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5] 한라산에 케이블카?

한라산에 케이블카?
정상배/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지난 1996년, 제주도에서는 1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자하여 서울대환경계획연구소에 한라산 정상
보호용역을 준 바 있는데 보고서 ‘한라산정상보호계획’의 내용 중에서 ‘케이블카는 환경보
호시설물이 아니라 이용시설물’이라는 명확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리고 그 당시 보고서
관련 공청회의 분위기로 볼 때 케이블카의 ‘케’자라도 꺼냈다가는 ‘왕따’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약 2년여가 흐른 지금 제주도를 비롯해 장애인단체, 관광협회, 중소기
업인 협회, 자동차노조, 택시노조 등 도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들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한라산의 보호라는 논리로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는 광고를 앞다투어 언론에 내고
있고, 경제단체들의 모임인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산하단체들을 대상으로 서명작업을 받고 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범도민회등 일부 단체만이 외로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
다. 경제활성화 운운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케이블카 시설 설치를 추진하려하는 제주도와 관련
기관 단체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케이블카 설치의 타당성에 대한 논리의 한계를 밝히고자
한다.

▷케이블카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까?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게 되면 짧은 시간에 한라산을 오를 수 있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
해 제주를 찾는다 한다. 케이블카가 설치됐을 때 관광객들이나 도민들이 이를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제주를 찾는다는 것은 과장된
논리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 있는 케이블카의 운영을 보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케이블
시설들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 관광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하는 시설물들
이 들어서야 한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인 것이다. 실례로 세계의 많은 관광선진국들은 문화관광
과 자연을 이용한 생태체험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이루어가고 있다. 이것만이 21세기의 유일한
제주의 생존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 케이블카가 한라산을 보호할 수 있는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서 케이블카가 환경보호시설물이 아니라 이용시설로 결론을 내렸듯이
케이블카는 한라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물이 아니다. 케이블카는 간단하게 타워(지주) 몇 개
박고 끝내는 공사가 아니다. 케이블카를 운행하기 위한 전력을 끌어오기 위해 대형 철탑들의
개설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 공사과정과 케이블카 설치과정에서의 산림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
다. 또한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로 인한 산림훼손도 무시할 수 없다.
케이블카가 한라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이유로 등산객의 분산으로 인한 등반로 보호
를 들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성이 없는 논리이다. 케이블카는 결국 관광객의 일부밖에 태울 수
없는 시설이며 산을 오르는 대다수의 등산객들은 직접 산을 오르는 것을 더 즐기기 때문이다.
또 케이블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을 찾을 것이란 점에서 오히려 등반로의 이용을
가중시켜 파괴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오름(기생화
산) 군락을 가로지르는 대형철탑들이 경관을 해치는 시설물이라고 볼 때 한라산 케이블카도 이
용자들이야 탁 트인 경관을 볼 수 있겠지만 한라산의 제 모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항상 우리네 어머니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한라산 그대로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케이블카 설치과정에서의 산림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의 파괴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고려를 해야 할 때이다.

▷케이블카의 위험은?
케이블카가 설치된 후 케이블카 이용객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고 공언하지만 제주
의 자연조건 속에서는 대형사고의 위험은 없는가? 얼마전 제주도에서 ‘세계열기구대회’를 강
풍 속에서 무리하게 진행하다 열기구가 추락하여 5명의 사상자를 낸 적이 있다. 바람 등 일기
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대회를 진행하다 발생한 비극이었다. 마찬가지로 예측 불허한 한
라산의 기상변화 속에서 케이블카 시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리고 한라
산 기상에 대한 정확한 관측시설이나 통계가 없는 현 상태에서 케이블카의 운행은 더욱 위험하
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는 합당한가?
언제부터 행정에서 이렇게 장애인 복지를 고려했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히 설득력이 있는 논리이
며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자연을 파괴시키면서까
지 굳이 설치를 해야 하는가에 질문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케이블카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편
의시설의 관점으로만 국한하여 바라볼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민들은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 관광산업, 1차 산업, 건설
업 등 부모형제들의 고통들 또한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난국을 극복하는 대안이
눈앞의 이익만을 노리는 근시안적 사고라면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 우리들은 자연을 오랜 세월
동안 진화과정을 통해 형성된 유산의 통합체로서 주의깊게 다루어야 한다. 제주의 자연은 한마
디로 ‘한라산’으로 표현된다. 한라산의 경관은 두말할 필요 없고, 한라산에 살고 있는 모든
종(種)과 그 다양성까지 보전되어야 한다. 또 한라산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재생산이 가능
한 생태관광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생태교육의 장으로 유도하는 슬기를 모아야 할 때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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