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일본은 지금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째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조차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사고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원전 안전 신화는 허구였으며 재앙이나 다름없는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 우리도 탈원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소위 원자력 전문가라는 이들과 핵산업계는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도 원전 재가동을 결정했다며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일본은 핵 사고에서 벗어났는가. 진실은 무엇인가. 탈핵신문 오하라츠나키 편집위원이 일본의 ‘반원전신문’ 편집위원의 감수를 받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현재까지 일본의 상황을 10문 10답으로 전한다.-편집자주
 
2013년 3월 열린 유럽회의에서 2011년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핵 재앙을 기억하자는 행사를  진행했다 ⓒgreensefa
 

사고 수습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1호기부터 4호기까지 파멸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는 8년이 지난 지금도 수습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1~3호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덩어리(연료 데브리)이다. 녹아내린 핵연료는 압력용기를 뚫어 주변 금속 등까지 삼켜 대부분 격납용기 바닥에 덩어리(데브리) 상태로 곳곳에 흩어져 쌓여 있다. 현재 건물 보완 등 주변 정비와 정확한 위치 및 형태를 파악하기 위한 로봇 개발과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방사선량을 방출하고 있어 작업은 쉽지 않다. 
 
원자로 건물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도 문제다. 사고 당시 각 원자로 건물 내 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사고 후 이것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었고 2013년 말부터 2014년 12월 22일까지 4호기에 보관되어 있던 1535개의 사용후핵연료를 밖으로 꺼냈다. 하지만 1~3호기 쪽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1호기에 392개, 2호기에 615개, 3호기에 566개가 사고 당시 그대로 남아 있다. 
 
고농도 오염수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원자로를 냉온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현재도 냉각수를 계속 주입하고 있다. 2014년도 기준으로 하루에 470톤씩 발생했던 지하수 유입은 각종 대책으로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현재도 하루에 180톤씩 고농도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 내에 설치된 탱크에는 삼중수소를 내품는 고농도 오염수 112만 톤(2019년 1월 24일 현재, 도쿄전력 발표)을 보관하고 있다. ‘다핵종제거장치(ALPS)’ 등을 통해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내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 중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기준치 이하로 만들었다 하지만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했다. 탱크의 내구성은 보장되지 않았고, 탱크를 설치할 부지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삼중수소 고농도 오염수를 ‘해양방출’로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지역 어업조합과 후쿠시마 현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폭넓게 동의를 얻기가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삼중수소 외에는 기준치 이하로 제거했다던 고농도 오염수에서 여러 핵종이 잔류한다는 사실이 작년 8월에 폭로되었다. 이에 따라 고농도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한 반발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의 공간방사선량은 사고 당시보다 상당히 내려갔지만, 지금도 하루에 약 4200명이 가혹한 조건에서 수습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지역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핵발전소 사고 당시 주변 지역이 방사성 물질에 심각하게 오염되자 일본 정부는 연간 공간적산선량 20밀리시버트 이상인 지역을 피난구역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사고 현장에서 반경 60킬로미터까지의 지역이 피난구역으로 설정되었다. 당초 1150제곱킬로미터였던 피난지역은 2014년 6월부터 차례로 피난지시가 해제되면서 현재 370제곱킬로미터까지 축소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피난 구역의 대부분은 ‘귀환곤란구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후쿠시마 현 전체 면적에서 2.7퍼센트에 불과하다. 일본정부는 귀환곤란구역에 ‘특정부흥재생거점구역’을 설정, 국비로 우선 제염을 실시하고 인프라 설비를 정비하여, 2022~2023년에는 주민이 거주하고 농업 등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2018년 5월까지 해당 지자체에서 각 1곳, 총 6곳을 설정했다. 하지만 귀환곤란구역은 연간 방사선량이 50밀리시버트를 넘어 귀환이 어렵다고 판단된 고농도 오염지역이다. 현재도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아무리 제염을 해서 공간방사선량을 연간 20밀리시버트로 내린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일 뿐, 안전성 확보는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예전의 삶으로 돌아왔나. 

 
지난 2월 5일, 후쿠시마 현에 따르면 현재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주민은 4만2104명(현내 9323명, 현외 3만2768명, 기타 13명)이다. 피난자 수가 제일 많았던 16만4865명(2012년 5월)에 비해 약 4분의 1로 감소한 셈이다. 하지만 피난 지시가 해제된 지역으로 돌아간 주민들의 비율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15퍼센트, 적을 경우에는 3~4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다. 피난 주민에게 지불되어온 정신적 배상이나, 자발적 피난 주민에게 유일하게 부여해온 주택지원은 2018년 3월까지 모두 종료되었다.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귀한을 선택하는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편, 일본정부와 후쿠시마 행정 당국, 각종 언론은 후쿠시마 안전·안심 캠페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 피해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과 질병 발생 등 건강피해에 대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정식적인 통계로 발표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후쿠시마 현이 사고 발생 당시부터 방사선피폭선량을 통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실시된 것이 소아 갑상선암 검사이다. 사고 당시 0~20세까지 전 후쿠시마 현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18년 12월 27일에 개최된 제33회 현민건강조사 검토위원회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악성 갑상선암 및 악성 의심환자 수는 총 207명이고, 그 중 수술을 받아서 갑상선암이 확정된 환자 수는 166명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가동 중지한 일본 내 핵발전소의 현재 상황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에는 총 54개의 상업용 원자로가 존재했고, 정기검사 중인 것을 제외한 총 37기가 운전 중이었다. 사고 발생 후 전국의 핵발전소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지했고 2013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약 2년 동안 일본에서 가동하는 원자로는 한 기도 없었다(2012년 5월부터 모든 원자로가 가동을 멈추었지만, 오오이 핵발전소 3, 4호기가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예외적으로 2012년 8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가동했다). 
 
이후 2012년에 설치된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13년 7월 내진설계 강화와 안전대책 보강을 위한 핵발전 관련 시설의 ‘신규제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핵발전소 재가동 여부는 이 ‘신규제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까지 재가동 승인을 받은 원자로는 총 15기이다. 그 중에서 실제 가동을 시작한 것은 9기이다. 나머지 6기 중 3기는 개조 공사 중으로 2020년쯤 재가동을 예정하고 있고, 나머지 3기는 입지 지역에서 동의를 받을 전망이 없어 실제 재가동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핵발전소 재가동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재가동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국 각지에서 운전 정지 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잇따랐다. 한때 재판소가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나 결정이 이어지면서 탈핵 여론을 높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오오이 3, 4호기 운전 정지 소송(2014.5), 다카하마 3, 4호기 운전정지 후쿠이 지방법원 가처분 결정(2015.4), 다카하마 3, 4호기 운전 정지 오오츠 지방법원 가처분 결정(2016.3), 이카타 3호기 운전 정지 가처분 결정(2017.12)이 그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주민 측의 입장을 우선하는 입장을 보였던 사법의 판단이 줄어들고 있다. 주민 측의 손을 들어주었던 상기의 사법 판단은 전력회사의 항소와 항고로 모두 뒤집혔다. 2019년 2월 1일 현재, 법적 판결로 운전을 중지하고 있는 핵발전소는 없다. 그러나 현재도 28건의 소송과 5건의 가처분 신청이 계류 중이다. 사법의 힘으로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으려는 주민들의 운동과 전력회사와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핵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른 에너지 수급 상황은? 

 
일본에서 대폭적으로 핵발전소 가동이 멈추면서 당초 전력 안전 공급이 끊길 우려가 높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전력 부족 사태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석유, 천연가스 등을 연료로 한 화력발전 비율을 대폭 늘리고 철저한 에너지 절약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추진한 결과였다. 
 
작년 가을, 규슈지역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규슈전력이 관내 전력이 남아돌아 태양광발전 출력을 규제한 것이다. 이것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전력 수급이 계속 상승하면서 관내 전력이 충분히 확보되었음에도, 규슈전력이 무리하게 관내 핵발전 4기를 재가동했기 때문이다. 즉, 전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핵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정당성을 잃었다.       
 

후쿠시마 핵사고 수습 비용은? 

 
2016년 12월, 정부 도쿄전력개혁·1F(후쿠시마 제1)문제위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처리 비용이 약 21.5조 엔(한화 약 2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이것은 사고 당시 정부가 발표한 5조 8000억 엔의 약 4배, 2014년에 다시 발표한 11조 엔의 약 2배이다. 이에 대해 오시마겐이치 교수(류코쿠대학 행정학과)는 연료데브리 처리, 재염폐기물 최종 처분, 귀환곤란구역 제염비용 등 상세한 항목이 계산에서 제외된 점을 지적하며 21.5조 엔도 부족한 금액이라며 주장했다. 손해배상 비용, 폐로·오염수 대책 비용 또한 향후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17년 3월, 사고 처리 비용이 총 70조 엔(폐로·오염수 처리비용 최대 32조 엔, 제염비용 최대 30조 엔 등)을 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9개의 전력회사에서 사고 후 4년 동안에 전기요금을 평균 4.5퍼센트 인상했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평균 약 1689엔 인상된 금액이다. 원전 추진파는 전기요금 대폭 상승 이유에 대해 화력발전 연료 수입에 따른 부담 상승과 2012년 7월부터 시작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로 발생하는 비용이 전기 요금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수습 비용과 재가동을 전제로 하는 기존 핵발전소의 유지·보수 관리 비용이 전기요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원래 사고수습 비용은 사업자인 도쿄전력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정부는 2011년 8월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을 제정해 도쿄전력의 경영파탄을 막아주고자 사고비용을 국가와 기타 전력회사가 분담하도록 했다. 결국 국민들은 전기요금과 세금을 통해  사고수습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향후에도 모습을 바꾸며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2016년 4월 일본은 전력소매를 전면 자유화했고, 2020년부터는 규제요금제도(총괄원가방식 *발전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토대로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를 철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핵 발전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신규 참여 전력회사에게 핵발전의 제반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침을 내걸었다. 신규 전력회사가 기존의 전력회사에 지불하는 탁송요금(송전망 이용료) 중 일정 금액을 후쿠시마 핵사고 처리 비용과 기타 핵발전 제반 비용에 적용시키는 제도다. 이를 통해 역시나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통해 핵발전 유지 정책에 간접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일본 에너지 정책은 달라졌나.  

 
작년 7월 3일,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핵 발전에 대해 ‘저가’, ‘안정적 공급’, ‘준 국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수준 높은 규제기준 적용으로 안전성 관리’ 등 낡은 미사어구를 나열하며, 2030년까지 핵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20~22퍼센트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재처리 추진, 플루서멀(* 쓰고 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경수로(輕水爐)에서 재활용하는 시스템) 확대와 함께 핵 발전 해외 수출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 발전 비율 20~22퍼센트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소 30기의 핵 발전 가동이 필요하지만,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9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후 현재까지 총 21기의 노후 원전을 폐로하기로 결정했다. 
 
재처리를 비롯한 핵연료 사이클 추진도 시대착오적이다. 고속증식로 ‘몬주’의 폐로가 결정되는 등 재처리 구상이 명백히 실패로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매달리는 것은 아주 어리석다.
해외 수출 길도 완전히 닫혔다.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 원전 신규 확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2000년대부터 해외 시장을 모색하기 시작해 ‘관민 일체’로 핵 발전 해외 수출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리투아니아(2012년), 베트남(2016년)에서 계획을 백지화한데 이어, 작년 말 미쓰미시중공업이 추진해온 터키 핵발전 건설 계획이 좌절되고, 올해 들어 히다치제작소도 영국에서 진행해온 핵발전 건설계획 동결을 발표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자체와 시민, 지역 기업 등이 주체가 되어 지역 분산형 에너지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제시하는 에너지 정책은 오히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글 오하라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
감수 수에다 가즈히데(末田一秀)일본 반원전신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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