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에너지 100% 제주, 이대로는 불가능

 
제주 내륙 수산리 풍력발전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제주가 재생가능에너지의 메카로 불린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현재 제주도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부하분담률이 평균 14.4%에 이르렀다. 육지부가 아직 평균 4%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제주도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이끌고 있는 것은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이하 CFI2030)’이다. 비법정 계획임에도 지역에너지계획을 포함해 에너지와 관련된 법정계획의 상을 그리며 이끌고 있는 사실상 최상위 계획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설비 확대에 올인한 CFI2030

 
CFI2030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있다. 제주도의 모든 전력생산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하겠다는 것이다. CFI2030은 태양광의 경우 1411메가와트(MW), 풍력발전의 경우 육상 450MW, 해상에 1895MW 등 총 2345MW의 보급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체 4085MW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중에 풍력과 태양광으로 보급하겠다는 양이 3756MW로 전체 보급 목표의 92%에 육박한다. 이를 증명하듯 제주도의 풍력과 태양광발전 설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 들어 풍력발전은 294.2MW, 태양광은 242MW 등 536.2MW에 이른다. 제주의 화력발전설비가 약 780MW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현재 제주의 재생가능에너지 부하분담률은 평균 14.4%이지만 2018년 12월 23일에는 일 최대 51.8%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력발전 발전량(34.2%)과 해저송전케이블(HVDC) 수급량(14.0%)을 합한 값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더 높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초과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풍력발전에 대한 출력제한 즉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리는 사례가 급증하는 탓이다. 전력계통은 발전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거나 넘치면 주파수와 전압 등 전기품질이 떨어지고 작게는 전자제품의 고장부터 심할 경우 대정전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수급균형을 반드시 맞춰줘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발전소는 수요보다 많은 전기를 초과생산할 때 출력제한조치를 취한다. 문제는 화력발전의 출력을 아예 꺼버리거나 해저송전케이블(HVDC)를 차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풍력발전을 꺼버리는 일이 주로 선택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앞으로는 전력수요가 적은 시기에는 태양광발전의 출력제어를 위한 원격제어도 추진될 거라 한다.
 

화석전력 퇴출 없는 재생전력 확대로 문제 불러

 
재생가능에너지 100% 자급이라는 제주도의 계획과 달리 왜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강제로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전력수요에 대한 과다예측에 기반을 둔 전력생산의 공급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제주도의 최대전력은 2017년에 처음으로 950MW를 넘은 이후 큰 증가 없이 작년에 폭염에도 불구하고 965MW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1000MW 시대가 곧 열릴 것처럼 얘기했지만 인구와 관광객 증가의 정체로 이런 상황까지 치닫지 않았던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의 전력생산시설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5년에 제주도 내 전력공급능력은 987MW에서 2017년에 처음으로 1000MW를 넘겼고 2019년에는 1243MW까지 늘어났다. 2019년 최대전력에 도달했을 때 공급예비율은 무려 28.8%였다. 그리고 작년 평균 공급예비율은 34%에 이르렀다. 발전소 10개 중 3개가 사실상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왜 전력설비 과잉사태가 빚어지게 됐을까?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모든 부문의 발전설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의 경우 LNG보급에 따라 기존 유류발전설비를 LNG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LNG발전소를 추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40MW의 LNG발전설비가 이미 준공되어 운영중이며, 추가로 160MW의 LNG발전설비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기존의 유류발전설비는 기존 중유와 벙커C유 대신 바이오중유로 대체해 발전설비 가동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화력발전만으로 최대전력부하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증설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최근(2019년)의 주목할 만한 사항은 제주도의 태양광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풍력이 24MW 정도 증가하는 동안 태양광은 93MW나 증가했다. 2018년 대비 무려 56%나 늘어났다. 여기에 육지부에서 들어오는 전기(HVDC)도 존재한다. 이런 과정에서 제주는 전력초과잉 국면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 100%를 안정적으로 부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시켜야만 하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 우선 화력발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책 판단이 부재한 게 문제다. 즉 화력발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그에 따라 재생가능에너지가 진입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당초에는 LNG발전설비 가동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이고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지금까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화력발전의 파이를 줄이지 않는 이상 현재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또 하나 지적되는 문제는 전력망 안정성, 열 소비 부문 등 전력 외 부문에서의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를 위한 조처 없는 단순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확대 계획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제주의 풍력과 태양광발전설비의 총량은 3756MW에 달한다. 이 계획의 실현연도는 2030년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계획된 설비를 다 채워 넣어야 하다보니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특히 대규모 발전원을 갖추는 사업이니만큼 육상에서나 해상에서나 많은 양의 공간에 에너지 설비가 들어서게 되고 이는 그 공간을 정주공간으로 또는 경제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가피한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즉 사회갈등의 발발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과다한 설비 증설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정작 생산된 전력을 전력망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소비할 데 대한 대책도 없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문제는 남는 전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출력제한을 하지 않고 풍력과 태양광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현재 제주도가 내놓은 대책은 육지부에 제3연계선(HVDC)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육지부에서 제주도로 한방향 송전만 했다면 이제는 양방향 송전시설을 건설해서 남는 전기를 육지부로 보내겠다는 소리다. 육지부도 전기가 남아돈다고 하는 마당에 과연 이런 정책이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 합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지적을 의식했는지 최근에는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로 저장했다가 연료전지발전을 하자’는 논의까지 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정책 논의가 아닐 수 없다.
 

해법은 있다

 
이상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제주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수급 100% 지역이 될 수 있다. 해결방법은 크게 4가지다. △ 유류계 발전시설의 점진적 폐쇄 △ 이에 맞춘 적정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계획 재수립 △ 남는 전기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저장장치(ESS)의 확대보급 △ 제1연계선과 2연계선의 전력공급 최소화 등이다. 이 4가지가 해결되어야 앞으로 제주도에 더 많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가 들어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제주도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섬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발전자회사를 설득하고 그들로 하여금 유류계 발전시설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고 제1연계선과 2연계선의 전력공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안정적인 재생가능에너지보급을 위한 예산과 정책의 지원도 정부의 역할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제주의 진통과 진보의 경험 일체는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경로상의 귀중한 공부다. 정부가 제주의 경험을 국가적 지원으로 존중해야 할 때다.
 
 
글 /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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