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 숨통을 열어라

가시박에 뒤덮여버린 장항습지
 
장항습지는 김포대교부터 일산대교까지 약 7.6킬로미터에 이르며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말똥게 최대 서식지입니다. 철마다 다양한 새들이 장항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쉬었다 가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에도 재두루미와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 수십 종의 철새들이 장항습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장항습지에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덩굴식물 가시박입니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가시박은 다른 식물을 타고 오르는데 그 성장 속도가 빨라 순식간에 주변을 넝쿨로 덮어버립니다. 가시박 덩쿨로 햇볕이 차단된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고 급기야 고사되기도 합니다. 가시박 넝쿨은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그 영역을 빠르게 점령하는데 그 피해가 커 환경부는 가시박을 생태계교란야생생물로 지정했습니다. 장항습지 버드나무 군락지 역시 수년 전부터 가시박 넝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버드나무를 뒤덮은 가시박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노을공원시민모임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장항습지의 숨통을 틀어주기 위해 나섰습니다. 장항습지 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 단체는 지난 2월 12일~28일까지 가시박 제거 작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찾은 장항습지 내 가시박 넝쿨 규모는 굉장했습니다. 키 작은 버드나무들은 이미 가시박에 파묻혀 버렸고 가시박 넝쿨은 더 높은 버드나무로 올라가기 위해 줄기를 뻗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가시박 때문에 말라죽은 나무도 적지 않았습니다. 
 
키 작은 나무를 삼키고 더 높은 나무를 향해 줄기를 뻗은 가시박
 
장항습지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람사르 습지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환경부의 관리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합동조합 <한강> 박평수 이사는 “환경부는 장항습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눈앞에 당장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장기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단체 참가자들은 버드나무 등을 휘감고 있는 가시박을 제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작업으로 가시박을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한강과 노을공원시민공원은 3년 계획으로 장항습지 내 가시박과 미국쑥부쟁이 등 외래식물 제거 작업과 쓰레기 정화 작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이번 봄에는 장항습지가 봄 햇살을 맘껏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 /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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