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K-씨스피라시, 그 불편한 진실들

제돌이는 10년 전 바다에서 잡혀 수족관에 갇혔다. 그리고 바다로 다시 돌아간 제돌이는 지금 어떤 바다 환경을 마주하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오염된 바다는 플라스틱 봉투나 빨대와 같은 일회용품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쓰레기들로 바다가 고통 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작년 한해, 『씨스피라시』라는 다큐멘터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 생물을 위협하는 원인이 일상 쓰레기가 아닌 상업적 어업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쓰레기들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보면 상업적 어업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훨씬 크다. 물고기를 잡는 일이 대체 얼마나 많은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해양 쓰레기의 절반은 그물

 
바다에 버려진 그물 등 폐어구는 수중 생태계를 위협하는 덫이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어업 활동 중에는 대량의 그물, 낚싯줄, 부표 등이 버려진다. 문제는 이런 폐어구들이 본래 해양생물을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그물은 바다에 버려진 뒤에도 계속해서 물고기를 잡아들이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물을 거둬들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바다에 버려진 그물에서는 계속해서 물고기가 갇히고 죽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유령어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어획량의 10%에 달하는 해양생물이 유령어업으로 인해 죽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꼬리가 잘린 돌고래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버려지는 폐어구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수십만 톤의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으며,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절반가량은 폐어구이다. 폐어구가 해양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왜 계속해서 버려지고 있는 걸까? 주된 이유는 어구를 버리는 것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어업 활동 중에 그물은 훼손되기도 하고 암초에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 그물을 수거해서 고쳐 쓰는 것보다는 바다에 버리고 오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손쉽다. 꽃게통발과 같은 특정한 어구는 아예 일회용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동해 바다에서는 매년 다 쓰고 버린 통발이 무더기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너무 많이 잡고 있다

 
UN 식량 농업기구에 따르면 이미 특정 어종은 남획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어획되는 해양생물의 3분의 1이 남획된다고 한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그럼 폐어구만 잘 수거하고 관리하면 해양환경은 괜찮아지는 걸까? 아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해양생물을 잡아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무리하게 잡고 있다. 물고기는 무한정으로 존재하는 자원이 아니다. 잡히는 만큼 번식을 하지 않으면 멸종하게 되어있다. UN 식량 농업기구에 따르면 이미 특정 어종은 남획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어획되는 해양생물의 3분의 1이 남획된다고 한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은 우리가 마트에서 사먹는 수산물 때문에 해양생물이 멸종하고 있냐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산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960년대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9kg이었지만, 2017년에는 20kg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68kg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수산물 소비량의 증가만으로는 해양환경이 파괴에 이르는 것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더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지점은 남획을 일으키는 파괴적인 어업 방식이다. 대표적으로는 ‘저인망(트롤)’이라는 어업 방식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거대한 그물로 땅을 긁으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인데, 문제는 원래 잡으려던 물고기 외에도 해당 지역의 모든 해양생물이 그물에 걸린다는 점이다. 그물에 잡힌 해양생물 중 상품가치가 있는 물고기 외에는 그 자리에서 모두 폐기 된다. 그리고 이렇게 폐기되는 해양생물이 3분의 1에 달하는 것이다.
 
저인망 그물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우리 바다에는 ‘정치망’이라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매년 다양한 해양생물이 잡히고 죽는다. 바다에서 잡혀 수족관으로 팔려간 제돌이도 정치망에 잡혔었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천여 마리의 고래류가 정치망 그물에 잡히고 수면위로 올라오지 못해 질식해 죽는다.
 

양식장 물고기는 괜찮을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 그렇게 문제라면 양식장에서 수산물 소비량을 해결하는 건 어떨까? 이 방법 또한 생각보다 유용한 방법은 아니다. 양식장에서는 물고기 밥으로 ‘생사료’라는 것을 쓰는데 생사료의 주요 원료는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이다. 특히 어린 물고기 혹은 잡어를 사용해서 생사료를 만드는데 양식장 광어 3마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500마리 가량의 어린 물고기가 먹이로 쓰인다. 오히려 양식장 광어를 위해 먹이로 사용된 어린 물고기들을 바다에서 자란 뒤에 잡는 것이 해양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는 더 도움이 되는 지경이다. 
 
물고기 양식장이 아닌 굴이나 전복 양식장은 어떨까? 전복을 키우는 데 어린 물고기 생사료가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굴, 전복, 다시마 등의 양식 과정에서는 수많은 해양쓰레기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는 약 4천만 개이며 이중 회수되는 스티로폼 부표는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즉, 매년 3천만 개 가량의 스티로폼 부표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쓰레기도 스티로폼 부표다. 작은 알갱이로 부서지는 스티로폼 부표는 해안가뿐만 아니라 물고기 속에서도 심지어는 조개와 같은 어패류에서도 발견된다.
 

바다를 위한 법과 정책

 
우리나라에서 그물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버려지는 이유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그물을 버려도 누구에게도 감시받지 않고 버려진 그물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니 처벌할 방법도 없다. 이런 폐어구를 방지할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에서는 어구마다 소유자를 식별할 수 있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바다에서 버려진 그물이 발견될 경우에는 소유자에게 회수 비용과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수산업법을 개정하면서 어구에 소유자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어구 실명제’를 도입했지만, 버려진 그물에 대한 회수 비용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바다에 버려진 어구에 대한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근거 법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폐어구는 계속해서 바다에 버려질 것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어구들. 해양환경공단이 지난해 전국 주요 항만 및 해역에서 수거한 바다 속 침적쓰레기는 총 3656여 톤에 달한다 ⓒ해양환경공단
 
너무 많이 잡는 남획 문제에서도 우리나라의 정책은 허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양생물은 잡힌 만큼 번식해야 멸종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총허용어획량(TAC)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TAC 대상 어종에 대해서는 특정 어획량 이상을 잡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정책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TAC 규정이 일부 어종에게만 적용되고 있고 이마저도 너무 많이 잡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 중 4분의 1만이 TAC 제도에 적용을 받고 있다. 나머지 물고기들은 얼마나 많이 잡던 아무런 규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TAC로 규제를 받고 있는 물고기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TAC 제도는 물고기의 재생산력을 고려하여 잡을 수 있는 한계선을 설정해야만 유효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고등어 10마리 중 7마리를 잡았을 때에 다시 10마리로 번식할 수 있다면 이는 지속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획 한계선을 높게 설정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현재의 물고기보다 더 많은 양을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바다는?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해양 생물의 절반가량이 사라졌고, 2050년에는 대부분의 해양 생물이 멸종할 것이라 예측했다. 우리 바다에서 제돌이가 자유롭게 살아갈 방법은 없는 걸까?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위해 해양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에서는 수산물을 소비하지 않는 개인의 실천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상업적 어업에 대한 수요가 시민들의 수산물 소비이기 때문에 수산물을 먹지 않음으로써 수요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제안이지만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시민에게 수산물 소비를 중단하라는 것은 다소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소비습관을 바꾸고 살아가는 이들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것은 법과 제도이다. 지난 12월 수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법적 강제력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바다에 버려지는 그물로 인해 해양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면 그물을 버리지 않게 하고 버려진 그물을 회수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 우리가 너무 많은 물고기를 잡아 멸종에 이르게 하고 있다면 너무 많이 잡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정책 변화를 요청하는 시민단체의 활동 그리고 법을 바꾸는 국회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지 9년, 이제 제주도 앞바다에서는 제돌이의 다음 세대 돌고래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풍요로운 바다를 맞이할지 아니면 텅 빈 바다를 맞이할지 우리의 행동과 선택에 달려있다.
 
글 / 김솔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담당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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