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 그 이유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자력 바로 알리기 전국 릴레이 특강’에 참석해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난해 말 폐쇄(영구정지)에 들어간 핵발전소 월성1호기 문제가 뜨겁다. 직무정지를 당했다가 복귀한 검찰총장이 일성으로 챙기고, 관련 공무원까지 구속되면서 월성1호기 폐쇄 결정 관련 수사는 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일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은 마치 월성1호기 폐쇄 자체가 잘못된 결정인 것처럼 난리를 피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 등 원자력 전공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현 정부의 월성원전 기획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대학가에 붙였다. 이들은 “처음부터 청와대와 산업부는 월성원전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원전 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비판하며 “공정한 수사를 해치는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의 검찰 압박을 규탄”했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 원자력 교수집단을 넘어 학생들까지 한 목소리로 월성1호기 폐쇄 문제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여기에 감사원과 검찰이 정부에 대결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정쟁의 불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월성1호기는 이미 30년 수명을 마치고 연장할 당시부터 안전성을 갖추지 못해 법원에서도 허가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본질은 이런 공방에서 빠져있다. 오히려 월성1호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월성1호기를 폐쇄시키기 위해 경제성평가를 조작하고, 위법한 행위들을 한 것인 양 호도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대부분이 결론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월성1호기 재가동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라는 점이다.
 

묻지마 탈원전 반대

 
이번 월성1호기 폐쇄 결정을 둘러싼 공방을 보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정치공세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대로 된 토론조차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보수정당과 원자력 관련 교수나 학생들이 연대하고, 보수언론이 이를 뒷받침하며 문제의 본질은 더욱 흐려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월성1호기 수명을 연장한 것도 이번 정부에서 월성1호기를 폐쇄한 것도 문제의 본질은 안전성이다. 그럼에도 감사원도 검찰도,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 모두 이 문제를 건너뛰고 있다. 
 
월성1호기 문제를 제기하며 건설 계획이 취소된 신한울 3, 4호기를 말하는 것은 이들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월성1호기 폐쇄 과정에 일부 문제가 있었더라도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감사원도 인정했듯이 경제성 평가 그 자체도 폐쇄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하자로 보기 어렵다. 수명연장 허가 취소 판결에서 인용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영구정지 중인 월성1호기를 재가동한다 해도 연장이 허가된 시간이 2년도 남지 않았다. 이런 이유들로 원자력계는 월성1호기를 문제 삼으면서도 전혀 상관없는 신한울 3, 4호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도대체 월성1호기 폐쇄 문제와 신규 원전 건설이 어떤 상관이 있는 것인가. 
 
사실 이러한 문제에 빌미를 준 데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도 책임이 크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1호기 폐쇄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재판과정에서도 월성1호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면, 원전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다보니 마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데 경제성에 문제가 있어서 월성1호기를 폐쇄한 것처럼 문제가 호도된 것이다. 
 

원전으로 기후위기 해결 가능?

 
탈원전 반대 진영은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실 원전이 화석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점은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석탄발전소 퇴출과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탈원전 반대 진영은 다시 원자력발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기후위기를 원전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들은 화석연료 발전소와 다르게 원전은 핵분열 시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원자력발전이 ‘탄소배출이 없는 발전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의 채굴과 정련, 발전소 건설과 운영, 폐기물 관리와 처분, 온배수 배출, 사고와 피해 등 전 과정을 거쳐 탄소 배출이 이루어진다. 원자력발전의 전 과정을 평가하면 약 78~178CO2eq/kWh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연구도 있다(「100% Clean, Renewable Energy and Storage for Everything」, 마크 Z. 제이콥슨).  
 
한국도 원자력발전을 가동한 지 4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과연 온실가스 감축에 원전이 대안으로 기능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온실가스배출 성적표만 들여다보면 24기까지 원전을 확대한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1990년 대비 지난 30년을 비교해 보면 원전의 설비용량은 7.63GW에서 현재 23.25GW로 3배로 늘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2.9억 톤에서 2017년 7.1억 톤으로 143% 증가했다. 단지 원전을 늘린다고 온실가스 감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난 역사가 설명하고 있다. 
 
과연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원전으로 해결한 나라가 있는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국들과 원자력발전소 운영 상위국들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캐나다, 한국 등으로 일치한다. 오히려 탄소중립에 있어서도 원전 확대가 관건이 아니라 석탄발전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관건임을 현재의 온실가스배출 성적표가 증명한다. 
 

안전에는 침묵하며 재생에너지 비판

 
지난 2017년 2월 7일 법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 확인 국민소송’에 대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가위법하다며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 내렸다 ⓒ환경운동연합
 
탈원전을 반대하는 진영에서 가장 많이 주장하는 논리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문제점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수용성 확보가 어렵고 환경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건물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도 열섬현상이나 빛반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까지 제기한다.
 
지금 언론이나 인터넷 상에 유통되는 재생에너지를 비판하는 내용들의 상당수는 친원전 진영에서 생산, 유포된 정보들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대부분 과장, 왜곡되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패널에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정보는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계속해서 왜곡 재생산되고 있다. 더구나 출처를 따라가 보면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 서로의 주장을 확인 없이 인용해 가짜뉴스가 계속 검증 없이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지만 아무런 해명도 없다.  
 
이들의 이런 문제제기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기되기보다는 원전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친원전 진영은 원전안전문제나 핵폐기물 등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격납건물 공극사태, 용접 부실 공사, 태풍에 의한 소외전원상실로 인한 정지사고 등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원자력을 가장 잘 안다고 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이 무조건적인 선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월성1호기 폐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와 검찰개혁 공방 속에 소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탈원전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짚어야 할 문제들이 제대로 논쟁되고 해결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핵폐기물 등에 대한 문제부터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한계나 문제 역시 언론과 보수정당이 이를 탈원전 반대논리로만 정치적 활용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비판을 하길 바란다.  
 
글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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