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 보고서가 말하는 기후변화의 경제학 _ 이상백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우리가 하는 행동이 금세기 후반부터 다음 세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규모는 양차대전과 20세기 전반의 경제대공황을 합친 것에 버금갈 것이다.”

지난해 11월 나이로비에서 180개가 넘는 나라의 장관들이 모여 교토의정서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직전인 10월 30일, 전 세계은행 수석경제연구원 니콜라스 스턴이 ‘지구온난화의 경제학’, 일명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내놓으면서 한 말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장대한 분량의 이 보고서는 대기과학자나 환경과학자가 아닌 경제학자가 정부의 지원(영국)을 받아 수행한 최초의 지구온난화 관련 보고서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런 만큼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밝히는 데 치중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지구경제의 20퍼센트를 와해시킬 수 있으며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선다면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퍼센트 정도의 비용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mitigation)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을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세계 GDP의 20퍼센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보고서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특히 새롭게 창출될 거대한 시장에 관심을 드러내며 가장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미국은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으며 백악관은 스턴 보고서를 ‘수많은 연구보고서 중 하나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면서 그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점을 들었었다.

나이로비 기후변화회의에서 스턴 보고서의 반향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고서 자체가 토론주제의 하나로 다루어졌으며 각국 대표들은 협상에서 보고서 내용을 수없이 인용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스턴 보고서를 ‘환경이슈로만 생각되던 기후변화의 문제가 이제 경제적·사회적 위협의 문제임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의 관심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아래는 스턴 보고서의 요약본을 다시 축약한 것이다.
(http://www.hm-treasury.gov.uk/media/999/76/CLOSED_SHORT_executive_summary.pdf)

지금 행동한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과학적 증거는 이제 압도적이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지구적 위협이며 급박한 지구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경제적 비용의 근거에 대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비용과 리스크를 산정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 보고서의 최종결론은 단순하다.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그러지 않았을 때 발생할 비용을 훨씬 능가한다는 것이다. 공인된 경제학 모델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보고서는 우리가 행동하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로 발생할 총비용과 리스크가 지금부터 매년 적어도 세계 GDP의 5퍼센트 손실에 맞먹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 광범위한 범주의 리스크와 영향들을 감안한다면 손실은 세계 GDP의 20퍼센트 이상에 이를 수 있다. 반면 행동에 드는 비용, 즉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은 매년 세계 GDP의 1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향후 10~20년에 이루어질 투자가 금세기 후반부와 그 이후의 기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우리가 하는 행동이 금세기 후반부터 다음 세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규모는 양차대전과 20세기 전반의 경제대공황을 합친 것에 버금갈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되돌리기란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이고 강력한 행동만이 확실한 보장책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적 규모의 문제여서 그 대응 역시 국제적이어야 한다.

온실가스 안정화의 과제
기후변화의 영향은 모든 나라에 미치게 될 것이다. 가난한 나라들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취약한데 이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홍수, 가뭄,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에 대한 비용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adaptation)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20~30년 동안 일어날 기후변화를 막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 개선된 계획, 기후변화에 훨씬 적응력이 뛰어난 작물과 인프라 등을 갖춘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우리의 사회와 경제를 지켜내는 것은 아직 가능한 일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450~550ppm CO2e(CO2 equivalent, 이산화탄소 환산량)에서 안정화될 수 있다면 최악의 기후변화 영향은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온실가스 농도는 430ppm CO2e이다. 그런데 매년 2ppm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 범위 내에서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현재 배출 농도에서 적어도 25퍼센트 이상을 줄여야 한다. 지금 당장 강력한 대응에 돌입한다면 500~550ppm CO2e에서 안정화시키기 위해 드는 연간 비용은 세계 GDP의 1퍼센트 수준이 될 것이다. 비용은 에너지 효율의 개선, 대기오염 저감과 같은 부가이익이 클 경우 훨씬 줄어들 것이고 반대로 저탄소기술 혁신이 예상보다 지연된다든가 적절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늘어날 것이다.

기후변화 저지는 친성장전략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좋은 사업기회를 창출한다. 저탄소에너지기술과 기타 저탄소 제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시장은 매년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도 있다. 고용의 증대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세계는 기후변화를 피하느냐 성장과 개발을 지속하느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은 아니다. 에너지기술과 경제구조에서의 변화는 온실가스 배출과 성장의 문제를 분리시켰다. 오히려 기후변화를 무시하는 태도가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저지야말로 친성장전략이다.

온실가스는 에너지효율의 향상, 수요의 변화, 청정한 전력, 열, 교통수단 관련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감축할 수 있다. 전 세계 전력부문은 2050년까지 적어도 60퍼센트까지 탈탄소화(decarbonise)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 중 탄소농도를 550ppm CO2e 이하로 안정화할 수 있다. 교통부문에서 현저한 배출량 감소가 요구된다. 집중적인 탄소포획과 저장노력은 대기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화석연료를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삼림벌채, 농업적, 산업적 생산과정에서 비롯되는 비에너지 부문의 배출량 감소도 역시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사상 유례가 없는 시장주의의 최대 실패라 할 만하다. 효과적인 지구적 대응을 위해 세 가지 정책적 요소가 요구된다. 첫째, 세금, 무역, 규제를 통해 실현하는 탄소가격제도. 둘째, 저탄소기술의 혁신과 보급을 지지하는 정책. 그리고 셋째, 에너지효율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중교육과 홍보, 설득이 그것이다.

국제적 대응의 필수요소
유엔기후변화실무회의(UNFCC)와 교토의정서는 파트너십의 범주와 기타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는 국제협력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더욱 야심찬 행동을 요구한다.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데 있어 각국은 자국이 처한 다양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각국의 개별적 행동은 해결책이 아니다. 아무리 크다 해도 개별국가는 문제의 부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 목표에 대한 국제적 전망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각국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제적 행동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 행동의 틀에 필수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배출권거래: 점점 성장하는 세계적 규모의 배출권거래시스템의 확장과 연계는 배출량 감소에 있어 비용 대비 효과를 제고시키고 개발도상국에서의 행동을 진작시키는 강력한 방법이다. 부유한 나라에서 매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저탄소개발전략은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다.

△기술협력: 동의와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구적으로 에너지 개발과 연구에 대한 지원은 적어도 지금의 두 배 이상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저탄소기술 보급에 대한 지원은 다섯 배 정도 강화되어야 한다. 제품규격화에 대한 국제적 협력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다.

△삼림벌채 저지: 전 세계 자연림의 손실로 인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교통부문보다 더 높은 실정이다. 삼림벌채를 막는 것은 배출량 감소에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큰 방법이다.

△적응: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들에게 기후변화가 개발정책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이 온전히 이해되어야 하며 부유한 나라들은 이들에 대한 개발원조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제기금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지역정보의 개선, 가뭄과 홍수에 훨씬 강한 새롭고도 다양한 작물에 대한 연구 등을 지원해야 한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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