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핵발전소 3, 4호기 재가동 위한 사기극을 멈춰라

현재까지 한빛 4, 4호기에서 육안으로 확인된 공극만 264개에 달한다. 이 외에 수천 개의 구멍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3년 전 핵공학자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영광 한빛핵발전소에서 발생했다. 가동중이던 한빛핵발전소 4호기의 돔 건물 콘크리트 외벽과 격납건물 철판에 수많은 구멍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핵발전소의 콘크리트 외벽과 격납건물 철판은 핵발전소의 기밀성을 유지하고 비상시 외부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최후의 방호벽이라 할 수 있다. 한수원은 10년마다 콘크리트 방호벽의 안전검사를 진행했지만 이를 모른 채 수십 년 넘게 가동이 되었다. 4호기뿐만 아니다. 한빛1, 2, 3호기에서 모두 구멍들이 발견됐다.  
 
이에 더해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라는 원전핵심설비 안에 금속물질과 망치가 들어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한빛3호기 증기발생기 세관의 균열과 방사능 유출은 알고 보니 깨진 금속조각들이 세관에 박혀 생긴 사고로 밝혀졌다. 충격적인 것은 한수원과 원안위는 2000년에 이미 그 사실을 알고도 15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가동을 하였음은 물론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최근엔 한빛3, 4호기 격납건물 외벽에서 노출된 철근이 발견되었다. 당장이라도 폐쇄해야 하는 일들이 넘쳐나지만 황당하게도 한빛핵발전소의 재가동이 시도되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한빛핵발전소 구멍  

 
한빛 3호기는 2018년 5월,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후 지금까지(5월 20일 기준) 740일 넘게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한빛 4호기도 2017년 5월 18일 이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동이 중지되었다. 
 
한빛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 당시부터 부실시공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1988년 국정감사에서도 한빛핵발전소 건설 과정에서의 의혹들이 제기됐다. 한전이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 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당시 한빛핵발전소를 시공한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과 박정기 전 한전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의 지시로 한전이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현대건설과 3조 원 대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거기다 당시에는 법적으로 핵발전소는 감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수의계약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관리감독, 그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한빛3, 4호기의 부실시공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 현대건설이 부실을 인정하고 한빛3, 4호기 보수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아닌 일이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오히려 현대건설은 한빛3(1995년), 4호기(1996년) 준공 후 5년의 하자보수기간 의무를 다했다며 국감장에서 밝혔다. 
 
최소한 정부당국과 한수원 등 관련기관들은 이미 수년 전 한빛3, 4호기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94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빛3호기 사용전(시설)검사 보고서를 보면,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 후면 콘크리트 Void(공극) 발견’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이를 수십 년 동안 부정해왔고, 문제제기를 해왔던 지역민과 전문가들에게 법적 책임을 운운하며 재갈을 물리는 시도를 해왔다.
 
사람 감각에 의지하는 핵발전소 안전 진단 기술 
 
2018년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한빛4호기 격납건물 내부 철판 부식 및 콘크리트 공극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2017년 6월 영광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다. 이에 2017년 11월 국무조정실, 산업부, 전남도, 영광군, 군의원, 민간감시위, 범대위, 한수원 등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됐고 2018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한빛핵발전소 안전성을 조사·검증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격납건물 내부철판 건전성, 격납건물 콘크리트 건전성, 증기발생기 및 주요 구조물 건전성, 규제 및 품질관리 제도개선을 목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크게 3분과를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1분과는 쉬운 말로 격납건물 공극을 조사하였다. 그런데 그 조사 방법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마치 잘 익은 수박을 고르듯이 격납건물의 벽을 망치 등으로 두드리며, 탁음(공명 같은)이 나는 곳의 철판을 일부 뜯어내고 구멍을 확인하는 식이다. 두께가 최소 120센티미터인 콘크리트 안쪽의 공극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자랑해 마지않는 핵발전소 기술이 사람의 감각에 의지하는 기술이라니. 이렇게라도 확인된 공극이 2019년 7월 중간조사 결과에서 한빛 3호기 94개, 한빛4호기 96개였다. 
 
민관합동조사단 1분과 최종결과보고서를 보면 △건설 당시 격납건물 매설판 등의 보강재 하부 또는 보강재가 중첩되는 부위에 콘크리트 타설 시 유동간섭 △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한 돌관작업 및 현장 설계 변경(도면 반영 안 됨) △작업 관리 및 감독미흡(콘크리트 내 망치, 목재 등 이물질 발견) 등이 현재 발견된 문제들의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한빛3, 4호기에 대한 「안전성 관련 구조물 특별점검 및 25년차 격납건물 가동중 검사에 따른 구조건전성 점검」(이하 구조건전성 평가)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2~3단계의 평가과정과 제3자의 검증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한수원이 작성한 평가계획서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재가동을 위한 보수방안을 찾는 것이다. 
 

구조건전성 불량이어도 보수 후 재가동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은 한빛 1, 3, 4호기와 같은 위험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즉각 폐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한수원의 의도와는 달리 공극의 개수와 크기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또 다른 문제들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민관합동조사단의 중간보고서에서 발표된 공극은 180개였는데 같은 해 7월 233개로 늘었고 현재는 264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구조건전성 평가를 통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밝힌 한빛3호기의 확인공극만 124개다. 확인공극은 격납건물 내부 철판을 제거하고 육안으로 공극을 확인한 것이다. 격납건물의 모든 철판을 제거하고 120센티미터 이상 두께의 격납건물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극 개수를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를 가상공극이라고 하는데 한빛3호기의 가상공극은 1400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한빛3호기의 예비(국부) 구조건전성 평가 결과를 ‘만족’으로 평가했다.  
 
한빛4호기도 다르지 않다. 한빛4호기의 가상공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확인공극만 140개이다. 특히 한빛4호기의 주증기배관 관통부 주변에서는 157센티미터 깊이의 구멍이  발견됐다. 그 구멍의 폭은 330센티미터나 된다. 한수원은 한빛4호기 주증기배관 하부공극에 대한 예비 구조건전성평가를 수행했는데 정상가동 조건에서 일부 불만족이 나왔다. 하지만 한수원은 불만족 부위는 원 설계기준에 맞게 보수할 예정이며 보수 후 구조 건전성은 회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엔 한빛 3, 4호기 격납건물 외벽에서 노출된 철근이 발견되기도 했다. 정확히는 이전에 발견되었지만 최근에 제보로 밝혀졌다. 한빛3호기에서 노출된 철근의 개수는 184개이며 4호기는 조사 중이다. 한차례 한수원 측에서 조사하였으나 지역주민들의 요구로 KINS(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입회하에 추가 조사하였고, 추가 조사과정에서 14개의 노출된 철근 부위가 확인되기도 했다.
 
한수원은 구조건전성 평가를 통해 격납건물에 발생된 공극 및 철근노출 등 현재 상태의 구조물이 설계기준을 만족하는지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보수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평가 결과 만족으로 나온다면, 기존 콘크리트와 유사한 성능의 몰탈을 사용해 보수하고, 평가 결과가 불만족(불량)으로 나오더라도 보수방안을 검토해 구조적 보강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빛3, 4호기가 안전하지 않더라도 보수하여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구조건전성평가)는 국민의 안전을 뒤로 하는 오직 재가동을 위한 명분 쌓기일 뿐이다. 
 

한빛3, 4호기 폐쇄해야

 
미국 산디아국립연구소가 진행한 격납건물 중대사고를 가정한 파열실험에 따르면 온전한 핵발전소 건물이더라도 가장 약한 부분이 파괴되어 건물 자체가 붕괴된다. 하물며 수백 군데의 구멍을 보수한 건물이 온전하겠는가.  
 
한빛 3, 4호기가 상업가동을 시작한 지 25년이다. 철판부식과 공극 발견, 증기발생기 이물질 발견뿐만 아니라 화재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일 연달아 발생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성의 우려는 결코 작지 않다. 최근에는 해남에서 그동안 관측되지 않았던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이 지역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핵발전소 내외부에서 온갖 문제들과 위협 요소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부실한 격납건물의 위험성은 명명백백하다. 
 
핵발전소에서 중대사고 발생 확률이 수백만 분의 1, 수억 분의 1이라도 한 번의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통해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해 왔다. 
 
구조건전성 평가 기관과 검증기관이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검증기관의 위치가 독립적이지 못하며, 평가방법도 여러 변수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더 이상 한빛 3, 4호기 재가동을 위한 명분 쌓기를 중단해야 한다. 구조건전성평가를 중단해야 한다. 지역민이 요구하는 부실시공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조사에 당장 임해야 하며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안전이라면, 한빛3, 4호기를 당장 폐쇄해야 한다.
 
글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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