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국가가 아님을 한국 정부가 증명하라

지난 3월 12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활동가들이 사조산업 마샬제도 불법어업에 대한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 어선이 불법어업으로 기소됐다는 소식이 또 전해졌다.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다가 지난 1월 22일 해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외신에 따르면 마셜제도 수산국은 사조산업 오룡721호가 2월 2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5회에 걸쳐 마셜제도 EEZ를 침범해 불법으로 조업했다며 오룡721호를 기소했다. 우리 국적 어선의 기소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행정력, 공권력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다시 불거진 불법어업

 
우리나라 어선의 불법어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 원양산업의 IUU(불법·비보고·비규제) 공식적인 역사는 1996년부터 시작된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북양트롤어선, 참치연승어선, 오징어채낚기어선 등이 어업정치, 경고 혹은 허가취소까지 다양한 불법어업으로 악명을 떨쳤다. 우리나라 원양산업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불법전재, 불법 조업 등 다양한 IUU 어업이 52건 적발됐다. 적발된 원양어선은 15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원양어업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급기야 2013년 미국은 한국이 선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고 불법어업 선박에 대한 제재 효과성이 없다고 판단해 우리나라를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 역시 2013년 말 한국이 원양선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을 예비 IUU어업국으로 지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예비의 단계를 지나 한국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하면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에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물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적의 모든 어선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항구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한국은 원양산업발전법을 매우 강력하게 개정했고 항만국 검색 강화, 어선의 어선모니터링시스템(VMS) 의무 설치, 조업감시센터(FMC)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정부의 발표로 2015년 미국과 유럽연합은 한국을 IUU 어업국 지정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한국은 불법어업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었다. 2017년 홍진701호와 서던오션호가 남극해에서 남극 보전조치를 위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부실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 ‘현상태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 미국은 또 다시 우리나라를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공해 유자망어업 모라토리엄 보호법」에 근거해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2년마다 국제 IUU 어업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데 대한민국을 명단에 올린 것이다. 통상 불법어업이라고 말하는 IUU 어업목록에 포함되는 국가는 부족한 경제력과 불안정한 정치·사회 배경으로 불안정한 행정력과 존중받지 못하는 공권력을 가진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국제사회가 능력 미달의 국가를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하고 생산물에 대한 수입제한으로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력과 이미지를 가진 국가가 불법어업국에 포함된다는 것은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불법어업은 결국 더 많이 잡아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발생한다. 2020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3346달러로 1996년에 비해 세 배가 조금 못 미치는 경제 수준이지만 불법어업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는 뒤늦게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하면서 투명성과 행정 집행력을 높이겠다 밝히고 외교적 노력을 펼쳤다. 그로 인해 또 한번 예비불법어업국에서 조기 해제될 수 있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한국 국적 원양어선이 불법어업으로 기소되면서 한국 정부가 과연 국적 원양어선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도 미국처럼 불법어업국에 대한 목록을 발표하고 있다. 사조산업 오룡721호 기소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리에 따라 또다시 불법어업국 목록에 오를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명확하게 불법어업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원양산업에서의 불법어업은 필연적으로 재발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절대평가 ‘국가의 개입’

 
2048년이 되면 바다에서 어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과학 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지 14년이 지났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수산어업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고 있었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라 생각한 바다에서 이제 어족자원이 유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받아들여야 한다.
 
수산업계가 ‘자원이 유한하지 않다면 먼저 많이 잡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을 향해 경기하듯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많이 잡아 혼자만 배부르겠다는 생각은 해양생태계 파괴는 물론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 인류에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내 후손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불법어업은 국가적 망신과 더불어 유한하지 않은 해양생물과 인류에 대한 강력한 위협이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불법어업으로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는가에 달려있다. 정부의 통제력이 부족하면 결국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어느 선사의 배가 어디서 불법어업을 했는지 보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선 한국의 배가 불법어업을 저지르고 한국 정부가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사조산업 오룡721호는 7일간 5회에 걸쳐 마셜제도 EEZ를 침범했다. 우리나라 조업감시센터(FMC)에서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를 통해 분명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국제사회는 의아해하고 있다. 조업감시센터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어선이 허가받지 않고 다른 국가의 수역에 침범하면 조업감시센터에서 선박을 호출해 경고하고 관할수역 밖으로 이탈시키는 행위가 왜 없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어업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어선의 조업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어선의 소탐대실을 막을 수 있다.
 
한국이 지속하는 불법어업을 계속 감싼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해적국가로 바라볼 것이다. 정부는 강력한 통제와 시스템 점검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 불법어업의 싹을 잘라야 한다.
 
글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