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4] 국제/ 대홍수 뒤 습지를 되살리는 중국 / 추장민

특별기획연재 12

대홍수 뒤 습지를 되살리는 중국

중국의 습지는 다양하고 넓다. 흑룡강성과 러시아 변경지역에서 해남도(海南島)까지, 그리
고 압록강 하구에서 청해성 고원에 이르기까지 동서남북으로 지형과 기후조건에 따라 다양
한 습지가 광범하게 분포되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는 천연습지가 2천5백만ha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국토면적의 2%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습지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은 흑룡강성으로 습지면적이 2백7
십만ha로 전국 습지면적의 11%를 점하고 있다.
중국에는 청해성의 조도(鳥島), 강서성의 파양호, 호남성의 동정호, 흑룡강의 찰룡(紮龍), 길
림성의 향해(向海), 해남도의 동새항(東寨港) 및 홍콩의 미포(米哺) 등 7곳의 습지가 현재
람사협약의 습지목록에 주요 보전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그밖에도 람사협약의 습지기준에
해당하는 습지가 2백여 곳이 넘는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습지는 홍수와 가뭄의 방지, 기후조절, 환경오염의 정화, 방
풍, 그리고 생태균형 유지 및 생물다양성과 희귀동식물의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새들의 섬’으로 유명한 청해성 고원지역의 습지는 수분증발을 막고 물을 머금어 양자강
과 황하 등 중국의 주요 강과 하천이 발원하여 흐르게 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그리
고 동정호와 파양호를 비롯한 양자강 중·하류지대의 습지는 홍수와 가뭄조절기능을 하는
곳으로 각종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특히 양자강 하류에 있는 파양호는 수많은 철새
가 월동하는 곳이며 시베리아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지구의 남북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에
게 휴식과 먹이를 제공하는 정거장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송화강, 흑룡강, 우수리강이 만
나는 중국 최대의 삼강평야(三江平原)지대의 습지는 1백23종 희귀동물과 1천7백77종의 각종
식물이 살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중국 동북지역의 기후조절과 수자원보전의 소중한
안전판이다. 뿐만 아니라 압록강 하구에서 해남도까지 중국의 해변을 따라 형성된 갈대밭과
홍수림, 그리고 갯벌 등 해안습지도 철새와 어패류의 서식처이자 해안침식을 막아주는 방패
막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의 여러가지 기능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습지가 철새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존공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동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철새이동노선 보호네트워크’
에 산동성 황해삼각주, 상해시 숭명도(崇明島) 등 6곳의 해안습지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중국의 습지는 철새보전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현재 40여종의 중국 국가 1급 보호희
귀조류 중에서 절반 정도가 습지에서 살고 있다. 또 아시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31종의 조
류가 중국의 습지에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습지의 환경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중국인들에게 습
지는 단지 개간과 이용의 대상에 불과했다. 오히려 둑을 쌓고 물을 빼내면 땅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육지와 바다에서 대규모 습지개간과 간척사업은 산림의 개간보다 선호
됐다.
중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습지 감소지역으로 양자강 유역과 흑룡강의 삼강평야를 지적할 수
있다. 두 지역 습지의 감소는 모두 경지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개간의 결과였다. 양자강 유
역 습지의 감소는 주로 호수의 매립에 기인한다. 국제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동
정호의 매립은 기실 청나라 강희제부터 시작됐는데 역사자료에 따르면 1825년에 6천3백㎢에
달했던 동정호 면적은 수차례에 걸친 대규모 매립사업으로 2천7백㎢로 축소되었다. ‘호수
의 성’으로 알려진 호북성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여 원래 1천66개에 달했던 호수가 대부분
매립되어 습지면적의 75%가 소멸됐으며 현재 남아있는 호수는 1백81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호수매립은 양자강의 모든 유역에서 진행되어 양자강 주위의 호수와 연못 등 습지와
양자강을 분리시키고 습지의 홍수조절능력도 크게 하락시키고 말았다. 습지의 감소는 결국
양자강에서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명 북대황(北大荒)으로 불리는 삼강평야의 습지를 경지로 바꾸는 ‘북대황 개간사업’은
중국 중앙정부의 주관 아래 조직적으로 행해진 전형적인 습지파괴였다. 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삼강평야는 거의 전인미답의 원시지역으로 보전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택동과 중국공
산당의 지시 아래 아시아 최대의 흑토로 이루어진 북대황에 대한 개간사업이 50년대 중반부
터 시작되었다. 14만명의 군대병력, 5만명의 대학졸업자, 20만명의 지원자, 54만명의 도시청
년들이 ‘당의 부름’을 받고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다는 구호 아래 기꺼이 청춘을 바쳐 70
년대 후반까지 ‘북대황을 개척’했다. 80년대 이후 구호와 깃발이 떠난 뒤에도 국토종합개
발이라는 이름 아래 습지개간은 계속되었고 90년대에는 개혁개방정책을 이용해 중국의 기타
지역, 심지어는 한국과 캐나나 등에 30년에서 50년의 습지 개발 및 사용권을 임대하여 개발
시키기까지 했다.
이러한 집단적인 개간으로 2백만ha의 경지가 조성되어 삼강평야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가
되었으나 반대로 습지는 50년대 초의 4백43만ha에서 지금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백
90만ha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생태계가 급격히 변하여 삼강평야에는 환경재난이 들이닥치
고 있다. 먼저 사막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 지역에 경지개간으로 토양 수분함유량 변화가 생
기자 토양은 풍화되고 사막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60년대부터 삼강평야 지대에 69만ha
의 사막과 사구가 생겨났으며 현재 계속 확대추세에 있다. 이와 함께 습지의 기후조절기능
을 떨어뜨려 기후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도 또 하나의 환경재난이다. 기상관측에 따르면 습
지의 대량감소로 50년대에 비해 이 지역의 연평균 강우량이 1백㎖나 감소하였고 반대로 여
름철 기온이 평균 0.8℃가 상승하여 식량생산을 위한 습지개간이 오히려 식량생산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습지개간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근본에서
부터 파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삼강평야에 동식물의 종류와 수
가 극감하고 있는데, 특히 두루미, 백학 등 희귀조류와 철새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
밖에도 표토층의 유실, 홍수와 가뭄조절 기능 및 환경오염 정화능력의 저하, 기상재해의 빈
발 등 무분별한 습지파괴는 갖가지 ‘북대황의 환경재난’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습지매립과 개간행위는 육지 습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안습지에 대한 간척과 매립으로
중국 해안습지가 50년대에 비해 1백19만ha가 줄어들었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지는 상해시 숭명동탄(崇明東灘)의 갯벌매립은 그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상해시 숭
명도 동단에 위치한 이곳은 양자강에서 밀려오는 토사가 퇴적되어 매년 1백30~1백40m씩 바
다로 계속 확장해 나가는 해안습지로 1991년에 그 면적이 2백20㎢에 달했다. 그러나 갯벌매
립과 간척속도가 퇴적속도를 훨씬 초과하여 지금은 1백60㎢로 줄어든 상태이다. 이로 인해
갈대와 갯벌로 이루어진 이 지역의 동식물 생태구조의 균형이 파괴되고 갈대의 감소로 인간
과 해안에 서식하는 조류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간척이 계속되고 있
다.
1998년 대홍수는 중국인들의 이러한 무분별한 습지개간에 일침을 가하는 대자연의 보복이였
다. 대홍수를 겪으면서 얻은 소중한 교훈은 산림과 마찬가지로 습지의 홍수조절기능을 포함
한 생태환경의 균형에서 갖고 있는 중요한 가치와 위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홍수 이후 중국 중앙정부가 취한 습지보전정책은 습지를 개발하여 농지로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이미 농지로 만들어진 것은 습지로 되돌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특히 1999
년 말 중국에서는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흑룡강성은 습지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인 규정을 정하고 습지보전을 간부들의 인사고과에 반영시키는 등 습지보호에 나서고 있다.
또한 2000년 1월 1일부터 50년 가까이 진행되어온 삼강평야 지대의 습지개발인 북대황개간
사업을 완전 중지하여 남아있는 습지를 보호하는 한편 3년 내에 18만ha의 농지를 습지로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국제적인 기구가 행하는 중국의 습지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도 한창이다. 현재 WWF와 중국
청년회가 공동으로 양자강 습지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1999년 9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
의 주요 목적은 양자강 중·하류지역의 습지를 회복하기 위해 먼저 습지회복 시범지역 건설
에 두고 있다. 1차적으로 호남성의 동정호와 호북성의 강한평야(江漢平野)에 시범지역을 건
설한 다음 양자강 유역 습지회복을 위한 대장정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습지보전과 회복의 길은 너무나 험난해 보인다. 농지를 호수로, 습지로
되돌리는 것은 수백만의 생활과 농업경작체계의 전환과 직결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면 1999년에서 2000년까지 양자강 유역에서 경지를 호수로 되돌리는데 이주해야
할 농민이 19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에게 1, 2년 사이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습지보전정책은 표면적으로는 결의가 대단하지만 실제로는 기업,
지방정부, 각 부문의 습지파괴행위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목전의 경제적인 이
익계산에 따라 습지보전정책은 대부분 뒷전에 밀린다. 습지보전 움직임이 그나마 활발한 흑
룡강성의 합랍해(哈拉海) 습지에 대한 지방정부의 행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 세계에
서 보기 드문 원시 합랍해(哈拉海) 습지가 흑룡강성에서 발견되었는데 습지개간 금지정책에
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정부의 해당부문과 국유기업이 앞장서서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워
습지를 개발업자에게 팔아치우고 농업개발과 양식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습지보
전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한편 중국의 현실에서 볼 때 습지보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의지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그런데 생태환경보전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은 주로 산림보전에 가 있고 습지보전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아직도 미진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국의 습지는 앞으로도 계속 파괴
되고 축소될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정부의 습지정책, 특히 지난 50년간 삼강평야 습지개간의 역사를 보면서 ‘역사의
휘둘림으로 상처받지 않은 인간과 자연환경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백만명의 청년들이 밤낮은 가리지 않고 젊음을 불사르며 열정적으로 밀고 나간 북대황 습
지개간사업이 그 당시에는 위대한 일로 추앙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생태환경의 파괴행위
로 비판받고 있다. 무분별한 습지개간에 대한 역사적 비판은 정당하며 습지개간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지만 청춘을 바쳤던 그들은 어떻게 자신들이 삶을 평가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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