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리갯벌 매립은 충남도와 정부의 이율배반 사업

학성리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노랑부리백로
 
지난 7월 15일, 하늘이 맑고 뙤약볕이 내리 쬐는 가운데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앞 갯벌을 찾았다. 간조시간이 되자 학성리갯벌이 넓게 펼쳐졌다. 갯벌을 둘러보다가 물가 가장 자리와 수로에서 노랑부리백로(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8마리가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도로 바로옆 갯벌에는 흰발농게(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해양수산부 지정보호대상 해양생물종) 150여 마리가 갯벌 표면에 나와 집게발가락을 이용해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었다. 갯벌생물들은 생존의 터전인 갯벌이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도 모르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외딴 지역이라서 그런지 마을 안길은 조용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마을회관은 걸어 잠겨있어 무더위 쉼터로도 이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갯벌이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마을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마을 입구에는 ‘준설토 매립에 어민 생존권을 보상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과 직접 만나기 어려워 나중에 전화를 드려 갯벌 매립 사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주민 반대하는 갯벌 매립 충남도와 정부가 강행

 
“갯벌 매립에 대해 주민들이 얼마나 반대를 하고 있습니까?”
-주민들이 갯벌 매립을 반대해도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죠. 
“갯벌 매립을 하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주민들에게 혜택은 없고 피해만 있죠. 
“갯벌에서 무엇을 잡고 계십니까?”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해요. 바지락 같은 조개를 잡아요. 한정어업으로 바지락 양식장이 있기도 해요. 
“그럼 갯벌 주변 바다에서 어떤 어업을 합니까?”
- 한정어업으로 해삼양식을 했고, 대화, (물)고기, 주꾸미 이런 거 잡고 그래요. 
“갯벌 매립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전 (사업과) 같지가 않고,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그래요. 또 7월안에 주민공청회를 한다고 해요. 
“주민들이 갯벌 매립 반대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정부가 하는 거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래요. 반대 여론이 확산됐어도, 정부가 하는 거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주민들은 갯벌 매립 반대 입장이지만, 정부와 충청남도, 보령시가 원래 계획대로 매립사업을 강행할 의지가 강해 주민들이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령항준설토투기장 건설사업’은 충청남도가 2020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6개월간 학성리 갯벌 41만9000㎡을 매립하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15년에 충청남도와 보령시가 ‘보령신항 다기능 복합개발 타당성분석 및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통해 단계별 사업추진계획을 수립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를 근거로 ‘제3차 전국무역항 기본계획’에 수정고시를 할 때 이 사업이 반영됐고, 2017년 실시설계용역을 시작해 2018년 8월 용역을 마쳤다. 기획재정부가 2019년에 사업타당성 재조사 사업으로 지목했지만 2020년에 타당성 재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공사 착공이 잠깐 늦어져 지난 5월에 착공하게 됐다. 보령항로를 이용하는 대형선박의 안전을 위해 보령항로를 준설하고, 이 준설토로 갯벌을 매립해 향후 보령신항만 항만시설용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시는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사업 착공을 환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결국 충청남도가 갯벌 매립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역간척을 주장해 온 충청남도의 기존 정책적 입장과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예산군에 위치한 ‘스플라스 리솜’에서 ‘2020 연안·하구 생태복원 국제 컨퍼런스’를 열면서 ‘서남해안 연안·하구 생태복원에 대한 지역연대’를 제안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서남해안을 따라 발생하는 간척사업의 부작용 해소와 지역 가치 재창출을 위해 역간척 사업을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간척과 갯벌 매립을 동시 추진하는 충청남도 행정이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해수 유통 확대하면 매립 불필요

 
퇴적토를 준설해 보령항로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오천항 위의 보령방조제 내외로 해수의 유통을 확대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항로의 퇴적량이 줄어들 것이다. 보령방조제는 1991년에 공사가 시작돼  2000년 12월 완공됐다. 농지 조성과 수자원 개발이 목적이었지만 지금도 황량한 벌판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주꾸미, 낙지, 바지락, 백합이 사라지고, 수많은 바다 고기들의 산란장이 사라졌다. 그 결과 갯벌과 인근 바다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은 보상금 몇 푼만 받고 마을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전남지역에서 안쪽 옹암포까지 젓갈배가 드나들던 뱃길도 막혀버렸다. 이 방조제 내측에 위치한 빙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4년 전인가 충청남도 도지사였던 안희정 씨가 당시에 해수 유통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지금은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지금이라도 양승조 현 도지사는 항로에 토사가 퇴적되지 않도록 보령방조제의 해수 유통을 다시 추진해야 마땅하다. 해수 유통이 되면 갯벌도 매립할 필요가 없게 된다.
 

탈석탄 정책과도 맞지 않는 갯벌 매립

 
학성리갯벌
 
보령항 물동량의 주요 품목은 석탄이다. 그래서 준설토로 보령 학성리갯벌을 매립하는 사업이 결국은 ‘보령석탄화력발전소를 위한 사업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보령항의 총물동량은 2124만5000t으로, 이 가운데 석탄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1385만6000t이었다. 나머지는 석유가 733만8000톤으로 전체의 34.5%를 차지했다. 정부의 ‘제4차(2021~2030년)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보령항의 경우 물동량은 2520만3000t으로 잡혀 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18% 증가할 것으로 본 것으로, 이 가운데 석탄이 2019년 1385만6000t에서 1571만5000t으로 185만9000t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화력발전소 이용을 유지,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계획인데,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선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를 갯벌 매립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몇 년 전인가 이곳 석탄재를 새만금 간척지에 매립토로 처분하려다가 반대에 부딛혀 중단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령항의 석탄과 석유의 물동량 증가는 2018년 10월 2일 아시아에서 최초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한 충청남도의 정책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2018년 10월 2일 충청남도 주관으로 롯데부여리조트에서 ‘2018 탈석탄 친환경에너지 전환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승조 도지사는 탈석탄동맹 가입 선언을 통해 “충남은 대한민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30기가 위치해 있으며, 2015년 기준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13%를 배출하고 있다”면서 “충남은 대한민국 대기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충남도는 시대와 주민의 요구에 따라 2017년 12월 ‘에너지 전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선포했다”면서 “2050년까지 석탄 발전량 제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7%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도내 발전소 14기를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할 것”라고 천명한 바 있다. 도지사 스스로 엇갈리는 주장과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갯벌을 매립하지 마라

 
갯벌과 바다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키는 중대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려면 갯벌과 바다생태계가 잘 보전되어야 한다. 갯벌 매립으로 바다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된다면 바다와 갯벌의 이산화탄소 저감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충청남도는 지금이라도 학성리갯벌 매립계획을 철회하고, 보령방조제 해수유통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오는 7월 26일, 유네스코 세계위원회에서는 문화재청이 등재신청한 한국의 갯벌 5곳(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순천갯벌, 보성갯벌)을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어떤 갯벌은 세계유산이고 어떤 갯벌은 매립이란 말인가? 갯벌 매립은 중단돼야 한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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