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의 기후난민들

비행기의 탄소배출은 얼마나 될까  
 
1월 26일 아침입니다. 이상 폭설과 한파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전 세계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왜 간밤에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자지 않았냐? 추워서 혼났다!”며 팔순 노모의 핀잔을 들었습니다. 벌벌 떨며 나선 출근길 눈발에 묻힌 사람들의 모습이 실루엣만 보였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순간 차도와 인도 사이의 하수도가 지나는 라인에 슬쩍 얼음이 얼었던지 ‘아차!’ 싶은 상간에 미끄러져 호되게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동파가 우려돼 퇴근하며 히터를 수도에 붙여두다시피 켜두고 갔건만, 출근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히터는 과열로 자동차단이 됐고 그러니 당연히 수도는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포트로 물을 끓여 일곱 번이나 붓자, 다행히 물이 졸졸 흘러나옵니다. 히터가 꺼진 게 그다지 오래 전은 아니었나 봅니다. 한숨 돌렸다 싶고 이런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제주에서는 2박3일간 9만 명의 사람들이 취소된 비행 때문에 공항 난민이 되어 재난영화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겪었고, 울릉도로 들어가려던 울릉군수와 주민들까지 1000명 이상이 뭍에서 발이 묶여 배를 타지 못했다니 그런 이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이 세계적 이상한파에 집과 직장에 있던 게 얼마나 운 좋은 일인가 싶습니다.
 
기상과학자들이 분석한 이상한파의 원인을 보면, 평소 북극 주위를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극지방에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해졌고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대거 남하한 때문이라 합니다. 지금 미국 동부에서 서쪽으로 유럽까지 북반구 중위도 지방에 휘몰아친 이상한파는 그런 기류 변화로 인한 것입니다. 기류 변화는 그저 오늘 맑았다 또 흐렸다 하는 날씨 변화와는 다른 기후의 변화 조짐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기후는 이제 생활 속에서 재난의 냄새를 풍기며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재난이 된 이상기후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패널(IPCC)’의 5차 보고서가 단언했다시피, ‘인간의 의한 것’입니다. 이번에 제주공항이 폭설로 마비돼 공항난민들이 생기게 된 원인도 사실은 비행기처럼 화석연료를 집약적으로 사용해온 인간의 영향 때문입니다.
 
지구의 하늘 위에는 늘 1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떠 있다. 거의 1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탄소를 뿌리고 있는 셈이다. http://www.flightradar24.com

 

1월 26일 오전. 비행이 재개된 1월 25일 오후 늦게 시작된 제주-서울, 제주-부산 간 비행이 밤을 지나 이날 아침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비행기들이 하늘길에 선처럼 꼬리를 물고 비행하고 있다. http://www.flightradar24.com
 
비행기들은 과연 얼마나 탄소를 내뿜고 있을까요? 2013년 세계 항공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억500만t(ATAG, 2016)에 달합니다. 같은 해 세계 총탄소배출량의 2퍼센트, 운송부문의 13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3년 항공운송 부문 탄소 배출량은 131만4000톤이나 되고 날로 운송실적 또한 2014년~2015년(상반기 비교) 사이 국내선 8.0퍼센트 증가, 국제선 9.7퍼센트 증가 등 (국토교통부, 2015)으로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입니다. 우선 비행기는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의 대류경계면을 날아다니는데 이 곳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른바 온실가스 존입니다. 말하자면 비행기는 온실의 지붕 유리를 더 두껍게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IPCC는 그래서 같은 양이라도 비행기의 탄소배출은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준다(IPCC, 1999)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항공산업이 다른 산업들이 죽을 쑤는 상황에서도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여객기 수는 2002년에 1만2317대에서 2020년에 2만5000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ICAO, 2004)되고 있습니다. 20년 만에 산업 규모가 2배 이상 커지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은 2008년부터 영내에서 발착하는 모든 국적 항공기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ETS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2015년 항공기 온실가스 규제법을 곧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행기의 기후변화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제항공운수협회(IATA)가 기후변화 대응하기 위해 세운 탄소감축 목표는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2020년부터 탄소중립을 이루겠다. 둘째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연료효율성을 연간 1.5퍼센트씩 개선하겠다. 셋째,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CO₂배출총량을 5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것입니다. 한편 항공운송사업에 대한 탄소세 부가 논의가 세계적으로 일고 있습니다. 사실 항공운송사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탄소세처럼 세금이 되어야 할지 배출권거래제처럼 시장기제를 이용한 탄소감축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 왔습니다. 수도관이 동파된 광화문 거리를 지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이 겨울 버는 돈의 10퍼센트 이상을 에너지를 구입하는 데 써야 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170만 가구 이상인 나라의 시민으로서 규제와 세금 부과의 효율성에 관해 답하자면 “둘 다 필요해!”일 것입니다. 화석연료 의존적 산업에 대한 규제는 사실 산업을 위축시키는 악재가 아니라 그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투자입니다. 2015년 12월 신기후체제가 출범한 이후 산업의 미래는 무엇보다 탄소의 감축능력에 생존을 시험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도 국가제도를 고탄소 기업활동에 유리하게 바꾸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글로벌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월급 주는 회사에 부담 주는 기후정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태도’는 사실 자신을 기후난민으로 만드는 우행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주의 악몽이 우리 사회와 세계 전체의 악몽이 되기 전에 기후정책을 강화하고 더 강력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글 박현철 함께사는길 편집주간 parkhc@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