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39] 꽃 한 송이가 피기까지

 
함께 그림책을 공부하는 친구가 읽는 사람을 멈칫하게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곧 인공지능 센서를 단 로봇이 창작까지 할지도 모르는 세상에 그런 책이 팔릴 리 없다고 말했다. 좀 쓸쓸한 일이지 않겠냐고 했더니 친구는 술술 이해되는 책이 어쩐지 어색하단다. 
 
친구의 첫 책이 곧 세상에 나온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선도 악도 불분명하고 모호한 책. 친구의 책은 세상의 속도와 무관한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첫 책을 본 첫 번째 독자로서 말하자면 그 책에 분명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한 송이 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작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인간을 아끼는 연민의 시작임을 말해주는 이야기다.
 
나는 실패했지만, 그 친구라면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곁에서 지켜본 친구이자 동료로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책의 영광스러운 첫 독자로서의 소감에 더 가깝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3년 정도 지났다. 친구는 세상의 속도보다 조금 느리고 늘 어정쩡한 자세로 사는 사람이다. 지독한 천식을 앓고 있어 봄이면 기운이 없다. 꽃과 동물을 사랑하고 걷는 걸 좋아하며 무엇보다 봄을 사랑한다. 천식 때문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사회참여 행사와 환경운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애쓴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넘치는 인정으로 나 같은 친구에게도 따뜻한 우정을 보여준다. 
 
사람에게 각자의 속도가 있듯 책마다 읽히는 속도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로봇이 나온다 해도 이 친구의 마음과 속도를 따라갈 책은 만들기 힘들 것이다. 속도란 정도의 차이보다 각자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니까. 
 
상상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싶었습니다.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작은 꽃 하나를 심는 일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만난 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처마처럼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이따금 동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해경 작가의 말 중에서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