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 법정에 서다

삼평리 할매들과 주민들은 지난 2009년부터, 주민 동의도 없이 강행되는 송전탑 공사에 맞서, 참으로 눈물겨운 저항을 해왔다. 특히 작년 7월 21일,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강행된 마지막 23호 철탑 공사에 맞서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 
 
무엇보다 이러한 초고압 송전선로 공사가 사실은 정부나 한전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당하고 합법적인 ‘국책사업’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의 이익과 대도시의 전기소비를 위해 농촌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잘못된 전력 정책으로 인한 비극이라는 ‘진실’을 우리 사회에 알리기 위해, 밀양 주민들과 연대해 외치고 또 외쳤다.
 
많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퇴거불응 등의 ‘험악한’ 혐의로 연행되거나 고소되어 조사를 받아왔다. 그리고 차례차례 기소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014년 7월 21일 한전은 경찰병력까지 대동하고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 송전탑은 건설됐지만 1년 전 온몸으로 공사를 막았던 주민과 연대자들의 송전탑 반대운동은 진행중이다 ⓒ이보나
 

김칫국물 묻혔다고 재물손괴? 

 
지난 4월 28일, 대구의 소셜마켓에서는 좀 특이한 모임이 열렸다. ‘기소자 총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자리에는 그동안 삼평리 투쟁 과정에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주민과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까지 삼평리 투쟁 과정에서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은 모두 24명. 이번 모임은 그동안 진행된 재판 과정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결의하는 자리다. 
 
“한전 직원들 도시락 반입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손에 김칫국물이 묻었는데, 그게 경찰 옷에 묻었다고 ‘재물손괴’래요. 판사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 옷은 빨면 되는 거 아니냐 하고 검사한테 물었어요.”
 
“현장에서 경찰들과 몸싸움하다가 체포되었는데, 정작 공소장 내용에는 체포 당시 사유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어요. 경찰들이 채증한 사진들 중에서 내 손가락 하나가 경찰 목에 닿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증거로 내밀고는, 경찰이 손가락에 찔려서 호흡이 곤란했다고 증언했다는 거예요. 그것도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런 게 아니라, 한참 뒤에. 내가 엄청난 무공을 가진 사람인가 봐요.” 
 
돌아가면서 재판 과정을 이야기하는 동안, 여러 차례 웃음이 터지고, 어이없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만큼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내용 중에는 무리하게 짜 맞춘 내용들이 많다. 정당한 항의를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옭아매기 위한 사법당국의 억지 논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24명 형사재판, 잇따른 유죄 선고

 
그럼에도 7월 13일 현재까지 법원은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들에게 ‘유죄’를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12명의 연대자들이 1심에서 5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 4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그중 한 명인 최창진 씨(청년좌파 대구지부장)는 지난 6월 9일, 터무니없게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기까지 했다.  
 
최 씨는 작년 7월, 삼평리 현장에서 한전의 송전탑 공사에 항의하던 중 경찰과의 실랑이 과정에서 연행되었다.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검찰에 의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징역 1년이 구형되었다. 그러나 최 씨와 변호인은 그동안, 당일 현장에서 최 씨가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가 뚜렷하지 않으며, 특히 현장에서 체포 당시의 사유와 기소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판결 취지에서, 최 씨가 경찰의 공무를 방해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며,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 동종 범죄 경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 주장은 아무런 입증자료도 없는 억지 주장일 뿐만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관들의 기억도 분명치 않은 등 유죄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한 것이었다. 또 최 씨는 과거 집시법 위반으로 10만~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력이 있을 뿐, 공무집행방해 전과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은 매우 부당한 선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청도 송전탑 공사를 막아선 주민들을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7월 19일 삼평리 들녘에서 진행된 침탈 1주년 행사에 모인 주민과 연대자들은 한전의 송전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보나
 
 

불복종과 노역형

 
이처럼 부당한 판결들은 이 나라의 법이, 힘없는 주민과 그에 연대하려는 양심적인 시민들의 편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제나 그랬듯이 법은 권력과 기업, 자본 편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들은 굴하지 않고, 법정 투쟁의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 
 
주민과 활동가들은 이미 기소자 총회에서 “삼평리 투쟁은 참으로 값진 연대의 경험이었다. 국가폭력에 맞서 정의와 민주주의,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투쟁한 것이기 때문에,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지금 상황이 다소 억울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러나 조금의 후회도 없다. 함께 싸워온 것처럼 앞으로 법적 대응도 함께 헤쳐 나가고 그 책임도 연대하여 지도록 하자. 최선의 노력을 한 다음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개인에게 부담이나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공동으로 대응하자. 또, 비록 힘겨운 재판이지만, 다퉈야 할 쟁점들을 충분히 다투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항소와 상고 등을 통해 끝까지 투쟁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연대자들 중에는 벌금이 부과될 경우, 노역형을 통해 공권력의 부당함에 대해 불복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이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윤일규 목사(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는 벌금형이 확정되자 지난 6월 25일 스스로 노역장으로 향했다. 수감 직전 열린 ‘고난 받는 삼평리 주민·연대자들과 함께하는 거리 기도회’에서 윤 목사는 이렇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절망하지 말고 이제 다시 생명의 길, 진리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다시금 저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우리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억2000만 원 민사소송, 주민들 “한전과 합의는 없다”

 
이와 같은 형사 사건과 별개로, 한전이 민사소송(집행문부여)으로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받아내겠다고 하는 ‘이행강제금’이 무려 2억2000만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서는 민사 재판이 진행중이며, 터무니없는 한전의 주장에 맞서 법정에서 끈기 있게 다투고 있다. 얼마 전 조정을 거쳐 재판부는 4000만 원의 ‘합의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주민과 대책위는 한전의 소송이 “금전으로 정당한 주민 투쟁을 압박함으로써 타지역 투쟁에 본보기를 보이려는 비겁하고 치졸한 수단”으로 규정, 이를 거부하고 이의신청을 내었다. 
 
엄청난 규모의 형사상 벌금과 별도로 한전이 민사 소송을 통해 이중으로 주민과 연대자들을 압박하는 것은 너무도 치졸하고 비열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밀양에서도 없었던 사례. 이것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한전은 이 사건을 하나의 선례로 삼아 다른 지역 송전탑 반대 운동을 사전에 봉쇄하는 압박수단으로 삼게 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삼평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전탑으로 인해 고통 받게 될 더 많은 ‘밀양’과 ‘청도 삼평리’의 문제가 될 것이며, 매우 우려스러운 선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공감하는 전국 3008명 ‘삼평리의 친구들’이 “집행문부여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지난 6월 7일 법원에 함께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삼평리의 친구들’은 이렇게 호소했다. 
 
“형사 사건으로 상당한 책임과 부담을 안아야 하는 주민과 연대시민들에게, 민사 소송을 통해 이중으로 금전적 압박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할 것입니다. 더구나 연대시민들에 대한 이행강제금의 부과는, 자칫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대와 상호부조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마저 있습니다. 양심에 따라 약자들을 돕고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시민의식이 사라진다면 민주공화국의 근간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비록 송전탑이 다 세워지고 전선이 걸려 시험송전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삼평리 연대의 경험과 기억은 지역운동과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비록 고되고 지루하지만, 법정에서도 이러한 삼평리 투쟁의 성과와 의의가 꺾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민과 연대자들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지금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노역에 들어가며 윤일규 목사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우리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변홍철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grrevie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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