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다이어트가 전력화보다 낫다

우리나라 수송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18.5퍼센트를 차지한다. 지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수송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연평균 1.7퍼센트씩 늘어났고 2015년 이후에는 그 2배인 3.5퍼센트씩 늘어나고 있다. 수송 부문에서 도로교통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79.1퍼센트에 달한다. 수송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도로교통의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의 2000~2015 연평균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수송 부문 전체의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2.4퍼센트에 달한다. 무엇이 도로교통의 에너지 소비를 견인하고 있을까? 단순하다. 자가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우리나라 경차, 소형차, 중형차 판매량은 총 101만 대였는데 2018년에는 86만 대로 줄었고, 같은 기간 준대형차와 대형차 판매는 31만 대에서 43만 대로 늘어났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가정용 차량의 대형화가 도로교통의 에너지 소비, 나아가 수송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에너지 계획들 가운데 최상위 계획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다. 2019년 6월 발표된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3차 에기본)의 핵심 내용은 에너지 수요관리 강화와 에너지 가격체계 합리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효율을 2017년 대비 38퍼센트 강화하고 △에너지 수요를 18.6퍼센트 감축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 강화와 에너지 수요 감축이라는 3차 에기본의 핵심 내용을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해 기획된 또다른 국가 에너지 계획은 2019년 8월 발표된 ‘에너지효율혁신전략(이하 혁신전략)’이다. 혁신전략의 수송 부문 에너지 효율화 주요 정책들은 △평균연비(킬로미터/리터)기준 강화(2017년 16.8 → 2020년 24.3 → 2030년 28.1)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구매 의무화(공공)와 유도(민간)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구축 △통합모빌리티서비스(MaaS) 사업 등이다. 
 
 
평균연비 강화는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친환경 전기차 확대, C-ITS와 MaaS는 물씬 미래 도로교통의 이미지를 풍긴다. 이 미래지향적 이미지의 정책 수단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전기차 확대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C-ITS는 기존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의 버전업 형태이다. ITS는 버스운행안내시스템(정류소), 교통량 반응 교통신호 유연화 시스템, 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정보, 하이패스 등의 시설을 갖춘 도로교통시스템이다. C-ITS는 결국 ITS가 ‘도로와 차량의 무선정보공유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최고의 교통효율을 위한 자동차-도로의 항시적 정보소통 시스템인 것이다. 
 
통합모빌리티서비스(MaaS)는 생소하다. MaaS는 ‘대중교통체계에 연결되기 전과 후의 이동을 대중교통체계에 연결시키는 서비스’를 뜻한다. 집에서 나서 버스나 지하철에 연결되기 전의 이동해야 하는 거리(퍼스트 마일)와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목적지에 이르는 거리(라스트 마일)는 자가용 이용에 눈을 돌리는 원인의 하나이다. 퍼스트 & 라스트 마일을 이동하는 시민들이 걷거나(도보), 단거리 택시 이용으로 자전거와 개인용 전동이동기구(공유형)를 사용해 이동하도록 편의성과 환경성을 제고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모든 교통수단의 이용비용을 통합결제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0년부터는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전기자전거는 기존에 허용됨)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평균연비가 높은 화석연료차만 살아남게 하면서 전기차로 유도하고 첨단 전자장비를 장착한 자동차들과 도로가 소통하게 하고 그런 차량과 역시 전기로 구동되는 지하철에 연계할 때 전기자전거와 개인용 전동이동기구를 사용하게 한다는 스토리인 셈이다. 한마디로 ‘이동의 전력화, 전자화’가 미래 도로교통의 핵심이 된다는 구상인데 이것이 수송 에너지 효율화의 최우선 방책인지 더 섬세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구상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전제에 전력 생산이 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원에 의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생가능에너지원 전력 증산이 관련 국가 최상위 계획인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이하 3020계획)’이 제시하는 것보다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3020계획이 발표된 2017년 12월 이후 2018년부터 2019년 6월까지 보급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 규모는 4583메가와트로 보급목표인 2039메가와트에 미치지 못한다. 농촌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입지 갈등으로 확산성이 주춤한 상태에서 도심 태양광 사업 또한 시민형 협동조합의 성장세가 입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가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원 전력 설비의 확대는 당연히 국가사회적 노력을 경주해 달성해야 하지만, 힘들게 생산한 재생에너지원 기반 생산 전력을 도로교통 전력화에 써도 좋을까?
 

2015년 42개 국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 

 
수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 전략을 다른 방향에서 점검해봐야 한다. 전기차 확대는 옳지만 지금 굴러다니는 개인용 자동차 수가 줄지 않고 모두 전기차로 바뀌는 건 의미가 없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게 우선이다.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의 이동을 전력화시키는 것도 에너지 효율화라고 보긴 어렵다. 무엇보다 △보행 위주로 도로를 재편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하고, △공유형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의 보급보다 가일층 무동력 공유자전거의 보급과 거치대 확대에 나서고, △차선을 줄이고 대신 ‘자전거 전용차로(차로와 분리된 높이, 경계석, 차량 진입을 막는 차단 시설을 가진 자전거만 달리는 길)’ 증설이 필요하다.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 이동의 비전력화 정책이 전력화 정책에 앞서야 마땅하다. 이러한 방향의 수송 부문 에너지 효율 전략이 만나게 되는 답은 ‘도로 다이어트’다.
 
 
도로 다이어트는 차로는 줄이되 보도 통행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걷기 좋은 길을 만들고, 비전력 자전거의 이용 효율과 안전 이동을 보장하는 전용차로를 확대하는 것이 본령이다. 미국 도로연방청의 2013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 다이어트는 ‘1차로를 줄일 때 교통사고가 29퍼센트 감소’시켰다. 대신 보행자 편의성이 증대됐다. 차로를 줄여 자전거에 내준 독일 뮌헨 시의 경우, 차로 폭을 줄이고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넓혔다. 이를 통해 2008년 대비 2017년 자전거 이용율을 14퍼센트에서 18퍼센트로 늘리고 대중교통 이용률도 21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늘렸다. 반면 자가용 이용율은 27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줄였다. 반면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1.43퍼센트(2015년 기준)에 불과했다. 
 
차로를 줄여 걷는 길, 자전거 길을 늘리는 게 에너지 효율 신장, 미세먼지 감소의 첩경이다.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의 이동은 보행과 무동력 자전거가 감당하게 돕는 게 옳다. 도로교통의 전력화는 도로의 문제를 발전소가 있는 교외의 먼 곳으로 이전시키는 일일 뿐이다. 적어도 재생가능에너지원 기반 생산 전력을 낭비하는 일이다. 우선 순위를 바꾸면 안 된다. 전력 생산 이전에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며, 도로교통의 전력화 이전에 비전력 교통수단의 교통 분담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로 다이어트가 먼저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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