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COP21]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 사라진 한국 정부

파리 시각으로 8일 오전 열린 유엔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장관급 세션에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정부를 대표해 연설하고 있다 ⓒ이지언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2주일’이라 불리는 21차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한국정부 협상수석대표인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조기 귀국해 기후변화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2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1차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는 196개 당사국 대표를 비롯해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사회 등 4만 명 이상이 참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장관을 협상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꾸려 파리로 향했다.
 
이번 총회는 2020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체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 짓고 합의문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교토의정서 이후 오히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크게 증가해 더 이상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진다면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때문에 21차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2주일로 평가받고 있다.
 
파리에 모인 당사국 대표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어떻게 탄소를 감축할 것인지,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또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탄소감축 목표치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 등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총회가 8일이 지났지만 초안만 나왔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 수석대표 윤성규 장관 귀국 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협상수석대표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귀국한 것이다. 지난 7일 파리기후총회 연설회장에서 한국 대표로 연설한 사람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나경원 위원장이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2주를 다 있진 못했다. 윤성규 장관은 지난주 5개국이 참여하는 EIG 그룹(환경건전성그룹)에서 대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차수철 대사에게 수석대표 역할을 넘기고 귀국했다. 기후변화를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니다.”면서 왜 나경원 위원장이 대표 발언을 했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환경연합은 논평을 내고 윤성규 장관의 행보를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정부의 협상대표가 아닌 국회의원의 대리 연설은 기후변화 대책에서 ‘정부의 부재’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의 협상 수석대표는 윤성규 환경부장관과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맡고 있지만, 신 기후체제의 최종 합의를 좌우할 중요한 장관급 고위협상이 시작된 이번주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파리를 떠났다. 정부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며 비판했다.
 
8일 유엔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고위급 세션에서는 윤성규 장관 대신 한국을 대표해 연설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총회장을 울린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이들의 절실한 호소에 응답하는 대신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 대책을 자축하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다. 파리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과 마찬가지로, 나경원 의원의 연설은 공허한 언어로 한국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변화 대책을 ‘녹색분칠’하는 데 역점을 뒀다.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를 진정 염려한다면 좋은 말로만 그치지 말고 실제 협상의 입장으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신 기후체제 기여방안에 대한 법적 구속력 부여를 반대하는 한편 개발도상국에 대한 확고한 재정과 기술 지원방안을 외면하면서 선진국 주도의 불공정 협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정부의 선의에 맡기라는 말은 한국 정부의 후퇴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산업계의 이익을 사람들의 존엄한 삶보다 우선하는 잘못된 정책에 의해 의미를 상실했다”라고 말했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시간과 맞바꾼 일은?

 
한편 귀국한 환경부장관은 8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시작으로 8일과 9일 국회 본회의, 10일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 준공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과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만나고 준공식에 참석하는 이런 일정들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과 맞바꿀 정도로 시급한 일인지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이들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