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검은 석탄 검은 미래 서울부터 탈석탄 금고 지정 나서라

지구온도가 4℃상승했다. 해수면이 0.5m 이상 상승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는 완전히 물에 잠기고, 대부분의 해안 도시들은 침수 피해로 기후난민이 생겨난다. 남유럽은 사막화되고, 영국은 폭풍우에 시달리게 된다. 농경지가 황폐화되며 식량난을 겪고, 세계 곳곳에서 식량분쟁이 일어난다. 4000년 만에 지구 전역에 빙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바다얼음은 전부 사라지고, 얼어있던 토양이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나온다. 이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700%까지 상승하고, 지구온도 5℃까지 가파르게 치솟는다. 숲은 바짝 마르고, 도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인류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평균기온 4℃ 상승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예측한 미래다.
 
지구온도 상승으로 기후재난을 맞이하게 될 세계에 대한 비극적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 4℃ 상승의 기후악당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기후행동 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는 2020년 7월, 모든 국가가 한국처럼 기후변화 대응을 한다면 4℃ 수준의 지구온난화로 이어질 것이라 발표했다.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자금을 조달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등의 석탄발전 유지 정책은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도 ‘매우 불충분 (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혹평했다. 한편, 저먼워치·뉴클라이밋연구소·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지난 12월 7일 발표한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전체 61위 중 53위를 기록했다. 온실가스 배출 관련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으로 평가되며,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외 석탄발전 건설,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의 정책의지가 약하다고 평가됐다. 
 

‘석탄중독’ 한국

 
지난 11월 18일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전국 환경, 청소년, 시민단체가 모여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환경운동연합
 
IPCC의 2018년 「1.5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1.5℃상승 제한을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저감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9월, 21대 국회가 ‘기후위기비상선언’ 결의안을 통과하고, 12월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으나, 한 쪽에선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 건설 중이며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조기폐쇄 계획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7260MW(7기)로 대형 규모로 건설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전체 규모의 20%에 달하는 수준으로 2054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2054년까지 운영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약속과 무분별한 화석연료 배출로 회복 불가능한 기후재앙의 미래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라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향후 몇 년 이내에 석탄화력 경제성이 감소하며 가까운 미래에 석탄발전은 좌초사업이 될 위험이 크다.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2018)’에 의하면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국가별·지역별 위험 규모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히며, 한국이 현재와 같은 석탄발전 규모를 유지할 경우 위험비용이 120조 원(1060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최대 적은 ‘석탄’이다. 전력통계속보에 의하면 2020년 1~9월 석탄발전이 생산한 국내 전력량은 15만1959GWh로 전체 전력생산량 중 36.8%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신규 석탄발전소 7기는 총 7GW 규모에 달한다. 현재 석탄발전 비중에 신규 석탄발전 규모를 고려하면 석탄발전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며 탄소중립 선언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석탄 전기 대표 소비지’ 서울

 
현재(2020.12.22 기준)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0기다. 석탄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화석연료로서 국내 온실가스의 26.7%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국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2054년까지 약 1만5232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신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7기까지 가동이 시작된다면 그 피해는 늘어날 것이다. 
 
서울은 전력자립도가 낮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전력자립도는 지역의 전력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뒤 이를 백분율로 전환한 수치를 말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는데, 서울의 전력자립도는 2019년 5.7%, 2018년 4.4%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의 전력소비량 95% 가량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에 의존한다는 것이고, 서울의 전력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발전소가 가동 중이란 뜻이다.
 
서울의 전력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 충남과 인천에 무려 3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전국 60기 석탄화력발전소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 주변에 분포되어 있다. 충남과 인천 지역 석탄화력발전소들이 30년 설계수명연한에 도달해 폐쇄된다고 할 때 최대 2047년까지 가동될 것이다(전국 67기 전체의 수명만료 폐쇄는 2054년). 충남 당진, 보령, 태령, 인천 영흥 등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대표적인 석탄 전기 소비지역인 서울은 정작 이 문제에 무관심하다. 
 

석탄발전 ‘검은 돈’ 투자하는 금융기관

 
그런데 서울시 세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금융기관이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했다면 어떨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되는 자본은 발전소의 사업성 및 미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과 회사채 방식으로 투자 지원된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는 막대한 규모의 자본이 투자되는데 한국 금융기관들이 이 자본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 흐름을 ‘석탄금융’이라 총칭한다. 서울시 본청 및 25개 자치구에 지정된 금고 은행들 모두가 석탄금융을 지원하는 석탄 금고들이다.
 
서울시는 2018년 금고를 지정할 때, 제1금고 신한은행, 2금고 우리은행을 선정했고, 25개 자치구는 입찰 경쟁을 통해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을 금고로 선정했다. 해당 은행들은 PF 투자를 포함해 2009년부터 2020년까지의 막대한 규모의 석탄금융을 운용했다. 그 액수가 신한은행 1414억 원, KB국민은행 3333억 원, 우리은행 2241억 원 규모에 달한다. 2020년 9월, KB국민은행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으나 기존에 진행 중인 석탄투자는 유지하고 앞으로의 신규 석탄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반쪽짜리 선언이었다.
 

서울 탈석탄 금고, 서둘러라

 
지난 11월 10일 환경운동연합과 인슈어 아워 퓨처는 삼성계열 5개 금융사의 탈석탄 선언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2020년 9월 전국 56개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금고 선정을 할 때 평가 지표에 탈석탄과 관련한 사항을 넣기로” 뜻을 모았다. ‘탈석탄 금고’ 즉, 각 기관의 재정을 운영하는 금고를 선정할 때 석탄 관련 투자를 철회하는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등의 평가 항목을 포함하여 금고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탈석탄 금고’ 결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서울시 금고 선정기준 마련을 촉구했지만, 서울시는 향후 금고 지정 때 ‘검토하겠다’ 답하며 2021년 서울시 보궐선거로 당선될 서울시장에게 해당 업무를 떠넘겼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4년마다 금고를 지정한다. 서울시 금고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시 금고 규모는 약 40조 원으로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큰 금고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천만 도시 서울시 금고를 유치했을 때 해당 금융기관의 시민 접근성이 상당 수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고 입찰 경쟁에 단 1점 차이로 결과를 내었던 2018년 제1금고 입찰 평가를 보면 국내 금융권에서 서울시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인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 금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었다. 공공 금고 지정에는 환경적 건전성과 재무적 위험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데, 환경적으로 불건전하고 재무적으로도 위험한 석탄발전에 투자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계속 유치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의 재산인 공공 금고를 안전하게 관리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해야 할 때이다. 
 
서울시는 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기후변화 관점의 ‘탈석탄 선언 및 석탄금융 투자여부’와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실적’을 신설·배점해야 한다. 서울시는 평가지표로 탈석탄 선언 여부를 판단하고, 기존 석탄발전 투자금의 철회 계획 수립여부, 총 운용자산 대비 석탄발전 투자 비중,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실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해당 평가 항목에 배점을 부여하여 시행한다면 서울시 금고를 유치하려는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선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에 중대한 책임을 느끼고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이끌 선도적인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전력 자립도가 낮고, 석탄 전력의 대표적 소비지역인 서울이 석탄발전 문제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 2021년 봄의 보궐선거까지 미룰 수 없다. ‘탈석탄 금고’로 나아갈 정책행동을 서울시는 즉각 실시해야 한다. 
 
글 / 이우리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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