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3] 일본의 갯벌보전운동

일본의 갯벌보전운동
장지영/환경련 갯벌국립공원추진운동본부 기획부장

일본의 갯벌에는 한국의 갯벌이 깃들어 있다. 1만년전 쓰시마 해협으로 한반도와 일본이 갈
라지기 전에는 한덩어리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부터 7일까지 일본습지네트워
크(Japan Wetlands Action Network; JAWAN) 주최로 나고야에서는 국제 습지심포지엄과
일본 갯벌현장답사가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산반제 갯벌로 JAWAN에 참여하고 있는 치바(千葉, Chiba)갯벌보전회
가 안내를 맡았다. 치바갯벌보전회는 치바현의 산반제갯벌 매립계획에 맞서 열심히 반대운
동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다. 대표인 오하마씨를 비롯한 회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는 마치
한국에서 지역주민들과 환경사안을 놓고 만날 때와 다름없었으며, 산반제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회원들의 열정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도쿄만에 위치한 산반제 갯벌과 나고야에 위치한 후지마에 갯벌은 대부분이 매립되었고, 공
단과 거대한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산만이나 여수·여천만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갯벌과는 너무나도 작은, 이 보잘것 없는 갯벌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야쯔(谷津, Yatsu)갯벌이었다. 이곳은 1993년 람사사이트로 지정되었
는데, 람사사이트로 지정된 10개 일본 습지 중 갯벌로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의 넓이는
40ha로 초등학교 운동장 2개를 붙여놓은 아주 작은 규모이다. 뿐만 아니라 사방은 모두 매
립되어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바다와 연결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2개의 강만이 야쯔지역을 갯벌로 유지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갯벌 위로는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어 일본의 개발론자들이 말하는 소위 “도시와 자연의 공존”이라는 의미가 얼
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야쯔갯벌은 일본습지보전운동가들이 그래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습지보전운동의 결실이다.
1971년부터 보전운동이 시작되었고, 1993년에서야 람사사이트로 지정돼 사람의 출입이 금지
되었다. 1994년 방문객을 위한 탐조대를 겸한 교육센터가 만들어진 후에는 단지 유리창을
통해서만 갯벌과 물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교육센터에는 일본 특유의 다양한 교육시설
과 기구들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어린이 교육을 위해서는 매우 유용해 보였다. 그러나 자연
의 바람과 소리 등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다. 고층빌딩 속에서 단지 움직이기만 하는 새를
간직한 야쯔갯벌은 개발의 면죄부라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도
인간과 자연이 분리된 야쯔갯벌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보전되는 것이 얼마나 다
행이냐고 말하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은 나가사키현에서 가까운 이사하야만이다. 방조제 길이가 7천50m, 사라질 갯
벌의 넓이는 3천5백50ha로 시화호와 유사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조제 물막이 공
사는 1997년 4월에 끝나서 점차 수질오염이 악화되고 있었는데, 시화호와 같이 인근에 공단
이 없어서 오염속도는 완만한 편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된 생태계 파괴는 엄청나다고 했다.
이 공사는 1989년 시작되었으며, 당시 착공식에서 2백93개의 강철판을 바다에 떨어뜨리는
장면이 일본 전역에 방송되면서 일본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이사하야만 보전
운동으로 98년 골드만상을 수상한 야마시다씨는 당시 상황을 “단두대 효과”라 부른다. 그
충격으로 일본의 갯벌보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현장방문을 통하여 몇가지 질문과 해답을 나름대로 찾게 되었다. 첫째, 일본 갯벌보전
운동가들은 왜 산반제나 후지마에 갯벌과 같이 아주 작은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가? 일본은
6백여년전부터 시작된 갯벌매립의 역사 속에서 이미 50%가 넘는 갯벌을 잃었다. 그러다 보
니 남아 있는 작은 갯벌이나마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갯벌이 파괴되어 서식지를 잃은 많은
물새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작은 갯벌에 모이게 되면서 국제적인 관심거리가 된 것이다. 일
본인들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나름대로 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왜 일본의 갯벌보전운동이 중요한가? 일본의 갯벌보전운동가들은 스스로 일본의 갯벌
보전운동이 실패했음을 시인한다. 그러나 갯벌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상 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는 갯벌일지라도 그것을 끝까지 지키기 위하여 강력한 연대조직을 구성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철새들의 이동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모범이 아닐 수 없다.
세째, 한국과 일본 갯벌보전운동의 관계설정은 어떠해야 할까? 일본은 우리나라에 간척사업
을 이전한 나라로서 지금도 간척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공무원들은 일본에 가서 간척
기술 등 많은 부분을 배워오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의 활발한 갯벌보전운동은 결국 우리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일본은 이미 자연을 도시문명 속에 포함시키려는 시
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 예가 야쯔갯벌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광활한 자연 속에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 즉 아직까지 광활한 갯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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