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환경운동가 승민이와 고그린맨 _ 정유진


▒ 전 세계 어린이환경연대를 만들고 싶다는 승민 군

믿거나 말거나 세상에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귀신처럼 알고 나타나는 천하무적이 있다. 위기에 처한 지구인들을 구하는 초능력자들, 영웅들이다. 지구인들의 위험은 대체로 악의 총체인 적이 만들어내는 허구의 위기이고 그들은 특출난 장기나 최신 무기로 문제를 해결한다.
여느 영웅들과 똑같이 지구를 구한다는 ‘고그린맨(Gogreenman)’은 ‘그린’을 지향하는 정치적 성향이 짙은 ‘맨’으로, 손에서 거미줄이 뻗어 나오지도,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지도 않는다. 오로지 무기는 우정과 바람, 그리고 태양.
표면적으로 공해(박사)를 물리치는 환경전사지만 실은 우정을 토대로 한 공동체성과 재생가능에너지를 열렬히 지지하는 평화지킴이가 바로 고그린맨의 본질이다. 물론 이건 고그린맨 이마에 박힌 재활용마크에 버닝하는 열독자로서의 촌평에 불과하지만.

고그린맨을 소개합니다
고그린맨은 10살 난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승민(미국명 조나단 리)이 만든 캐릭터로, 공해 박사와 그 일당들을 바람 에너자이저와 태양열 방패로 물리친다.
다리가 물로 만들어진 ‘물의 여인’-다리에 물고기가 산다-과 ‘햇볕에 탄 산드라’, ‘예쁜이 해나 하트’, 다양한 발명품 목록을 자랑하는 ‘퓨전스타인 교수’ 등은 바람과 태양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 초록마을 주민들이다. 초록마을 바깥에는 화학약품 폭발로 머리가 이상해진 공해 박사가 호시탐탐 초록마을을 노린다. 그의 친구는 ‘낭비여인’과 팬티를 머리에 입는 등 모든 걸 거꾸로 하는 ‘팬드 아퍼지토’,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 무기이며 국회의원인 ‘폴틱알’, 석유를 훔치고 가스를 팔아 돈을 버는 ‘석유 해적’ 등이 있다.
총 네 편까지 업데이트된 고그린맨 2편을 보면 이 땅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소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폴틱알, 석유 해적, 공해 박사가 힘을 합해 초록마을에 세우려는 페트롤 시티는 대형 쇼핑몰 하나와 페트롤랜드 테마파크라는 놀이공원 하나, 감초캔디 맛 석유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설 곳이다.
놀이공원에는 ‘야생보호구역 석유 캐기 놀이’와 ‘깊은 바다속 뚫기,’ ‘대빙하 녹이기 놀이’등 여러 가지 오락시설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는 소품의 면면을 보면 공해와 환경보호라는 이분법적 구도 외에 다각도의 근심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 환경만화 고그린맨에 등장하는 그림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조나단의 이야기에는 에너지원인 바람을 막고 석유 해적의 페트로-가스놀 발전소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초록마을 계곡 앞을 커다란 커튼으로 꽁꽁 묶어버린다는 귀여운 설정, 해나 바람이 없을 때를 대비한 예비전력원인 ‘방울 E. 공장’을 배치하는 참신함이 동시에 있다.


▒ 6월, 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한 승민 군이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 어린이환경연대를 꿈꾸는 소년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를 둔 이 소년은 미국의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공부하면서 2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그린맨’이라는 환경만화를 연재해왔다. 승민이는 이야기 구성부터 등장인물, 배경, 그림에 이르기까지 혼자 만들어냈다. 과학 전문 채널에서 지구온난화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것이 계기.
아버지 이경태(36)씨가 이야기와 그림을 웹사이트로 옮기고 등장인물에 맞는 배경음악을 깔았다. 소년의 흥미진진한 환경영웅 스토리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순식간에 15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그의 이야기는 각종 매체의 조명을 받았고,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30명이 넘는 상·하원의원들과 만나 후원을 이끌어냈다.
만화가보다는 어린이 환경운동가를 꿈꾸는 그답게 따로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만화가는 없으며 미술학원도 다녀본 적 없다. 그림도 어렸을 때부터가 아니라 5개월 전부터 그린 게 전부고 그림도 색을 입히는 게 귀찮다. 그러나 만화가 유명해지자 곧바로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어린이환경교육법』을 입안하라는 등의 압력(?)을 넣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만화를 그리고 홈페이지에 올린 이유도 전 세계 어린이들과 환경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다. 황사처럼 다른 나라의 환경문제가 이웃 나라에 피해를 줄 경우에 대한 세계적인 법안도 고민중이다.
장래희망은 과학자, 환경운동가, 환경담당 보좌관. 20편으로 완결된다는 고그린맨은 곧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출판으로 인한 수익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여기저기서 요청이 들어오는 캐릭터 관련 사업으로 는 전 세계 어린이환경연대와 같은 단체를 만들 거란다.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20편까지 전부 봤다는 이씨는 뒷부분에 환상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구온난화와 공해를 막고, 재생에너지와 깨끗한 물, 숲과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것이 고그린맨이 전하는 다섯 가지 메시지다. 조나단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는 바로 지구온난화.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고그린맨과 함께 성장해나갈 조나단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www.gogreenman.com


글 / 정유진 기자 jungyj@kfem.or.kr
사진/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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