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서 풍력발전은 환영받지 못할까

풍력발전은 재생가능에너지의 하나로서, 기후변화, 원전의 위험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풍력발전, 특히 육상풍력은 소음, 환경경관, 저주파 피해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풍력발전이 일부 민간자본들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많다. 여러 지역에서 비민주적인 절차로 추진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현재 추진중인 육상풍력발전소의 경우에는 산정부의 능선을 따라 건설될 것들이 많아 환경파괴 우려도 크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보존가치가 높은 산의 능선을 훼손하고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된 경북 영양군 맹둥산 일대의 영양풍력발전단지(1차단지)의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공사가 강행됐다. 스페인 기업인 악시오나(ACCIONA)가 시작한 풍력발전소이지만, 악시오나는 2013년 11월 2배 이상의 매각차익을 남기고 맥쿼리 계열회사에 풍력발전소를 매각했다. 풍력발전이 민간 자본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2011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전기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퍼센트 수준으로 OECD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IEA 기준).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풍력발전설비용량은 608.5MW(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풍력발전은 실제 전기생산은 얼마 하지도 못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문제만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공공성 결여와 비민주적 사업 추진

 
대한민국의 풍력발전이 유독 문제가 많은 이유는 ‘공공성의 결여’에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풍력발전을 포함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체계적인 계획이나 정책의지가 없는 상태다. 그저 풍력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치만 설정해 놓고, 실제 추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맡겨 놓고 있다. 정부가 2014년 1월 발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13GW의 풍력발전을 설치할 예정이고, 그중 10.6GW는 해상풍력, 2.5GW는 육상풍력으로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는 책임성은 없다. 민간사업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원전에는 막대한 예산과 재정지원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국가의 책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사기업들이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풍력발전을 무분별하게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풍력발전 방식도 드물다. 
 
전력은 국가의 기반산업이고, 재생가능에너지는 미래의 전력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이것을 민간사업자들에게 맡겨놓는다는 것은 심각한 책임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중요한 기회도 놓치고 있다. 풍력발전산업은 발전기 제조와 발전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않다보니, 풍력발전기 제조업은 지지부진하다. 2013년말 기준으로 덴마크 베스타스와 스페인 악시오나의 국내 풍력발전기 점유율이 각각 56.9퍼센트, 13.1퍼센트에 달한다. 국산이라고 해도 핵심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풍력발전기 제조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국가정책이 부실하다보니 철수하는 분위기다. 결국 풍력발전기 제조업이라는 중요한 산업기회는 놓치고, 일자리도 얼마 생기지 않는 발전기 설치·운영업은 민간기업에 맡겨 환경피해와 주민피해만 낳고 있는 것이다.  
 
둘째, 사업추진 절차가 비민주적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이라면, 추진절차도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간사업자들에 의해 토건사업 방식으로 육상풍력발전이 추진되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인근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고 풍력발전기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호소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북 영양군과 같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토건사업의 하나로 풍력발전을 바라보고 민간사업자와 결탁하여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풍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커지고, 주민들과의 갈등만 양산될 뿐이다.  
 
셋째, 환경파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미비하다. 그동안 산의 능선부와 봉우리를 파괴하거나 생태·환경·주민피해가 큰 입지에 풍력발전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되어 왔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2014년 10월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이하 “지침”이라 한다)’을 발표하여, 환경파괴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새로 발표된 지침에 따르면, 능선부 및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부실한 내용의 환경부 지침은 풍력발전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의령군 한우산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항의하며 공사장을 막아선 주민들 사진제공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대안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는 필요하다. 풍력발전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풍력발전이 제대로 되려면,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풍력 공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바람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풍력은 자연력이고 공유재로 봐야 한다. 헌법 제120조에도 이런 자연력은 공공적으로 개발·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풍력 공개념에 입각해, 국가적인 계획을 세워 풍력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활성화하는 것과 함께, 기존에 진행된 풍력발전 사업들에 대한 피해조사와 대책마련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둘째, 육상풍력에 대해 새로운 입지선정기준을 마련하고, 환경파괴 우려가 크거나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서의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은 중단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토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다. 그리고 표고 1000미터 이상의 많은 면적은 국립공원이나 백두대간 핵심구역에 포함된다. 따라서 육상풍력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제는 정부가 풍력발전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을 명확하게 구분 지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백두대간, 낙동정맥에서의 신규 육상풍력은 중단시켜야 한다.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3면이 바다인 조건을 감안할 때에, 대한민국에서는 해상풍력이 상당히 유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을 보면, 해상풍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가장 큰 규모인 서남해 2.5GW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도 민간기업들이 손을 떼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해상풍력은 2018년까지 1단계 실증사업(3MW급 20기)을 추진한다지만,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다. 2단계(400MW), 3단계(2GW)는 실시 시기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육상풍력은 입지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상풍력이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은 육상에 비해 대형터빈 설치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아직은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후의 전망을 보면, 해상풍력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인 특성을 갖고 있다. 4면이 바다인 영국이 2020년까지 45GW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여 발전량의 25퍼센트를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후쿠시마 앞바다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 관한 세계 연구개발 프로젝트 40개 중에서 9개를 추진할 정도로 해상풍력에 적극적이다. 넷째, 소규모 풍력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는데, 3MW 이하의 소규모 풍력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소음이 적은 수직축 풍력발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소규모로 풍력발전을 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국가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지역분산형인 전력시스템으로 가는 길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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