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읽기] 나무의 수사학 1

나무의 수사학 1


손택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 먹는다는 것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 시집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10) 중에서



이경호 문학평론가, 『상처학교의 시인』 저자 leekh724@hanmail.net 


반어법(irony)’이라고 하는 수사학의  표현법이 있다. 반대로 말하기, 혹은 겉과 속을 다르게 말하는 방법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문학작품이 아니더라도 일상어법에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현실이 복잡하고 마음속을 정직하게 드러내면 손해 보거나 바보 취급을 당하는 인간관계가 이런 언어 사용법을 사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시인은 도시에서 꽃이 피는 것이 반어법이라고 말해본다. 무슨 뜻일까? 자연에 적대적인 도시환경에서는 본래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자연의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해 본 것이다. 그런데 나무가 꽃을 피워냈으니 마음과는 반대의 행동을 한 셈이다. 시인은 시골을 떠나 도시에 살게 된 후로 나무의 그런 태도를 스승으로 삼게 되었다고 말해본다. 그래서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비트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하지만 나무의 꽃피는 행위와 자신의 비틀어 말하기가 같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인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겉과 속이 다르게 말하는 자신의 태도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사람들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나누게 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나무의 꽃 피는 행동은 자연의 생명체들과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적대적인 도시환경에 오히려 활짝 웃어주는 나무의 행동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붕붕거린다는 것,/내성이 생긴 이파리를/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뜯어먹는다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반어법과 나무의 반어법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비밀은 무엇일까? 작품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그 비밀을 밝혀준다. “나무는, 알고 보면/치욕으로 푸르다”. 치욕을 견뎌내는 마음이 그것이다. 나무의 반어법은 치욕을 뜨겁게 견뎌내는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의 반어법이 치욕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차가운 태도를 가진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자세인 셈이다. 

지구 환경은 이렇게 차가운 인간의 마음으로는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오히려 인간과 문명의 적대적인 손길을 견디어낼 수 있는 자연의 치욕스러운, 그러면서도 왕성한 생명력 그것이 어쩌면 지구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4대강 개발사업’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안타깝게 확인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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