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 환경문제

지난 해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교토에서는 금세기 최고의 환경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문제에 관한 제3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막판 진통을 거듭한 끝에 최종 합의된 감축목표는 일본 6%, 미국 7%, 유럽연합 8% 등이며, 미국의 경우 당초 제시한 2008〜2012년까지 1990년 수준의 0% 감축과 비교하면 현저히 계획을 수정해 의정서 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채택된 교토 의정서를 자세히 보면 미국은 요소요소에 자국이 요구하는 바를 모두 관철시킴으로써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환경문제마저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우려를 갖게 만들었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국가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9%를 차지, 전세계 총량 중에서  4분의 1을 배출하는 국가로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미국은 경제침체를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에 반대하는 미국 기업계의 강력한 로비와 개도국의 참여없이는 협약에 서명할 수 없다는 미 상원의 반대에 힘입어(?) 당초 0%를 제안하였고, 이로 인해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앨고어 부통령을 파견해 7% 감축이라는 협상카드를 제시함으로써 마치 미국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큰 선심이나 쓴 듯한 인상을 주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의정서의 이행 조건을 자국 산업의 심대한 타격 없이도 감축목표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유리하게 만들었다.   

 

온실가스 감축도 미국의 허용한도에서

선진국 중 감축목표가 가장 높은 유럽연합은 그동안의 공세적 위치에서 일본과 미국의 협공으로 교토협약에서는 수세적 위치로 몰린 게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간의 감축목표를 두고 설전이 오고가다 12월 5일경 뉴질랜드가 2014년 이후에 적용할 모든 당사국의 공약사항을 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1998년부터 개시하여 2000년까지 매듭짓자는 제안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지리한 말싸움은 계속되었고, 12월 8일 각료급 본회의에서 개발도상국 대표들은 ‘참가불가'라는 강력한 발언으로 개도국 참여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하시모토 일본 총리와 미국 앨고어 부통령이 참석한 12월 8일 각료급 본회의에서 앨고어 부통령은 개도국의 실현가능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삭감목표설정, 공동이행과 배출거래제 등의 타당성을 역설했으며, 뒤이은 분데(Mbonde) 탄자니아 국무장관은 교토협약이 베를린 위임정신(부속서 1 국가군만을 대상으로 감축목표 설정)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차후의 개도국 참여요구 부분에서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대신 그동안 반대해 오던 삭감대상 및 차별화접근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한편 첸(Chen) 중국 산림장관 및 국가계획위원회 부의장은 삭감목표 관련 배출권거래, 공동이행 등은 선진국들의 책임회피 수단으로서 개도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개도국에 새로은 의무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정과 관련해서는 현재 중국의 1인당 배출량은 선진국 평균의 7분의 1에 지나지 않고 6천만명 정도의 중국인이 극빈층인 관계로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강조했으며, 여건이 성숙되면 그때부터 온실가스 감축의무 수용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개도국들의 참여여부는 G77과 중국의 조직적이고도 집요한 거부로 인해 협상막바지 시점이던 11일 새벽 개도국의 자발적 참여를 규정한 제10조가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논쟁만 무성했던 교토 총회

세계환경단체와 개도국이 반대한 바 있는 배출권 거래제도와 공동이행을 살펴보면, ‘배출권거래제도'는 온실가스의 거래를 시장원리에 의해 자유롭게 조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각국이 배출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해 놓고 각국은 그 배출권을 발행한다. 그리고 배출량을 초과하는 국가는 배출량을 초과하지 않은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사서 구입한 배출권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미국이 기대하는 건 사실 여기에 있다. 미국의 경우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극의 온실가스 사용을 줄이지 않고도 배출권이 남아도는 러시아(러시아는 이미 선진국 목표치 30%를 달성한 상태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군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면 실지로 미국은 온실가스배출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지로 거래가 미국과 러시아간에 이루어진다고 하면 온실가스의 배출은 현수준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완벽히 30%감축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로서 현재 감축의무가 0%인 러시아와 거래 발생시 미국이 거래권을 매입하게 되면 그만큼 온난화가스배출량은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공동이행'은 선진국 A가 개도국 B국가에 조림사업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게 되면 이는 선진국  A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 방법 역시 재원이 든든한 국가, 주로 선진국에게 유리한 방법이다. 

흡수원(sinks)을 고려한 온실가스의 측정방법(순배출량측정방법)은 전체배출량에서 1990년 이후의 조림이나 농지이용을 통해 흡수된 이산화탄소를 빼는 계산법으로 이 역시 선진국이 악용한 점이 없지 않다. 대상가스 6개 중 지구온난화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가스는 단연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의 감축으로 인한 경제타격을 우려한 미국은 6개 가스마다 개별적으로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는 각국 환경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3개도 아닌 6개 가스 모두에 대한 목표치를 일괄 설정(7%)함으로써 이산화탄소에 대한 여유분을 확보한 것이다.

유엔 관련 국제환경회의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환경회의는 제목만 거창할 뿐 국제경제회의, 통상회의와 다를 바 없고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환경외교는 말뿐이며, 통상외교가 판치는 현장임을 이번 제3차 교토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춘이/ 환경련 정책기획팀 국제연대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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