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올보와 제주의 비전은 현실이 될까

2050년 화석연료로부터 완전 독립을 선언한 덴마크 ⓒThomas Rousing
 
“2050년 화석연료로부터의 완전 독립.” 덴마크 정부는 2011년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에서 석탄, 석유 그리고 가스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담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곧 다음해 덴마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2050년까지 에너지와 수송 부문을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고, 2020년까지 전력의 50퍼센트를 풍력으로 나머지 20퍼센트를 바이오매스로 공급하겠다는 목표였다.
 
국가 차원에서 이와 같은 정책 목표를 공식화한 정부는 덴마크가 세계 최초였다.
 

화석연료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리는 덴마크 올보 시

 
기존 덴마크의 행보를 보면 사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계기로 덴마크는 1980년대 이후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방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 1990년에 수립한 ‘에너지2000’ 계획에서는 2005년까지 석유와 석탄 소비량을 각각 40퍼센트, 45퍼센트씩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확보,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는 덴마크 에너지 정책의 확고한 기조였다. 핵 발전에 대해선 1985년 의회에서 핵에너지 개발을 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했다.
 
2050년까지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은 덴마크 지방정부의 비전으로도 공유되고 있다. 덴마크 네 번째 규모의 도시인 올보 시의 이야기다. 올보 시의 재생에너지 전환 비전의 수립에 참여한 폴 알버그 오스터가드 올보대 지속가능에너지계획학 교수가 8월 한국을 방문해 올보 시 사례를 소개했다. 8월 16일 열린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환경연합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오스터가드 교수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북부에 위치한 인구 13만 명의 도시, 올보(Aalborg). 재생에너지 전환의 출발점은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덴마크의 최대 재생에너지원은 단연 풍력이다. 바이오매스도 중요한 자원이다. 낙농업이 발달한 가운데 현재 가축분뇨의 5퍼센트가 바이오매스로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올보 시에 이미 넓게 구축된 지역난방과 열병합발전소와 연계될 수 있다. 열병합은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하는 에너지 시설로 일반 화력발전소가 40~44퍼센트의 효율을 낸다면, 열병합발전소는 60퍼센트의 높은 효율을 나타낸다. 폐열이나 지열도 상당한 잠재량을 갖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효율화시키는 노력이 우선될 때 의미를 갖는다. 에너지를 값싸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유지한 채 에너지원만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발상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고효율 기기를 장려하고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정책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한국을 찾아 덴마크 올보 시 사례를 소개하는 오스터가드 교수 ⓒ이지언
 
다른 한편, 오스터가드 교수는 전력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난방이나 수송과 같은 부문의 화석연료 소비를 전력으로 대체하는 전력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에 비해 효율이 높은 전기차로의 이동이 대표적이다.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전력 공급의 대부분을 석탄과 원전에 의존하고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원보다 값이 싼 한국의 경우, 전력화 논의에 앞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세제 개편이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이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가기로 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에너지 시스템은 지금보다 복잡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미 40퍼센트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풍력의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출력에 큰 편차를 나타낸다. 바람이 유례없이 강했던 2015년 7월 9일 저녁 덴마크에서 풍력은 전체 전력 수요의 116퍼센트를 생산했다. 일시적으로나마, 현재 규모의 풍력만으로 전체 전력을 공급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바람이 불지 않은 날씨엔 풍력 발전량이 크게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고정된 출력을 유지하는 석탄발전소나 원전과 달리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는 사회는 전력 공급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더욱 중요해진다. 날씨가 좋아서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높을 때 남게 되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출력이 낮은 시간에 공급하는 저장 장치, 그리고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의 쌍방향 소통을 통한 에너지 공급망의 효율화가 재생에너지와 연계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경제에 너무 과중한 부담을 주지않을까?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비싸지 않은가?
 
현재 덴마크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용은 화석연료에 비해 높다. 하지만 오스터가드 교수는 장래에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경제성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화석연료는 연료 구입비의 비중이 높고 탄소세와 같은 세금이 부과되는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투자비가 높지만 다른 비용은 낮기 때문이다.
 
오스터가드 교수는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수입을 위해 중동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지역의 농부와 에너지 사업자에게 이익을 돌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지역이다. 그는 “재생에너지 비전에 대해 지방정부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이것”이라고 말했다.
 

탄소 없는 섬 선언한 제주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선진국이 재생에너지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신에너지 제외)은 1퍼센트 수준으로 매우 낮다. 정부가 2035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목표는 11퍼센트로, 재생에너지정책 의지는 매우 낮다. 반면, 에너지 정책 기조는 미흡한 에너지수요 관리와 원전과 석탄발전의 확대를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화는 지역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제주’ 비전이 그것이다. 2030년까지 모든 전력공급을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서울시, 경기도, 충남도와 공동으로 ‘지역 에너지 전환’을 선언했다. 제주도 비전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100퍼센트 신·재생에너지 전환 비전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제주도는 풍부한 바람 자원으로 유명하다. 현재 제주도 풍력발전은 216MW(메가와트) 규모로, 2014년 제주도 전력소비량의 5.8퍼센트를 풍력으로 공급했다. 55MW의 태양광 발전은 전체 전력소비량의 1.1퍼센트를 생산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을 각각 2350MW와 1411MW로 확대하는 한편 연료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보급해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퍼센트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수송 부문에서도 차량을 모두 전기자동차로 전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제주도는 풍력발전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바람 자원은 제주도민 모두의 것이라는 ‘풍력 자원의 공유화’라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풍력 개발이익을 도민사회에 환원하게 하고, 더 나아가 제주도가 100퍼센트 출자한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설립해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와 사업 추진의 토대를 마련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풍력지구 심의 과정에서 시의회 동의를 의무화하고 중산간과 해안의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에너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제주지역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주환경연합은 “풍력발전사업이 민간기업의 이익실현을 위한 장이 아닌 도민사회의 공익을 달성하고, 나아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터가드 교수도 덴마크에서 풍력발전 사업의 이익 공유화를 위해 주민이 지분을 공동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하라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기조가 유지되고 강화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유예시키고 사회적 충돌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재생에너지를 강조하지만, 사실은 원전과 석탄발전소로 대표되는 대규모 발전소의 ‘보조적 수단’ 정도로 인식하는 태도에 사로잡혀있다.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환의 실현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사례가 늘고 이것이 여러 나라의 정부 정책으로 채택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저탄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우리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한국이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환’을 국가 비전으로 채택하도록 시민들이 지혜를 모을 때다.
 
글 /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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