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바다를 말하다

시민환경연구소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환경·인권 문제에 관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한 청년들이 패널이 되어 제기된 이슈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온라인 모임이다. ‘해양정책청년패널단 웨비나’로 이름한 이 모임의 4차, 5차 웨비나에서는 ‘해양생태계 보전과 바다 관리를 위해 만든 국제적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 계획을 백지화시키지 못하고 있고,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시스템들에는 어떤 허점이 있는 것일까? 왜 국제사회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배출 계획을 무산시키지 못하고 있을까?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전 세계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 국제 해양환경에 대한 공공연한 테러를 일본 정부 스스로 시정하도록 기다리고만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이라는 국제협약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에 철퇴를 내리지 못하는 걸까? 우리가 먹는 참치는 한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의 원양어선들이 잡은 것들까지 우리에게 온다. 어떤 국가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에서 참치 어업이 벌어지기 때문에 ‘국제수산기구’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에서 참치 원양어업을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남획과 해상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교정은 왜 반복적으로 발생되며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질문에 관해 국제적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지 살펴보자.
 

유엔 해양법으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막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배출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다음과 같은 경위로 발생돼 왔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사고로 원자로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발전소의 핵연료는 녹아내리고 폭발이 발생했다. 결국, 도쿄전력은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녹아내린 핵연료에 직접 쏟아 부었고, 지금도 계속 이 작업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여전히 하루에도 100t이 넘는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된다. 일본이 해양 배출을 예고한 2023년까지 그 오염수는 쌓이고 쌓여 137만t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그대로 배출하는 것은 아니고 처리를 한 뒤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다핵종제거설비(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통해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원소를 오염수로부터 제거’하고, 그 후 ‘100배 이상 희석해서 제거되지 않은 삼중수소는 농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오염수 처리’를 한 뒤 배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획대로 오염수를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배출된 오염수가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ALPS의 성능에 관해 공개된 바도 없다. 이 설비가 정말 제대로 방사성 원소를 걸러낼 수 있다고 해도, 오염수를 하루에 1000t 이상 처리할 수 있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계획을 신뢰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대로라면 방사능 오염수에 함유된 어떤 방사성 원소가 얼마나 바다로 배출될지 알 수 없다. 해양 생태계에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지,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지 가늠할 수 없다. 한국 사람들만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 사람 모두가 위험에 노출된다. 
 
국제사회는 이 계획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유엔 해양법 협약이 막을 수 있을까? 패널단 웨비나에서 강연한 크리스 <월드 루이스 앤 클라크 로스쿨> 교수는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한 법적 조치로는 일본의 계획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엔 해양법에도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육지로부터 발생한 오염물 배출을 막는 조항들이 있지만, 여기서 무얼 해야 하고 무얼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된 바 없기 때문에, 유엔 해양법에 근거해 일본의 계획에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계획을 지지’해주었기 때문에 오염수 배출이 해양 환경에 유해한 것이라 여겨져 ‘제재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1950년대부터 제정 논의가 시작되어 1982년에 채택되고 1996년부터 발효되었다. 비준한 국가가 160개국이 넘고 내용도 방대하여, 국제 해양 관련법에서는 최상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구체성이 부족해 이를 보완할 다른 국제법이 도입되어왔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대응해야겠지만, 앞으로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과 같은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육상에서 해양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수산기구는 인권침해도 불법어업도 막지 못한다?

 
먼바다에서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어선원들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참치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과도하게 포획되어 죽는다. 그러나 이 남획 행위를 규제하고 관리해야 할 국제수산기구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양어선의 선원들은 극단적으로 긴 노동시간과 임금 차별, 그리고 물리적, 언어적 폭력 등에 지속해서 노출되어 왔다. 중국 국적 원양어선 ‘롱싱 629호’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선상에서 사망하고 바다에 수장된 사건이 발생했고, 선상에서 일어난 심각한 인권침해와 불법어업에 관해 국내외에 크게 보도되어 원양어선에서의 선원 인권 침해 실태를 보여주었다. 이는 단지 중국 어선의 문제만이 아니다. 작년에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Environmental Justice Foundatio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원양어선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들이 당하는 인권 침해도 위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인권이 땅에 떨어진 마당에 다른 생명이 존중받을 수 없고, 생태계의 가치 또한 존중받을 가능성도 없다. 수천 척의 원양어선이 밤낮으로 잡아 올리는 참치 중 일부는 놀랍게도 멸종위기종이다. 특히, 가장 거대하고 비싸게 팔리는 참다랑어는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어획 과정에서 상어나 돌고래 같은 다른 멸종위기종들 다수가 함께 포획돼 생명을 잃는다. 참치 어업은 해양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죽음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어업도 함께 일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샤크 피닝(상어 지느러미 채취)이라는 불법행위다. 참치잡이 배는 상어도 잡는다. 상어는 지느러미를 빼고 다른 부위는 상업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 상어 지느러미는 중식 고급요리인 샥스핀 수프의 재료여서 환금성이 높다. 그래서 어선들은 상어를 잡으면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은 바다에 다시 던져버린다. 국제수산기구가 이러한 잔혹한 불업어업 행위를 강력히 금지해야 하지만 필요한 조처는 행해지지 않고 있다. 
 
한편, 2018년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WCPFC)에서 어선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이 채택되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일 뿐이다. 이를 지키고 따를 ‘의무’는 없다. ‘롱싱 629호’ 사건 이후, 선원 인권 보호를 위한 보존관리조치를 도입하려고 논의 중이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결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권 보호를 위한 보존관리조치나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가 채택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실제, 샤크피닝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매년 언론에서 샤크피닝이 보도되고 있다. 즉, 법이 생겼다고 해도, 법이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안 지키면 처벌하는 이행 시스템이 없다면 그 법은 유명무실할 것이다. 실제 원양어업에서 이런 경향은 매우 강하다. 먼바다에 나가 어획하는 어선을 감독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 이행을 확인하는 특별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어선에 승선해서 어획 과정을 사람이 직접 감시하는 옵서버 제도나 CCTV를 설치해 불법어업이 일어나지 않는지 어획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장치, 상어지느러미 같은 불법 어획물이 당국의 눈을 피해 몰래 어선에서 수산물 운반선으로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 등도 필요하다. 이런 모니터링 장치들은 불법어업뿐 아니라 어선원 인권 침해 발생 여부도 감시할 수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바다의 내일에 관심 갖길

 
시민환경연구소의 ‘해양정책청년패널단 웨비나’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채택한 주제에 관해 브리핑하는 초청 연사의 강연을 듣고 연사에게 궁금한 바를 질문하고, 이후 소그룹으로 나눠 토론하고, 다 같이 모여 각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서 발표하게 된다. 웨비나에 참여한 청년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청년들의 바다에 관한 관심이 크다는 말이다. 바다는 지구환경의 항상성을 지키는 보루이자 인류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공간이다. 그 바다의 생태계와 그 바다에서 벌어지는 어업과 어업 종사자들의 인권을 지킬 국제적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해양정책청년패널단 웨비나’는 국제 해양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와 숙고를 담는 기획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 많은 청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글 / 정홍석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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