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골마을에 달이 뜨면

 
서울 상도동 밤골마을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밤골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현재에서 과거로 들어가는 길인 듯 풍경이 달라진다. 미로처럼 이어진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슬레이트 지붕, 우물터, 구멍가게 등 1970년대 드라마 속 풍경 같다. 골목길 뛰어다니는 아이들, 우물터에 모여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빨래하던 아낙들, 구멍가게 평상에 앉아 내기장기를 두는 할아버지, 소주 한 병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뒷모습, 창문에 어른거리는 아이 그림자…….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그 시절 밤골마을의 풍경은 아직 그대로다.
 
마을에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것은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다. 개발과 발전을 부르짖으며 밤골마을 재개발계획이 추진됐고 사람들도 마을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재개발계획이 추진됐다가 엎어졌다가를 반복하면서 마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치됐다. 온기가 사라진 집과 골목길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우범지대로 낙인 찍혔다. 
 
마을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100여 명도 채 남아있지 않지만 이들에게 밤골마을은 이웃들에게 간밤 안부를 묻고 텃밭을 일구며 소박하게 삶을 이어가는 터전이다. 몇 년 전부터는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밤골마을을 보려는 사람들로 마을 골목길이 시끌벅적하다. 
 
그 사이 밤골마을의 재개발계획이 세워졌다. 밤골마을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뉴타운을 위한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란다. 더 이상 갈 곳 없고 힘든 이들은 마을이 사라질까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지고 하얀 달이 떴다. 밤골마을 아래 아파트와 빌딩숲은 달을 집어삼킬 듯 환한 빛을 내뿜고 서 있다. 그 안에서 밤골마을은 여전히 달빛을 받는다. 내일도 또, 비릿한 밤꽃향기 날리는 밤에도 달빛으로 빛나는 마을로 남아있길.
 
 
 
 
 
 
 

글•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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