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태양의 나라로 가는 길 시민·기업·지자체가 직면한 문제는?

 
2015년 연말 파리에 모였던 각국 정상들은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위험하고 더러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다. 태양광이 그 선언과 목소리의 중심에 있다. 태양광 확대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을 못 따라오는 정책과 제도다. 한국은 어떻게 태양의 나라로 갈 수 있을까. 지난 4월 18일 한화 솔라사업팀 이석원 차장,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햇빛발전팀 조성태 팀장과 김수정 주무관, 환경운동연합 에너기기후팀 이지언 팀장이 한 자리에 모여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의 길에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걸림돌을 치우고 미래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사는길(이하 함길)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햇빛에너지가 있다고들 한다. 
 
이석원  현재 태양광 효율은 16퍼센트 정도 되는데 매년 1~2퍼센트씩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 20~30퍼센트대 태양전지도 나와 있는데 단가가 좀 비싸다. 생산단가는 10년 전에 비해 5배 정도 낮아졌다. 앞으로도 효율은 계속 올라가고 가격은 점점 더 싸질 것이다. 머지않아 그리드 패러티(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가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태양광 산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태양광은 환경적인 측면, 발전소 운영 측면에서도 다른 발전소보다 유리하다. 특히 분산형 전원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태양광은 제조과정에서 고용창출력이 크고, 발전지가 다양하고 많다보니 건설과정에서도 많은 인력이 필요해 고용효과가 높다. 
 
이지언  지역별로 풍부한 자연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의 첩경이다. 국내 시장 여건이나 햇볕 조건은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태양광 신규용량이 세계 8위였다.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시민들이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상품도 많아졌다. 예전에 3kw 가정용 태양광만 있었다면 지금은 미니태양광 설치도 할 수 있고 대여사업, 태양광 사업 관련해 컨설팅해주는 회사도 생겼다.
 
함길  서울시가 태양광 보급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데. 
 
서울시 조성태 팀장 “서울시 전력자급률을 20퍼센트까지 높이는 데 태양광은 중요한 수단” 
 
조성태  서울시는 2012년 4월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을 시작했고 현재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단계 목표는 서울시 전력자급률을 20퍼센트까지 높이는 것이다. 태양광 확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서울시는 공공부분에서 태양광 설치를 강화하고 각종 지원제도를 마련해 민간 태양광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마련해 100킬로와트 이하까지는 1kwh당 100원 씩 지원해 주고 있다. 또 태양광 설치비 장기저리융자 지원, 미니태양광 설치비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그린펀드’로 시민 발전소 건설비용을 전액 지원해 4.25메가와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KB투자증권에서 시민과 수익을 나누는 공유경제형태의 태양광시민펀드 형태로 판매했는데 5일 만에 완판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현재 서울시 전력자급률은 5퍼센트를 넘고 있다. 이대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20퍼센트 달성이 가능하다.
 
함길  서울시 소비전력을 생각하면 전력자급률 20퍼센트 목표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 보면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최하위다. 문제가 뭔가.  
 
이석원  지원제도가 문제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지원제도는 생산 할당량을 발전사에 부과하는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인데 독일 등 재생가능에너지 선진국은 전통연료보다 생산비가 비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비용을 보조하는 FIT가 많다. RPS의 가장 큰 문제는 2011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이다. 전력 판매 가격 자체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수요는 늘지 않는데 발전설비를 계속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전기 가격 자체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고, 여기 연동된 재생가능에너지 가격도 제값을 못 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 석탄, LNG, 석유, 복합화력 등 다양한 전통연료가 발전원으로 사용된다. 한전은 매시간 각 에너지원을 사용한 발전소 전력을 매입하는데 각 단위시간에서 가장 비싼 발전비용으로 다른 모든 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들도 구입한다. 그 가격이 SMP다. 2011년 이전에는 석탄과 석유가 SMP를 결정했다면, 이후에는 주로 LNG가 SMP를 결정하고 있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는 이런 SMP보다 당연히 비싸다. 즉 수익성이 떨어져 확대가 어렵다. 그렇지만 고갈 우려와 기후변화 위험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야만 한다. 그래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비와 SMP의 차액을 보존해주는 지원정책이 나왔다. 그게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이다. 지원제도 덕분에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자는 안정적으로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유지하던 FIT를 2011년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꿨다. RPS는 정부가 대형 발전사에게 총발전량 중 일정비율을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구매(REC라 불리는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인증서가 이용된다)해 재생가능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맞추도록 한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는 한전과 의무발전사업자에게 전력이나 REC를 판매할 수 있지만 REC 가격은 SMP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유동적이다. SMP가 하락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상황이라 SMP가 높지 않다. 게다가 REC는 최저가격입찰제 방식이라 개인이나 조합 등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들은 대형 사업자와 입찰경쟁을 해야 해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 편집자 주)  
 
이수정  서울시는 태양광 설비를 할 유휴지도 적고 임대료는 비싸며, 건물들도 서로 붙어 있어 민원 발생도 많다. 결국 서울이 에너지 자립을 하려면 소형 태양광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발전사업 인허가 95퍼센트가 소형태양광이다. 중앙정부 RPS제도는 소형에 불리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울시는 FIT를 부활시켰다. 서울형 FIT가 부활하자 서울의 태양광 발전사업 신규가 늘었다. 5년간 6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정부제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 지원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애써 싹을 틔운 서울지역 태양광이 고사될 수도 있다. 
 
이지언  재생에너지산업이 고전하는 중요한 이유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동기 부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0년 전후에도 전통연료 발전소가 계속 들어설 예정인데 전력수요는 정체상태다. 한전은 전력을 많이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니 ‘전력수요를 늘리라!’는 신호도 나온다. 주객전도의 현실이다.
 
한화 이석원 차장 “태양광은 앞으로도 효율은 계속 올라가고 가격은 점점 싸질 것이다. 또한 고용창출력도 크다”
 
이석원  현재 가정용 누진제가 6단계인데 3단계로 푼다고 한다. 전력을 많이 사용해도 비용을 많이 안내게 해 결국 전력 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조성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태양광 단가가 높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될 것이다. 현재 원전의 발전단가가 42원 정도 잡혀있는데 이 가격은 진짜 가격이 아니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전 폐기 비용이 엄청날 텐데 그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석원  원전은 사고 위험에 대한 비용 산정도 안 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회복은 꿈도 못 꾼다. 전력가격을 높여 일반 가정에서 전기를 아껴 쓰게 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전력가격이 높은 만큼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이 경쟁력을 가지게 해야 한다.
 
함길  넘을 산이 적지 않다. 태양광발전 지원제도도 바꿔야 하지만 더불어 햇빛 전기 사용을 늘리는 정책도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이런 필요가 반영돼 있나.   
 
이수정  사실 정부의 전력 정책 대부분이 대형 발전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전환 수준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부족하고 부적절하다. 지자체가 별도 조례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지원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SMP 최저보장제 또는 소형태양광 발전차액제도를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 
 
환경연합 이지언 팀장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지자체와 태양광 산업계가 시민사회와 함께 목소리를 내야”
 
이지언  FIT제도 폐지 이유가 재원 부족이었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필요 재원을 전기가격에 반영했다. 소비자들도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요구해 정당한 가격으로 산업의 발달을 촉진했다. 우리도 국민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수용성이 높다. 전기요금체계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기조로 개혁해 폭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도전이 필요하다. 
 
이수정  당장 전력산업발전기금을 활용할 수 있지 않나. 
 
함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시민사회는 지자체와 사업자들과 연대의 구조를 더 돈독히 할 필요가 있겠다.
 
이지언  국내 상황은 어렵지만, 세계사적인 에너지 전환 기조 속에서 태양광은 중심이다. 시민들에게 재생에너지의 가능성과 신뢰감을 심어주는 게 시민사회 역할이다. 지자체와 태양광 산업계가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올리라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태양광이 환경을 넘어서는 경제 개혁의 중요의제이자 새로운 먹을거리라는 점을 알리도록 공동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 이를테면 ‘태양광은 일자리다’란 슬로건 아래 서울시, 한화, 환경연합이 함께 ‘창업스쿨’을 여는 건 어떤가! 지금은 새로운 만남과 시도가 필요한 때다.
 
정리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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