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죽음의 호수 죽음의 땅, 새만금의 28년

만경강을 가로지른 새창이다리 교각에 따개비들이 붙어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저 교각 위에 따개비 보이세요? 원래 이 높이까지 바닷물이 들고 났던 거예요.”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다리이자 만경강을 가로질러 김제와 군산을 이어주던 새창이다리 교각에 따개비들이 하얗게 붙어있다. 지금 다리 아래 수심은 50센티미터가 될까 싶을 정도로 낮지만 따개비들은 그보다 4미터나 더 위에 붙어 있다. 바다가 막힐 줄 몰랐던 따개비들이 바다를 기다리다 그대로 화석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것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만경강 2킬로미터까지 그 물이 올라갔어요.” 착잡한 표정으로 주용기 씨는 한참이나 말라붙은 따개비를 바라봤다. 전북대 전임연구원인 그는 오랫동안 새만금 현장 곳곳을 조사하며 새만금의 변화를 기록해왔다. 새만금 공사가 진행된 지 28년,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5월 그와 함께 새만금 일대를 둘러보았다.   
 

생합은 사라지고 썩은 뻘만 가득

 
만경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만나는 항구, 심포항이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빠지면 광대한 갯벌이 드러나고 게서 잡힌 생합이 전국적 지명도를 가졌을 정도로 갯벌의 생산성이 높은 곳이었다. 방조제가 들어선 후 갯벌도 생합도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저수지가 생겼다. 항구엔 여러 척의 배들이 정박해있다. 그 배들 대부분이 펌프를 이용한 패류 채취선이다. 저수지 바닥에 물을 쏴서 뻘 속에 있던 조개 등을 떠오르게 만들어 그물로 건지는 방식으로 어업을 한다. 그마저도 조업한 지 오래된 듯 곳곳이 녹 쓸고 낡았다. 
 
심포항에 정박해있던 배의 닻을 내렸다 올리자 시커먼 뻘들이 악취를 내며 딸려 올라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쪽에서는 정화활동이 한창이다. 바다의 날을 앞두고 김제시가 벌인 행사다. ‘바다를 살립시다’란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매고 주차장 곳곳 쓰레기를 줍는 그들의 모습이 어딘지 어색하다. “저런다고 바다가 살려져?”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홍석민 씨가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뻘이 다 썩었어요. 물도 완전 녹물인데 요새 갑문을 열었나, 그나마 좀 좋아진 거예요.” 그가 확인시켜주겠다며 갑자기 정박해 있던 배에 닻을 내렸다가 올렸다. 그러자 닻에 시커먼 뻘이 딸려 올라왔다. “방조제 막히기 전부터 여기서 어업을 했어요. 91년에 외지에 잠깐 나갔다 살다가 96년에 다시 들어왔어요. 난 보상도 못 받았어요. 그래도 그때만 해도 어업이 낫더라고요. 생합이 많이 잡혔죠. 반지락만 잡아도 하루도 몇 백만 원 씩 벌었는데. 4공구 물막이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유지는 했는데 4공구 막고 나서부터는 급격히 안 좋아졌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심포항 한쪽엔 낡은 어구들이 쌓여 있다. 박인원 씨는 “예전에 어장에서 썼던 건데 사용할 데가 없으니 이리 둔 거예요. 사업단에서 보기 싫다고 정리해달라고 하는데 난 못하겠다고 했어요. 이거 처리하려면 폐기물이라고 킬로에 300원 씩 달라는데 다 처리하려면 몇 백 만 원이에요. 남의 속도 모르고 니들이 치우라고 했어요.” 심포항에서 조업하던 그는 이제 방조제 밖에 선박을 두고 어업을 하고 있다. “김제에 바다가 없잖아요. 김제 어민들이 어디 가서 설 자리가 없어요.”라며 씁쓸해했다. 그곳 상황도 예전과 다르다고 한다. “신시도 배수갑문에서 가력도 쪽으로 그물을 내면 썩은 뻘이 묻어 올라오는데 냄새가 나요. 전어랑 숭어를 잡는데 잡아도 냄새가 나니 사주질 않아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만금 보상받지 않았냐는 말 들으면 기가 막혀요. 일시불도 아니고 1500만 원 씩 세 번 받았어요. 그래도 저거 막고 나면 어민들에게 땅 주고 농사라도 시켜준다고 해서 우린 좋은 배 폐선장까지 갖다 주고 허가권도 반납했어요. 근데 어민들한텐 농지도 임대해주지 않아요. 어민들만 죽어나가고 있어요.”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은 해수유통이다. “지난번에 갑문에서 고기 잡다가 사람이 셋이나 죽었어요. 그 사고 뒤로는 해수유통도 잘 안하려고 해요. 또 공사에 방해될까봐 아주 조금만 빼고 닫아요. 그건 해수유통이 아니죠. 해수만 유통되면 바랄 게 없죠. 여긴 다시 살아날 거예요.” 그의 기대감에는 삶의 지주를 잃은 허기가 섞여 있었다.  
 

“소금 뿌리는 데 살아? 죽지.”

 
아직 끝나지 않은 새만금간척사업 ⓒ함께사는길 이성수
 
부안군 하서면 해창갯벌은 매립된 지 오래다. 반들반들 윤이 나던 갯벌은 사라지고 듬성듬성 잡초만 무성하다. 새만금갯벌을 지켜달라며 세운 장승들이 이곳이 예전에 갯벌이었음을 호소하듯 여전히 해창갯벌을 지키고 서있다. 그 옆으로 장승 두 개가 새로 들어섰다. 지난 3월 부안 주민들이 갯벌과 바다를 염원하며 세운 ‘개양할미바다지킴이’와 ‘변산신령산들지킴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관광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한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유치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의 소리가 나온다. 
 
길을 따라 광활한 풀밭이 이어진다. 관광단지니 농업단지니 하는 구획은 의미가 없었다. 계화도 앞 갯벌도 황무지로 변한 지 오래다. 농업용지로 계획된 이곳은 2010년에 매립이 완료됐다. “저기에 날초라고 있었어, 까만 조개. 다리가 이리 빠지는데 반나절만 갔다 오면 20, 30킬로 잡았거든. 게도 잡고 동죽 잡고 바지락 잡고 백합 잡고 별거 다 잡았어. 죽합 잡으면 남자들 하루에 돈 십만 원 씩 벌었어. 갯벌 나가서 아이들 대학, 장가 다 보냈지.” 유복희 씨는 계화도로 시집와서 마을 앞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엄청 반대했지. 아들하고 싸워 재판하고 형제끼리 염병하고. 근데 찬성하는 사람들이 우두머리(이장)를 흔드니 안 되더라고. 그땐 이장들이 마을 일 보느라고 주민들 나무 도장을 다 갖고 있었거든. 어느 날은 이장이 이만한 보따리를 열더니 꾹꾹 찍더라고. 뭐냐고 하니깐 아무 상관없다면서 찍더라고.” 그 문건이 보상을 받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밥그릇을 빼앗았으면 농지라도 줘야지. 처음에 주민들한테 준다고도 했어. 헌데 주긴 뭘 줘.” 유 씨는 바로 앞 매립지를 볼 때면 복창이 터진다. 생계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은 도로가 풀을 뜯거나 시험장 인부로 나간다. 유 씨도 일주일에 한 번 시험장에서 일을 한다. “옥수수도 심고 감자도 심고 꽃도 심고 안 심는 거 없어요. 식물박사들은 몇 센티 간격으로 심어라 깊이는 어떻게 하라 입으로 말하고 우리가 다 심었지.” 새만금 간척지 내 농업 시험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북대 등이 새만금 간척지 내 시험포에서 각종 작물을 시험 재배 중이다. 잘 자라느냐고 묻자 “소금을 얼마 뿌리라고 하는데 그게 살아?”라고 도리어 묻는다. 유 씨는 또 다른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먼지가 엄청 날려. 아침에 집을 싹 닦고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면 또 쌓여있어. 어떤 날은 숨쉬기도 힘들 정도야.” 주민들을 먹여 살려주던 갯벌은 이제 먼지 제조장으로 전락했다.  
 

갯벌 대신 우리가 얻은 것은?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 일반산업단지 예정지에는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1공구, 2공구는 이미 매립이 완료됐지만 입주한 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2010년부터  전라북도와 군산시, 농어촌공사 등이 임대료 100퍼센트 감면에 100년 장기 임대 등 각종 인센티브와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2018년 현재 5개 업체만 입주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업단지를 위한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1, 2공구 옆 3공구에 덤프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드나든다. 공사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호스가 바다에서 매립지로 연결되어 있다. 방조제 안쪽을 준설해 그 준설토를 매립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매립토를 구하기 힘들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공사장 끝에 다다르니 바다다. 그곳에 아직 갯벌이 남아있었다. 휴식 중인 뒷부리도요, 좀도요도 보였다. 호주에서 찾아온 쇠제비갈매기도 새만금 매립지와 갯벌을 오간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조사에 따르면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한 17종의 멸종위기 조류가 이곳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이곳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28년 동안, 대체 우리는 이 바다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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