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누가 살까요?

ⓒ고대현
 
‘구름 낀 아침이지만, 숲은 분주하다. 살짝 춥다. 숲은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숲 입구 꾸며놓은 자리에 연산홍은 보라, 주황색으로 강렬하다. 아침 햇살이 검은 구름을 뚫고 비춘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되지빠귀, 참새, 박새, 꿩, 쇠박새, 까치, 동고비, 오색딱따구리, 흰배지빠귀, 노랑턱멧새, 큰부리까마귀, 직박구리, 멧비둘기’.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아침 5시 48분부터 한 시간 동안 동네 뒷산을 거닐다 적어놓은 작은 기록입니다. 뒷산을 혼자서 서둘러 오르내리거나, 둘 셋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오르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주변의 새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뒷산을 산책합니다. 
 
‘우리 동네’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생명’ 중에 특별히 ‘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의 동네(洞네)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여러 집이 모여 있는 곳’을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우리’라는 단어가 함께하면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롭습니다. ‘동네’라고 하면 우선, 함께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고 내가 다니는 학교, 식당, 병원, 약국, 슈퍼마켓, 정류장 등이 생각날 것입니다. 주변의 나무나 동물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나의 삶의 공간인 우리 동네가 더 가까워지고 풍부해지는 방법 중 하나인 ‘새’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 동네에 새가 산다

 
 
새는 사람과 달리 포유류가 아닌 조류입니다. 1억5천만 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현재 지구에 1만여 종 이상, 3천억 개체(추정)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새는 몸이 가볍고 깃털을 가지고 있어 사람과 달리 날아다닙니다. 몸이 따스한 정온 동물로 사람보다 조금 더 높은 40~44도의 체온을 가지고 있습니다. 1만여 종 이상이다 보니 조금 낮은 온도, 높은 온도의 다양한 생체온도가 분포합니다. 부리는 사람의 입에 해당하는데 모양과 길이가 다양합니다. 또한 몇 g 되지도 않는 벌새에서부터 10kg이 넘는 앨버트로스, 혹고니 등이 있기도 합니다. 날지 못하지만, 타조는 새이면서 250kg이나 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 기록된 새의 종류는 570여 종이 됩니다. 사계절 동안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습니다. 새에게 서식지로서 우리 동네는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학교, 상업건물, 도로, 지하철(국철), 하천(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등), 큰강, 숲(공원) 등 건물이나 토지이용방법 등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새랑 건물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할까 하시겠지만, 나름 건물 주변에는 풀과 나무가 심겨 있거나 자연스럽게 나고 자랍니다. 건물의 틈새 또한 새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아파트는 보통 여러 건물이 모여서 꽤 큰 규모로 있는 단지 형태의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 조경으로 연못이나 나무, 풀, 소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고, 단지 내에 학교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여건의 서식지에는 꽃이 예쁜 장미과 나무들과 철쭉 등 색깔이 화려한 나무들이 많습니다. 풀도 원예종이 많고요. 아울러 놀이터도 있고 사람들의 이용이 많습니다. 때문에 새들이 서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지만, 그럼에도 참새, 직박구리, 까치, 박새, 딱새, 곤줄박이, 멧비둘기 등 꽤 많은 새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쉽게 관찰이 어렵지만, 둥지를 짓고 번식도 많이 합니다. 나그네새나 여름 철새, 겨울 철새도 아주 가끔 들러 며칠 쉬었다 가기도 합니다. 단지 내 나무 중에 산수유, 벚나무, 매실나무, 자작나무, 감나무, 주목, 측백나무, 팥배나무, 층층나무 등은 곧잘 여러 새의 먹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연못은 새벽이나 한여름에 새들의 목욕통이 되기도 하고요. 
 
도시에는 소공원(근린공원) 및 숲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쉼터 역할을 하는데 새들이 쉬어가거나 번식하거나 생활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경험적으로 1년을 기준으로 50여 종 이상의 새들이 이곳을 이용합니다. 텃새로서 일 년 내내 사는 새들도 있고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새도 있습니다. 여름에 번식을 위해 이곳을 이용하는 되지빠귀, 꾀꼬리, 파랑새, 솔부엉이, 소쩍새 등도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많은 생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새를 많이 알고 구분하지 못해도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다양한 새들이 일 년 동안 우리 동네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내가 사는 집 주변에서 번식도 한다는 사실이 정말 재미있답니다. 번식기 때는 둥지를 관찰하기 어렵지만 태풍이 지나고 낙엽이 지는 겨울이 오면 둥지들이 노출됩니다. 겨울 어느 날, 우리 동네 나무나 주변 풀숲에 둥지 찾기를 해보아도 좋습니다. 관목 덤불에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나 단풍나무 위에 멧비둘기 둥지, 산수유나무에 직박구리 둥지, 아파트 베란다에 황조롱이 둥지, 커다란 은행나무 위에 까치둥지까지 정말 주변에 많은 새가 번식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작년에 시민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함께 공원에 서식하는 조류를 관찰하던 시민들은 이렇게 많은 새가 공원을 이용한다는 부분에 많이 놀라셨다고 합니다. 물론, 관찰되는 새들의 다양성과 종수는 서식지의 특성(안전한 쉼터, 먹을 것, 맑은 물 등)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납니다. 단순한 구성의 서식지(예, 소나무숲)에서 많은 새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우리 동네에 하천이 있다면, 만날 수 있는 새들의 종류나 개체 수는 더 늘어납니다. 물새들이 많아지니까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삑삑도요, 꼬마물떼새, 물총새, 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등 정말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 새 다양성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식지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도 쉼터와 놀이터가 되는 하천도 있어야 좋습니다. 아울러 적당한 안전거리가 확보되어야 새들도 여유롭게 생활할 수가 있겠지요. 비록 우리 동네가 다양한 새들의 서식지를 갖추지 못하더라도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 곳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생태적으로 이해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에 어떤 새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관찰해보고 기록해보면 정말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이 우리 동네에 가져다주는 생명 다양성은 실로 놀랍습니다. 내가 갈아입는 옷으로도 나의 생활이 달라지겠지요. 봄에는 텃새가 번식하고 나그네새가 이동하며 여름 철새가 도착합니다. 대표적으로 박새류(박새, 쇠박새 등), 곤줄박이, 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멧비둘기 등이 있습니다. 도요물떼새는 대표적인 나그네새로 이동합니다. 여름에는 텃새의 번식이 마무리되고 여름 철새가 번식을 시작합니다.  꾀꼬리, 파랑새, 제비가 대표적입니다. 가을에는 텃새가 성장하고 여름 철새와 나그네새가 이동합니다. 늦가을에 겨울 철새가 우리 동네에 도착하지요. 텃새로 눌러 앉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도 있지만 겨울 철새인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 수십 종류의 오리류와 기러기류가 대규모로 도착합니다. 겨울에는 텃새, 겨울 철새의 혹독한 겨울나기가 이루어집니다.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랍니다. 물론 다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수의 새들이 계절을 넘어 우리 동네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동네에 누가 살까요?

 
ⓒ고대현
 
제가 동네 뒷산에서 만나는 새들은 정말 많습니다. 초봄, 늦가을 숲을 넘어 지나가는 V자형의 기러기 무리를 보면서 웃음 짓던 생각이 납니다. 봄날 언덕 넘어 휘파람새의 평화 노래를 들을 때 신비롭습니다. 파랑새의 곡예비행이나 되지빠귀의 아름다운 노래가 귓가에 머뭅니다. 새벽어둠 속에서 호랑지빠귀의 “호오~~호오~~” 소리는 소름이 쫘악 돋기도 합니다. 
 
새는 이른 아침 해 뜰 무렵과 늦은 오후부터 해지기 전까지 노래도 많이 하고 활동도 많이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바쁜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낮 동안 새들을 볼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한 마리 한 마리 보다 보면 번식 끝나고 겨울이 되기 전에 깃털 갈이 한 곱디고운 박새의 모습에 반하실 수 있습니다. 직박구리의 노래, 큰부리까마귀들의 비행, 물까치 무리 활동, 붉은머리오목눈이 무리의 자지러지는 움직임까지도 재미 가득합니다. 
 
우리 동네에 누가 살까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어떤 대답을 하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 이 질문에 조금 더 풍부한 답변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삶에 재미와 웃음이 더해질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분명합니다. 그렇게 오늘 아침도 되지빠귀의 열정적인 노래와 새벽녘 호랑지빠귀의 신비한 음을 들었습니다. 우리 동네(아주 평범한 곳)에 참으로 많은 새가 살고 있습니다. 
 
글 / 고대현 에코샵홀씨(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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