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단일선체가 사라지는 날까지

우리나라에 다니는 단일선체 유조선을 모두 이중선체로 바꾸는 비용이 총 1619억 원이라고 예상하였다.
이 비용은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내고 있는 연간 순이익의 약 2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태안반도에서 멀리 제주 연안까지 서해 바다 대부분을 검은 기름으로 오염시킨 사상 최악의 유조선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세 달째다. 이 사고로 인해 풍요로운 서해 바다에 의존해 살고 있던 지역 어민과 주민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이 붕괴되는 고통에 절망하고 있으며 대책을 세워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또한 바닷새와 물고기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죽었거나 장기적으로 기름 오염의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 전국에서 달려온 100여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름을 양동이로 퍼내고 바위를 닦아내 기름 오염의 상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서해 주민과 생태계의 아픔을 치유하며, 사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동시에 이러한 최악의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일선체 추방하는 국제사회
이번 사고가 이토록 크게 확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사고를 일으킨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단일선체 구조였다는 것이다. 단일선체 유조선은 유조선의 바닥과 벽면이 한 겹의 철판으로 되어 있어 유조선이 각종 사고로 파손될 경우 기름이 유출되기 쉬웠다. 유조선의 바닥과 벽면이 두 겹의 철판으로 만든 이중선체 구조의 유조선의 경우 두 철판이 1~3미터의 간격(유조선의 크기에 따라 간격이 달라짐)을 두고 있으므로 사고로 외부 선체가 파손되더라도 내부 철판이 파손되지 않으면 기름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의 경우도 허베이스피리트호 벽면은 길이 1미터짜리 한 군데와 30센티미터짜리 두 군데가 찢어진 것에 불과하다. 허베이스피리트호 같은 초대형 유조선이 이중선체구조라면 두 철판 사이의 간격이 최소한 2~3미터 가량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파손사고로는 기름이 유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단일선체 유조선이 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은 1967년 이후 20대 주요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단일선체 유조선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중선체 선박에 의한 사고는 단 한 건밖에 없었을 정도로 단일선체 유조선은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키기 쉽다.
이처럼 단일선체 유조선이 기름유출사고를 자주 일으키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을 채택하고 단일선체 유조선을 퇴출시키기 위해 합의했다. MARPOL은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약으로, 국제해사기구(IMO)가 이 협약을 제정한 애초 목적은 선박 운항으로 인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협약 내용 개정을 통해 기름유출에 의한 해양오염에 관한 내용이 추가됐다. 이 협약에 따라 2005년부터 세계의 바다에서 단일선체 유조선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2011년 이후에는 모든 단일선체 유조선을 퇴출시키기로 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같은 국가들은 이 협약보다 더 앞서 가서 자국 영해에서 단일선체 유조선을 이미 퇴출시켰다. 유럽연합의 경우 IMO에 앞서 일찌감치 5천 톤 이상 단일선체 유조선의 일반유류 운송을 2010년부터 금지했고, 중국도 유럽연합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류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선박 벙커링 시장이 발달한 싱가포르는 2015년까지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을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단일선체 유조선 사용을 꾸준히 줄이고 이중선체 도입을 늘리고 있다.

거꾸로 가는 우리나라 정유업계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지난 3년 동안 초대형 단일선체 유조선 이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선체 유조선의 사용은 감소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초대형 단일선체 유조선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유업계와 해운업계는 다른 선진국에서 사용하지 않고 퇴출 대상이 된 단일선체 유조선을 싼 맛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선체 유조선을 이용한 원유 수입이 전체의 60퍼센트 가량 차지하며, 이는 세계 전체 원유 수급시장 평균치의 2배 이상 수준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단일선체 유조선에 의한 유류 운반이 많아 기름유출사고 재발 가능성이 크며,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와 같은 생태 재앙이 되풀이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정유업계와 해양수산부는 단일선체 유조선을 이중선체 유조선으로 교체할 경우 2005년 기준으로 원유 1배럴당 2.2달러가 들며, 우리나라에 다니는 단일선체 유조선을 모두 이중선체로 바꾸는 비용이 총 1619억 원이라고 예상하였다. 이 비용은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내고 있는 연간 순이익의 약 2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주인인 현대오일뱅크는 2007년 3분기에만 1773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그렇게나 많은 흑자를 내면서 국내 유수 대기업으로서 지녀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나 안전의식은 없었던 것이다. 반면, 다른 정유회사인 GS칼텍스는 내년부터 이중선체 유조선만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 같은 기업도 이중선체 유조선만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조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환경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정유업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유조선으로 인한 기름유출사고 방지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조속한 시일 내에 단일선체 유조선을 퇴출하고, 이중선체 유조선만 우리나라 해역을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용운 ma@kfem.or.kr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국장


사진


허베이스피리트호는 대형유조선임에도 불구하고 바닥과 벽면이 한 겹의
철판으로 되어 있는 단일선체 구조여서 피해가 더 컸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단일선체 유조선을 추방하는 국제적 추세와는 달리 국내 정유업체들은 단일선체 유조선 이용이 오히려 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단일선체 유조선 퇴출과 이중선체 유조선 도입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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