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창갯벌 장승들의 기도를 들어라

잼버리대회 악용 중단, 해수 유통 시행해야

 
지난 4월 18일 새만금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해창갯벌에 장승을 세우는 행사를 열었다 Ⓒ주용기
 
2000년 3월 전북 부안군 해창갯벌에 ‘새만금갯벌 살리기’의 염원을 담은 수십 개의 장승들이 세워졌다. 갯벌을 농지로 바꾸려는 새만금간척사업은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지난 오늘까지도 완공되지 않은 채 내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시간은 해창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전역의 갯벌들이 점차 매립돼 소멸되는 상실의 시간이기도 했다. 한편, 새만금간척지는 전북을 넘어 전국적 찬반 갈등사안으로 여론이 갈려 한국 시민민주주의의 치열한 시험장이기도 했다. 해창갯벌의 장승군락(이하 장승벌)은 오늘날 개발과 갯벌보호를 둘러싼 시민민주주의의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지난 4월 18일 오전, 장승벌에서 새만금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장승 세우기 행사가 열렸다. 장승벌에 새로운 장승들이 들어온 까닭은 그들이 수호신으로 나서야 할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2023년 세계보이스카우트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잼버리대회가 2주간 해창갯벌에서 열린다. 이곳 장승벌이 잼버리대회 진입도로부지에 포함됐다.
 

잼버리대회와 해창 장승벌이 적이 된 까닭

 
원래 세계잼버리대회 야영장 조감도를 보면 장승벌은 매립부지에서 빠져 있었다. 잼버리 부지의 주 진입로와 보조 진입로도 다른 곳이었다. 그런데 확실치 않은 명분으로 갑자기 조성계획이 바뀌어, 잼버리 진입도로가 새만금 남북도로(신설)와 국도30호선 소광교차로(장승벌 인접)를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새만금 남북도로가 2023년 완공 예정이므로 2021년 프레잼버리 대회를 위해 장승벌과 인접한 소광교차로를 진입도로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공사를 하는 전라북도의 주장이다. 이상한 일이다. 소광교차로 진입도로는 잼버리부지의 맨 끝에 있고, 교량을 설치하여 주차장과 연결시킨다는데 매우 비효율적인 공사다. 2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비득치교차로에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도로를 만드는 게 누가봐도 합리적이다.
 
게다가, 잼버리대회 부지는 원래 새만금간척사업에서 관광레저용지로 분류된 곳이다. 잼버리대회가 관광레저 목적의 행사가 아님에도 한국농어촌공사는 농림부가 관리하는 농지관리기금으로 잼버리부지 매립에 2179억을 쏟아 부어 공사를 한다. 편법이자 예산 낭비다. 과연 잼버리대회는 꼭 매립을 해야 치를 수 있는 성격의 행사일까? 아니다. 오히려 대규모 갯벌매립은 잼버리정신에 위배된다. 잼버리 본부에서 이런 반환경적인 잼버리부지 매립공사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매립공사 자체도 문제적이다. 매립할 흙이 없어서 새만금호 내부 준설을 통해 매립토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리석은 일이다. 물에서 퍼올린 준설토는 젖은 미세 갯흙이다. 마르면 막대한 미세먼지 발생이 불가피하다. 준설된 새만금호 수심은 더 깊어져 오염수를 더 많이 저장할 것이고 배출될 곳 없는 새만금호는 늘어난 오염수로 인해 수질악화가 가중될 것이다. 잼버리 대회는 숨쉬기 힘든 미세먼지 속에 열리는 최악의 행사가 될 수도 있다.
 

아픈 손가락 해창갯벌

 
새만금 해수유통의 염원을 담은 장승들 뒤로 새만금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주용기
 
장승벌 인근에 해창산과 해창마을이 있었다. 이곳 갯벌의 이름이 해창갯벌인 까닭이다. 해창산은 새만금 방조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바위와 흙을 파가던 토석채취장으로 사용됐다. 토석이 채취된 탓에 산봉우리가 없어진 것은 물론 산 안 쪽이 푹 파였다. 지금은 산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아진 상태로 도로변 일부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파괴되기 전만 해도 해창산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 포함된 산이었다. 정부는 1991년에 시작된 새만금 방조제를 쌓기 위해 토석채취장 허가를 해창산에 내줬다. 해창산과 해창교가 만나는 곳에는 10여 가구가 살던 해창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에 펼쳐진 해창갯벌에 나가서 바지락 등 조개와 뱀장어 등 물고기를 잡는 어업을 하면서 살았다. 바로 옆에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의 내변산에서 내려오는 직소천 하구가 있어서 농토 없이 어업만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1년 11월 새만금사업이 시작되면서 어업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몇 년 뒤 토석 채취의 영향으로 마을 안 주택들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 결국 이주 보상을 받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해창산 훼손과 해창마을의 와해가 벌어지던 1994년, 필자는 ‘이 모든 일은 부적절한 새만금사업 때문’이라는 기고를 통해 현지 실태를 언론에 고발했다. 1996년 전국 환경운동가들도 전주에 모여 새만금사업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1997년 ‘새만금사업 백지화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위한 전북도민대책위’가 만들어졌고, 1998년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연대하여 ‘새만금 백지화 시민회의’를 결성하고 반대운동을 벌였다. 2000년 부안지역에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이라는 지역 농어민들의 자생적 반대운동조직이 결성돼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이 필자에게 ‘해창갯벌’에서 ‘매향제’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했다. 필자와 ‘부안사람들’의 제안으로 9개 참가단체가 100만 원씩 모아 2000년 1월 30일 해창갯벌에서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매향제’를 진행했다. 같은 해 3월 30일에는 해창갯벌에서 ‘부안사람들’을 비롯한 전국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이 모여 새만금갯벌을 살리기를 염원하는 ‘장승제’를 진행했다. 이어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4대 종교단체가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기도회 및 종교행사를 해창갯벌에서 진행했고 4대 종단이 컨테이너로 기도처를 설치했다. 
 
2003년 3월 28일부터 5월 31일까지 65일 동안 4대 종단을 대표한 네 분(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의 성직자가 이곳 해창갯벌에서 청와대 앞과 서울광장까지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그 뒤를 이어 4대 종단의 여성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삼보일배가 진행된 길을 반대방향으로 10일 동안 걸어서 내려온 후 해창갯벌에서 마무리 기도회를 진행했다.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이러한 범국민적인 노력에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새만금사업 강행을 천명했고, 이후 시민들이 제기한 새만금간척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대법원은 정부 승소 판결(2006년 3월 15일)을 내렸다. 다음 날 곧장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속행됐고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다. 갯벌에 더 이상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게 된 것이다.  
 
해수 유입이 줄자 새만금갯벌의 무수한 갯것들(해양생물)이 죽어나갔다. 해창갯벌도 마찬가지였다. 장승들도 천연방부제인 바닷물이 닿지 않자 썩고 부서져 스러졌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보내준 상징물과 장승들은 누군가 훔쳐가 버렸다. 해가 거듭하면서 염분기 빠진 갯벌 자리에 육상식물이 점령군처럼 들어왔다. 새만금간척사업은 현재 간척지 내부 개발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개발세력의 승리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썩어서 개선이 불가능한 새만금호 수질, 개발 이득보다 큰 어업 피해, 쫓겨난 주민들과 사람이 포함된 해양생태계 등 갯벌공동체의 피해를 생각하면 그들의 승리는 확정적이지 않다. 2010년 정부는 2020년 안에 새만금호 수질평가를 통해 담수화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해수 유통이 결정된다면 새만금갯벌의 복원이 시작될 것이다. 해창갯벌은 복원의 키포인트가 될 중요한 장소이다. 되살아난 갯벌을 활용한 생태관광지의 꿈도 꿀 수 있다. 서남해안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연계한다면 그 꿈은 더 커질 것이다. 
 

잼버리대회, 갯벌 복원의 희망이 되도록

 
국민의 혈세인 예산 낭비를 막고, 미래의 갯벌 가치를 유지하려면 잼버리 행사 후 갯벌로 복원될 수 있는 생태적 관점 아래 사업을 재수립해야 마땅하다. 세계잼버리대회를 유치한 여성가족부와 이를 지원하는 전라북도는 매립부지를 최소화하고, 먼지 날리는 황무지보다는 자연 상태의 초지와 갯벌에서 잼버리행사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잼버리대회는 자연을 벗 삼아 야영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가르치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단 2주간의 잼버리대회를 빌미로 해창 장승벌과 새만금갯벌 복원의 기도터가 사라진다면 지난 세월 새만금갯벌 살리기에 헌신해온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글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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