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48] 응원

 
남양주시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버스를 타고 산비탈을 내려오는데 절벽을 오르는 산양 떼가 보였다. 신기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보는데 한 마리가 자꾸 미끄러지는 것이 보였다. 
 
가파른 절벽을 미끄러지는 게 정상이지, 싶다가도 미끄러지는 산양이 안쓰러웠다. 자세히 보니 몸집이 작고 털 색이 다른 걸 보아 새끼산양이 아닐까 싶었다.
 
새끼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절벽을 오르는 방법을 배우고 누구보다 더 높이 오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다행이었다. 어린 생명에게 부여된 시간은 가능성과 닿아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늙음이라는 자연현상에는 가능성과 멀어지는 특징이 있다. 서글프고 처연하게도 말이다.
 
얼마 전 계단을 내려가는데 난관을 붙잡아도 힘이 부쳐 중간에 거친 숨을 몰아쉬게 되었다. 오랜 지병 탓에 허벅지 안쪽 근육이 사라지고 내려갈 때 쓰이는 근육이 없으니 다리가 힘에 부친 모양이다. 운동하지 않으면 사람 몸에서 근육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지 내 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느 소설가가 말하길 인간은 오르는 지점보다 착지의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낙하하는 인간에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늙음처럼 중요한 요소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날마다 어딘가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이제 내 몸은 늙음을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다.
 
나는 새로운 시도나 어떤 가능성과 멀어지고 있다. 새해가 오면 새로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도해야 할 텐데 힘에 부치는 순간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시도를 위한 노력도 결심도 한 해가 저물수록 빠르게 시들하다. 
 
나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새해에는 한 가지 결심을 하기로 했다. 나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 안에서 길을 찾자는 것이다. 근사한 착지는 힘들어도 떨어지고 있는 나를 인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눈치 없이 저물기 싫어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싶다.
 
절벽을 오르던 어린 산양에게 보냈던 응원을 이제 늙어가는 나에게 보내주자.
 
늙는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험준한 절벽에서 조금씩 밑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비현실적인 숫자 2020년을 맞이하자.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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