원칙을 과학적으로 수립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알을 낳고 서식하는 장소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 무렵부터 강, 호수, 바다의 서식지 보호노력이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만한 과학의 실패

 
미국의 어업규제는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총허용어획량 제도란 1년 동안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설정하여 그 한도 내에서만 어획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총허용어획량 제도는 시대를 거쳐오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1950년대 초에는 최대지속가능어획(Maximum Sustainable Yield)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당시 이 개념의 도입으로 현대적인 수산자원관리가 등장하게 된다. 이후 수산자원을 평가하는 기법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영어의 약자를 따서 MSY라 부르는데 어족자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어획할 수 있는 1년간 최대 어획량을 말한다. 물고기를 어느 정도 잡아내면 다른 물고기들의 먹이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욱 빠른 성장을 가져온다는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MSY의 개념에 기반해서 최대경제적어획(Maximum Economical Yield)라는 개념이 수산경제학자들에 의해 도입되었다. 1956년 미국 내무부 결산보고서에서는 물고기의 성장률과 사망률을 고려한 과학적 관리를 통해서 경제적 이익과 안정적인 수산자원 관리를 최대화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불행히도 당시 미국 공무원과 과학자들은 과학의 수준을 맹신하고 MSY가 지니고 있는 한계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이 개념은 어족자원이 자연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이론에 근거했기 때문에 환경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과 물고기 간의 경쟁이나 먹고 먹히는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 수산자원의 자연적인 상태를 반영할 수 없는 개념인 것이다. 
 
1950년대는 2차대전 이후 빠르게 증가한 어선에 의한 남획을 막는 것이 우선 필요한 시대였으며 빠르게 발전하는 수산업에 비해 수산과학자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의 과학기술로 설정된 MSY는 실제 수산자원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당시 과학 수준으로는 알 길이 없는) 양보다 훨씬 많게 설정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하게 예측된 MSY에 근거해 총허용어획량을 설정하였고 이는 결국 빠른 수산자원의 몰락을 가져왔다. MSY 개념의 창시자인 시드니 홀트(Sidney Holt) 박사는 1997년 이 제도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 기존 MSY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최적지속가능어획(Optimum Sustainable Yield)의 개념이 제시되었는데 미국에 최대한 국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어획량으로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고 정의된다. 그러나 이 개념에 의해 설정된 총허용어획량도 수산자원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경제적 또는 사회적 이유로 어획량을 높게 설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서식지와 멸종위기종을 지키자 바다 회복 시작

 
미국 수산자원관리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 관리개념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초반에 제정된 3가지 법률이었다. 1972년에 제정된 「해양포유류보호법」(Marine Mammals Protection Act)과 「물관리법」(Clean Water Act), 그리고 1973년에 제정된 「멸종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은 기존의 MSY 개념에 근거한 수산자원 관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이 법률은 당시 극심한 수질오염과 1960년대부터 고조된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서 비롯됐다. 
 
특히 참치잡이 선망어업(purse seine)으로 인해 수많은 돌고래가 희생된 것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매우 높아졌다. 이 법률로 인해 고래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어업만 허가되었고, 멸종위기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모든 개발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이 중단되었다. 결국 이 법안은 고래나 물범과 같은 개별 생물종들이 전체 생태계의 일부이며 이들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재 미국은 MSY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수산자원 유지에 필수적인 서식지(Essential Fishery Habitat)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관리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필수서식지에서는 대부분 어업이 제한되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일부 어업을 허용한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1999년부터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총’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전체 어획량을 하나의 숫자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종류와 잡는 방법에 대해서 각각 총허용어획량을 설정한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이 제도는 어족자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 총허용어획량은 고등어 등 11개 어종에 대해 약 29만 톤이 설정되어 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적용되는데 이는 물고기 어획을 금지하는 기간이 보통 7~8월이어서 7월부터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 어업쿼터 정교해지자면 바다 생태부터 지켜야

 
우리나라의 총허용어획량은 생물학적허용어획량과 최근 3년간 평균 어획량을 80퍼센트 고려하고 어선 규모를 20퍼센트 고려한 가중치를 적용하여 산정한다. 생물학적허용어획량은 앞서 미국에서 이용한 MSY와 비슷한 개념이다. 만일 생물학적허용어획량이 정확하게 산정되지 않으면 전년도 어획량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수산자원의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또한 실제 어획량보다 과도하게 어획쿼터를 설정하는 것은 관리의 의미가 없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어획량은 총허용어획량의 7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였다.
 
넓은 바다에서 수산자원을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정확한 생물학적허용어획량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수산자원조사에 투입되어야 한다. 무한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면 이를 보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바다의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법률을 강화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해양포유류보호법」의 제정은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관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 후손들도 풍요로운 바다가 주는 값싸고 싱싱한 생선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글 /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 안양대학교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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