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46] 가족 이야기

석 달 남짓 내가 사는 마을에 있는 학습관에서 ‘다시 쓰고 그리는 가족 이야기’라는 강좌를 진행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였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첫인사하며 ‘가족은 무엇인가?’가 아닌 ‘무엇이 가족이 되는가?’란 질문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혈족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과연 행복과 희망만 노래할까?
 
 
『이상한 정상 가족』이란 책이 나오고 많은 사람이 이 책이 던진 질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짚어가는 것에 멈추지 않고 사회의 역할과 차별이 생활화된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 일인 가정 그리고 성 소수자 가정 등등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사회는 아직도 4인용 식탁 앞에서 웃고 있을 법한 가정의 모습을 ‘보편적’ 혹은 ‘일반적’ 가족이라고 부른다. 이는 혈족 중심의 가족의 형태에 집중하며 동시에 해외입양아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나는 수업을 통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 짚어보고 싶었다. 가족 구성원 중 장애인이 있는 사람, 한부모 가정에서 자식이 받은 편견의 시선,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가정 안의 불합리를 공부했다.
 
다음은 학우들의 글 일부다.
 
“제가 카페에 앉아 있는데 옆에 장애가 있는 아이와 그 아이 엄마가 앉아 있었어요. 아이 엄마가 아이를 앞에 두고 지인에게 전화 통화를 하는 거예요. 통화 내용이 자식이 아파 속이 상하고 팔자가 사납다고 푸념하는 내용인 거예요.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다가 아이도 듣는 귀가 있는데 어쩜 저럴까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쪽지에 ‘아이를 생각해주세요. 상처받습니다.’라고 써서 아이 엄마 테이블에 올려놓고 도망 나왔어요. 제가 가족을 공부하고 달라진 것 같아요.”
 
“외할머니에겐 사위가 없고, 엄마에겐 남편이 없고, 나에겐 아빠가 없다.”
 
가족을 말할 때 결핍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남들은 있는데 나는 없는 것, 결핍이 주는 다름과 차이 그리고 편견과 아픔 또는 정상과 비정상.
 
내 능력 밖의 일이라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수업이다. 마무리라도 잘하고 싶은데 이것마저 능력 밖의 일이다. 핑계를 대고 싶다. 이게 시작이라고. 만날 시작만 하는 반쪽 인생이지만. 그런데도 공부 계속하고 싶다고 말해준 학우들이 고맙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다양한 불빛이 있음을 잊지 말길.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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