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가치 훼손 최소화하는 풍력발전의 길

제주 행원풍력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인 과제이다. 기후위기와 대기오염, 핵발전과 핵폐기물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규 핵발전소 및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발전소의 조기폐쇄를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야 한다. 대규모 중앙집중식 에너지 생산 및 공급시스템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지역 분산형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시켜내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목표로 가는 여정은 만만치 않다. 이는 단지 핵발전과 석탄발전에 기반하여 생존하고 이익을 도모해왔던 기존 에너지 산업계의 저항 때문만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는 과정이 기존의 에너지 설비 구축 방식과 관성을 벗어나지 않은 탓도 있다. 입지 선정과정에서 배제되는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의견,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과 송전으로 인한 특정 지역의 피해 강요와 박탈감, 이 과정에서 훼손되는 생태계 문제 등 여타의 개발 사업들에 노정되어 왔던 관행들과 부작용이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질문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 자연이 주는 무한한 선물인 태양과 바람의 힘을 이용한 발전설비가 기존 발전설비와 마찬가지로 생태계에 폭력을 가하면서 구축된다면, 그러한 시설이 친환경에너지라는 이름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물론 다른 질문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반환경시설이었던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 골프장은 허용되어 왔는데, 풍력발전에 더 까다로운 입지 규제를 가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 
 
분명한 것은 환경단체는 반환경 시설이 환경을 훼손하고 들어서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임대주택이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것을 비롯하여 규제지역에서 개발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기에 환경단체가 후자의 질문에 답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마도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것이 친환경설비이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는 소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과 생태보전은 동일한 지향과 충돌할 수 없는 가치를 내재함에도 불구하고, 위에 예시된 두 질문은 두 가치가 분리된 채 다른 가치 간의 충돌이 되거나 혹은 하나의 가치가 다른 가치를 훼손하는 양상과 그 대립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에너지 전환과 생태보전이라는 두 과제 중 어느 한 곳에 방점을 찍는 문제가 아니라, 친환경설비로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그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원칙을 배반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태계 훼손을 둘러싼 풍력발전 입지 갈등

 
영양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싼 입지 갈등은 오래되었다. 2009년 처음 영양군에 41기의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이후 연접하여 차례로 18기, 7기가 들어섰다. 이후 AWP영양풍력이 추진하던 27기의 풍력발전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부동의 처리되었다. 공사 중인 홍계리 양구리 22발전기 외에도 영양제2풍력 15기를 비롯하여 97기의 풍력발전 등 인허가 절차 중인 영양군 내 풍력발전용량까지 더하면 총 560메가와트(MW) 210기에 이른다. 홍계리 양구리 풍력발전은 대구지방환경청이 토석류 및 토사유출로 인한 재해발생 우려와 법정 보호종 수리부엉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생태적 민감도와 재해위험성 문제뿐만 아니라 연접 개발로 인한 정주권 침해 문제까지 겹쳐 갈등의 골이 깊은 곳이다. 
 
영양 영덕 풍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주민들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 들어서는 64.8MW용량의 풍력발전단지는 3.6MW 18기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관리도로와 진입도로를 위해 최대 8.5미터 연장 14킬로미터의 관리도로와 진입도로를 개설해야 했다. 이곳은 설악산과 오대산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이 서식할 뿐만 아니라, 산양 서식지인 미천골과 연접하여 산양서식공간으로 예상된 지역이기도 하다. 
 
청송군 면봉산 풍력사업의 경우 애초 24기, 60MW의 풍력발전기를 세울 예정이었으나, 환경영향평가 협의 단계에서 10기로 축소되었다. 이후 다시 발전기 용량과 규모를 늘려 24기 86.4MW 풍력발전 사업으로 확대 변경 신청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통과하도록 되어 있어, 대구지방환경청은 이 지역을 제척해야 한다는 보완의견을 냈다.  
 

당정이 협의한 ‘육상풍력활성화방안’은 적절한가?

 
지난 8월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백두대간 인접지역 1킬로미터 이내 풍력 입지는 제한하지만, 정맥과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 대체조성을 전제로 한 숲길에 풍력입지를 사실상 허용하는 안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육상풍력지도를 만들고 주민참여형 사업을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 입장을 밝혔으나, 정맥과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숲길에 풍력입지를 열어주는 방안에는 반대했다. 생태축의 핵심지역에 해당하는 백두대간보호지역 및 정맥에 풍력발전은 회피하고 민감성이 낮은 분지맥과 독립산지에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두 과제가 추구하는 환경 보전의 의미를 내재시키는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에 풍력입지를 허용하는 것 또한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보전 등급의 의미를 폄훼하는 격이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중 벌목으로 그 의미가 현격히 퇴색된 지역이라면 그 가치를 다시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전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는 1등급지에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규제완화를 기본으로 해서는 안 된다. 
 
대체노선 확보가 가능한 숲길에 풍력발전 사업을 허용하는 것 역시 재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숲길은 지역사회의 역사문화자원과 생태경관적 요소에 대한 오랜 검토를 통해서 조성된다. 현재의 숲길이 지역의 생태관광과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숲길 노선이 대체 가능한지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에 숲길에 육상풍력 허용은 오히려 주민 갈등을 부각시킬 것이라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이 재해안전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대한 과장된 위험과 유해성 우려로부터 벗어나려면, 안전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 산사태 위험 1등급 입지 제한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산림기술사 책임제를 도입하여 육상풍력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높은 해외국가들의 경우, 독일은 육상풍력발전시설이 주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풍력발전 배제구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조류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풍력발전사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입지가이드라인을 두어 발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거지로부터 1.3킬로미터 이상 거리를 두거나 최소 허용범위를 500미터 이상 둘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발전단지 간 인접으로 인한 누적영향을 막기 위해 풍력단지 간 이격거리 역시 5킬로미터를 확보해야 한다. 스코틀랜드 역시 국가 및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자연, 생태환경,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여 개발로부터 보호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생태적 민감도에 따라 구역을 구분하고 보전구역은 최상위의 입지제한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태자연도 1등급이란 자연환경보전법 상의 보전지역이다. 문제는 생태적 민감지역에 풍력 규제를 완화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입지 가능한 곳과 불가능 지역에 대한 구분에 따라 규제와 지원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이는 필요하다. 덴마크의 경우 풍력지도가 있다. 육상풍력지도에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을 표시하고, 해상풍력지도는 입지가능한 지역이 안내되어 있다. 원스톱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어서 부지발굴에서부터 허가까지 일괄처리하여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는 데 기여한다. 
 

환경영향 최소화 입지 선택 필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난개발이라는 오명을 피하고 재생에너지가 친환경발전설비로서의 자신의 소명을 다하려면, 생태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를 선택해야 한다. 친환경설비인 풍력발전시설이 난개발 사업이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제껏 국내 풍력발전은 풍황을 우선 고려하여 고지대 능선부에 후보지를 물색하는 경향이 존재했다. 사업성만을 생각하여 입지를 선정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훼손과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발전효율 확보가 가능한 부지를 전제로 입지를 모색해야 한다. 산지를 후보지로 한다면 독립산지나 분지맥에서 가능성을 찾고 후보지가 없을 경우 지맥, 기맥 순서로 생태적 민감도를 고려하여 물색해야 한다. 즉 풍력발전이 생태축을 단절시키거나 생태자연도 1등급, 야생생물보호구역, 조류이동경로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훼손하는지, 산사태 1,2등급지를 포괄하여 재해위험을 안고 있지는 않은지, 연접개발로 인한 누적환경영향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육상풍력이 반드시 산 정상일 이유는 없다. 영광의 경우, 농촌지역에 풍력단지를 개발했고, 풍력발전 특별지원금으로 주민들이 태양광을 위한 주민발전(주)도 설립했다. 제주 행원마을은 마을부지에 풍력발전기를 세워서 주민들의 복지 기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에도 우호적이어서, 공사 도중 양식장을 일시로 옮겨서 어업피해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했다.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업과 상생하는 모델을 연구하면서 해양생태계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풍력발전은 도시 소형풍력의 가능성에 주력, 확장, 투자해야 한다. 도시는 건물과 층고 등 현황을 파악하여 바람지도를 서둘러 만들어 풍력 입지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도시에서 필요한 전력을 농·산·어촌의 풍력을 통해 송전 받으려는 의존성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한다. 도시는 노력하지 않은 채, 에너지자립을 초과달성한 에너지 저소비 농·산·어촌에 에너지 다소비 대도시를 위한 희생 감수를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일이 재생에너지 발전·송전에서도 나타나는 일이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환경 정의, 지역 간 정의, 세대 간 정의를 박자로 발전해야 한다. 그 가운데 생태가치 훼손도 최소화 될 것이다. 
 
글 /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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