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밀양 송전탑

3년 전인 2012년 1월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은 전쟁터였다. 양쪽이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이 휘몰아치는 전쟁터였다.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출발한다는 76만5000볼트 송전선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벌목을 하려고 젊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힘없는 노인들은 산을 기어올라 나무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젊은 용역들은 노인들을 짐짝처럼 들어냈다. 저항해도 소용없는 완력이었다. 심지어 평생 농사지어 온 논으로 중장비가 밀고 들어왔다. 그 힘 앞에 노인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참담한 낮 시간이 지난 후, 한 70대 농민이 “오늘 내가 죽어야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였다.
 
한겨울이었던 지난 12월 31일, 한전은 ‘안전과 예방 차원’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농성장 전기를 차단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무엇을 위한 송전탑인가?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 죽음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대해 왔고, 밀양으로 여러 차례 ‘탈핵 희망버스’가 갔지만, 송전탑 공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가권력의 힘은 막강했다. 특히 2013년 10월부터는 정부와 한전이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서 공사를 강행했다.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농민이 목숨을 끊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렇게 해서 송전철탑은 들어섰다. 밀양의 산과 들, 논과 밭을 가로질러 높이 100미터가 넘는 엄청난 철탑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그리고 76만5000볼트라는 높은 전압으로 송전하기 위한 송전선이 걸렸다. 
 
그런데 정작 이 송전선으로 전기를 보낼 발전소는 아직도 완공되지 않았다. 정부는 신고리 3, 4호기가 완공되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밀양 송전탑이 꼭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신고리 3, 4호기는 언제쯤 가동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제어케이블’이라고 하는 핵심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면 교체를 해야 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리 3, 4호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공사가 급하다’면서 공사를 밀어붙였다. 국민들을 철저하게 속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고리 3호기에서 밸브의 불량으로 작업하던 노동자가 숨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신고리 3, 4호기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공사는 거의 끝났다고 하지만, 언제쯤 가동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밀양 주민들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국가권력이 부당한 일을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혀 급하지 않은 공사를 급하게 서둘렀다. 게다가 밀양 송전탑 공사는 근본적으로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사업이다.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밀양 송전탑 공사는 두 가지 점에서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사업이었고, 이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첫째, 밀양을 지나가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은 당초에는 수도권까지 76만5000볼트 송전선을 건설하겠다며 추진된 사업이었다. 그런데 2006년에 수도권 연결계획은 취소되었다. 그렇다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 신고리 원전단지에서 북경남 변전소까지 90여 킬로미터는 76만5000볼트 송전선으로 가서, 그 후에는 곧바로 34만5000볼트로 전압을 낮춰서 대구•경북지역으로 송전선이 갈라진다. 처음부터 34만5000볼트로 가도 될 것을, 굳이 76만5000볼트로 가다가 34만5000볼트로 낮출 이유가 없다. 76만5000볼트 송전선은 장거리 송전에 사용하는 것이므로 겨우 90여 킬로미터 송전을 위해 이런 초고압 송전선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 송전선 건설에 5200억 원, 변전소 건설에 2300억 원을 사용했다. 모두 우리 전기요금에서 나가는 돈이다. 쓸데없이 초고압 송전선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어도 될 돈이다. 
 
또한, 밀양 송전탑 문제는 수명이 끝난 고리1호기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지금 고리에는 1~4호기의 4개 원전, 신고리에는 1, 2호기의 2개 원전이 있다. 현재 있는 원전들은 기존의 34만5000볼트 송전선 3개로 잘 송전하고 있다. 원전 개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으면 굳이 새로운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고리1호기는 이미 수명이 끝난 상태이고, 고리 2~4호기도 2023~2025년이면 수명이 모두 끝난다. 그렇게 보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원전개수가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정부와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고리1호기를 비롯한 낡은 원전들의 수명을 계속 연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밀양 송전탑은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정부가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 원전개수를 늘려나가면 밀양 송전탑 공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초고압 송전선을 또 건설해야 한다. 정부는 고리에 4개가 있는 상태에서, 신고리에 8개까지 원전을 늘리려 하고 있다. 한곳에 12개의 원전이 몰리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송전선의 ‘과도안정도’ 라는 것에 문제가 생긴다. 대규모 발전소가 한 곳에 몰리면, 그 발전소들에 연결된 송전선에서 사고가 났을 때에 전력계통에 주는 충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사고에 대비해 예비송전선 개념으로 또 다른 송전선을 또 건설하게 된다. 이미 충남 당진-신서산 76만5000볼트 송전선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초고압 송전선의 불안정성 때문에 추가로 송전선을 건설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펜스를 두른 송전탑 주위를 경찰병력이 막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제2, 제3의 밀양은 없어야 

 
76만5000볼트 송전선은 밀양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신울진 원전단지에서 출발해 신경기변전소까지 가는 76만5000볼트 사업이 추진중에 있다. 지난 1월 20일부터 경기지역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하고 있다. 이 송전선도 울진-신울진 원전단지에 새로운 원전만 건설하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송전선이다. 
 
제2, 제3의 밀양이 없으려면, 정부의 전력정책이 민주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몇몇 관료들과 공기업, 전문가들이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올해에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는 해이다. 삼척과 영덕의 신규원전 문제도 이 계획에서 다뤄지게 된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원전, 송전탑, 석탄화력발전소 등 전기와 관련된 문제들이 중요한 때다. 다행히 밀양 주민들은 여전히 씩씩하다. 작년 연말부터는 115번 송전철탑 부근에 농성장을 차리고 농성을 하고 있다. 신고리 3, 4호기 완공이 지연되자, 한전이 대구 쪽에서 전기를 끌어와 시험송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한전에 대해 ‘송전선이 필요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전력정책에 대해 끝까지 맞서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경찰력과 한전의 집요한 회유에도 아직도 225가구가 합의를 하지 않고 있다. 밀양 송전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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