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을 세워 도요새를 부르다

환경운동연합 2020 새만금갯벌 회원대회

 
2020년 7월 온라인 회원대회가 열린 해창갯벌
 
2000년 7월 SOS 회원대회가 열린 해창갯벌
 
2020년 7월 18일, 20년 전 SOS를 외치던 환경연합 회원들이 해창갯벌을 다시 찾았다. 방조제가 막히기 전까지 이곳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이었으나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쫓기듯이 떠난 자리, 장승만이 폐허로 변한 갯벌을 지키고 있었다. 해풍에 닳아 지워진 얼굴로 그날 외치던 구호를 채 끝내지 못한 듯 입을 벌린 채 서 있거나 더러는 쓰러져 썩어가고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이었다. 바닷길이 막히기 전의 새만금은 원래 인간과 동식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천혜의 자연이었다. 80년대 들어와서 정부는 중동지역 등 해외진출 건설업체의 유휴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서해안 간척지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했고 1991년 새만금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명분은 부족한 식량 자원 확보였다. 세계 최대 철새 도래지였던 갯벌에 간척사업이 시작되자 그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모든 생명들에게는 비극이 시작되었다. 
 
2000년, 환경단체들과 5대 종단의 새만금 생명평화선언을 시작으로 갯벌을 지키기 위한 필사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2001년 1월 30일, 사람들은 사라진 바다를 되찾기 위해 해창갯벌에 장승을 심고, 향나무를 묻으며 다시 바다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2002년 6월 1일, 새만금 방조제를 쌓기 위해 주변의 많은 산들이 파헤쳐졌다. 지역 어민들이 해창산 절벽에서 ‘새만금 갯벌의 목숨을 끊지 마라’는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처절하게 맞섰다. 광화문 이순신장군상 위로 올라가 ‘대한사람 새만금 갯벌 길이보전하자’며 구호를 외쳤다.
 
죽음의 방조제를 생명의 갯벌로 바꾸기 위해 전북 부안에서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단’이 서울로 향했다. 300km, 750리, 10만 1000배. 65일간의 삼보일배에 수백 명의 어린이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스팔트에 엎드리면서 행렬에 참여했다. 개발과 탐욕에 의해 파괴당한 생명에게 어른들을 대신하여 사죄를 구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2006년 3월 환경연합 회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방조제 끝물막이 저지를 위해 해창에 모였다. 국민의견을 외면하고 방조제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끝까지 투쟁했으나 새만금 갯벌을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끝내 외면당했다. 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며 물막이공사는 끝났다. 
 
2006년 3월 새만금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2006년 물막이공사가 끝나자 갯벌과 낮은 연안 바다가 방조제에 막히면서 어패류의 산란처가 사라졌다. 갯벌이 텅 비었다. 하늘을 가득 수놓던 새들도 떠났다. 전북 수산업의 생산량은 75%가 줄어들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 터전을 잃은 어민들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로막힌 새만금호는 1급수에서 6급수로 떨어졌다. 떼죽음 당한 동죽조개 껍데기들만이 이곳이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었음을 알려주었다.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그간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새롭고 놀라운 모습이 될 것이라던 새만금은 지금 온갖 그리움과 상처만 가득한 황량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썩어가는 바다에 4조 원이나 쏟아 부으며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수질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지금 새만금의 수질은 5, 6급수로 오염되어 죽은 고기가 잡힐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변했다.
 
장승 뒤편 갯벌은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를 만들기 위해 성토작업이 한창이다. 새만금 사업단은 장승벌 앞으로 잼버리 행사장 길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20년간 그곳을 지켜온 장승마저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그나마 남아있던 장승마저 없어진다면 우리가 그동안 투쟁해온 환경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2020 새만금갯벌 회원대회
 
2020년 여름, 새만금갯벌의 회생을 기원하며 해창갯벌로 모인 환경운동연합 회원대회 참가들 앞에서 이철수 환경연합 공동대표는 장승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람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게 해준 갯벌입니다. 회복되게 해야죠. 올해는 새만금 유역 2차 수질개선사업 평가가 있는 해인데 올해를 계기로 다시 해수유통도 될 수 있게 하고, 충분치는 않지만 재생의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원년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239명의 회원들이 적어 보낸 ‘도요새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바람에 흩날리며 장승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2020 환경운동연합 전국 회원대회가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열렸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회원대회는 새만금을 그리워하는 회원들에게 메시지를 받아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대신 새만금 갯벌에 펼치고 도요새 조형물을 만들어 세웠다
 
시인 김주대는 그의 시 「출처」에서 ‘바람이 제 살을 찢어 소리를 만들 듯 / 그리운 건 다 상처에서 왔다’고 노래했다. 그리움과 상처 가득한 새만금 너른 벌에 하늘, 땅, 갯벌, 바다의 생명들이 다시 돌아올 날 언제일까? 해창갯벌 장승벌로 불어오는 짠바람 속에서 ‘기어이 잃어버린 생명들 불러오리라!’ 주먹을 말아쥐는 사람들에게 그날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글 / 김은숙 중앙사무처 운영참여국 부장 kes4858@kfem.or.kr
사진 /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8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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