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친화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

제주 신창해상풍력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점차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5월 황금연휴 이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에서 봉쇄조치를 감행하면서 모든 경제 활동이 정지되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6.3퍼센트포인트(%p) 하향 조정하여 -3퍼센트로 전망하였다.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 역설적으로 한쪽에서는 야생동물이 도심에 출현하고, 수질과 대기질이 개선되는 등 일부 생태계가 복원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한 전문가가 ‘코로나19는 분명 글로벌 재앙이지만, 뜻밖의 선물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코로나 지원금에 기후목표 기준이 있었더라면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나라에도 큰 위기를 초래했고, 한국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내외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생산도 위축되어 한국경제의 주축을 차지하는 기간산업도 유동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였다. 정부는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고용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 및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기간산업안정기금 등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은 4월 국회를 통과). 단, 정부는 기간산업 기업에 자금을 지원함에 있어서 고용유지, 경영성과 공유, 자금지원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 제한 등 전제조건을 설정했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
2. 기간산업 기업의 경영성과를 기금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
3. 경영개선 노력을 다할 것
4. 기금의 부담으로 지원되는 자금을 이익의 배당(주식에 의한 배당 또는 현물배당을 포함한다), 자기주식의 취득, 일정한 소득수준이 넘는 임직원에 대한 보수(성과보수를 포함한다)의 인상 및 계열사 지원 등 자금지원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할 것
 
당초 이학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부개정 법률안에서는 7개 업종(항공·해운·기계·자동차·조선·전력·통신)을 열거하고, 다른 업종은 소관 부처 협의 후 지정하도록 하였다. 5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시행령은 7개 업종에서 항공, 해운 등 2개 업종으로 바뀌고, 다른 업종은 기존 안대로 소관부처 협의 후 지정토록 하였다.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국내 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더 나아가 향후 우리 산업이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실천력 있는 기후목표(온실가스 감축 계획 혹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등) 설정을 전제조건으로 추가하는 것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국내 기간산업을 포함하여 제조업은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였지만, 그 이면을 보면 국내 제조업은 엄청난 화석연료를 사용함과 동시에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주요국과 같이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zero) 목표 등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 없이 지금처럼 온실가스 다배출 구조가 굳어진다면 기후 위기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래와 같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발전 부문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시행령에서 열거된 항공과 해운의 최종에너지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화석연료 비중이 100퍼센트로 나타난다. 코로나 사태가 개선되어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활발해지면 움츠렸던 에너지 소비는 더 증가할 것이다. 법률 개정안 취지에 맞게 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 시스템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발빠른 탄소 중립 추진, 경쟁기업 앞설 기회!

 
독일은 산업부문이 에너지 부문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고, 지난 10년간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았다. 철강, 시멘트, 화학이 산업부문 배출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독일 컨설팅 회사(Roland Berger)에 따르면 2050년까지 철강생산을 탄소 중립으로 만들려면 100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 독일화학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화학산업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추가로 459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독일은 산업부문 탄소 중립을 위해 다양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비싼 전기요금과 온실가스 배출 부담의 압박을 느끼는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제품 원가 상승을 유발하고,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글로벌 기술 리더로서 오히려 기후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제적 수요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수화학산업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기후 친화적 기술에 대한 수요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정부는 산업별로 녹색 전환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조금, 금융지원, 세제 혜택 등 여러 직접적 지원을 시행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기후 친화적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철강·화학·석유 등) 녹색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 틀을 개선하는 간접적 지원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 전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원가 상승 요인은 정부 조달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직 어떠한 국가에서도 이러한 형태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그린뉴딜, 유럽의 그린딜은 이러한 논의를 확대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각각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5위권의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셀(Royal Dutch Shell)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zero)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에 로열더치셀은 장기목표 설정을 거부했지만, 새로운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였다.
 

정부 지원금, 탄소중립기업 변화 자금으로 써라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산업부문에 큰 위기를 불러왔지만,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 시스템을 개선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탈성장 관점이 아니라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산업이 미래의 또 다른 불확실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추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다시금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실천력 있는 기후목표와 장기전략을 설정하기를 바란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 방향이 기업 미래에도 이로운 길임은 자명하다.
 
 
글 /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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