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55] 우리 함께 시소 탈래요?

 
얼마 전, 출판사에서 인터넷 서점에 출간 기념 이벤트를 하면서 ‘이 시대의 작가’라고 날 소개했다. 처음엔 부담스러워서 웃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사실 이 시대의 작가란 상징성에 난 맞지 않는 사람이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 시대의 작가이고 싶다. 시대를 대표하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사는 시대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오늘도 반복되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풍경, 이 모두를 담고 싶은 마음이 있긴 있다. 이 시대의 작가이고 싶다. 저 시대도 아니고 딴 세상도 아니고 내 발이 붙어있는 이곳을 그리고 싶다. 
 
쉽게 희망을 말하거나 공허한 위안으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니까, 쑥스럽지만 앞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말이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단 한 사람에게만 보여 주고 싶은 세상이 있다면, 그것으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한 사람만을 위한 마음으로 다수에게 전하는 책을 만드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다만, 내 눈에만 보이는 풍경과 사람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깊은 슬픔에 잠긴 친구를 위로하다가 내가 얼마나 별 볼 일 없는 사람인지 깨달은 날이 있다. 결국엔 친구 스스로 자기의 생을 묵묵히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내 곁에서 잠시 편안하게 숨을 고르는 친구를 보며 작은 기쁨을 느꼈다. 슬픈 세상에서 사랑만이 구원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이런저런 마음을 담아 쓴 그림책 작가의 말을 다시 읽는다.
 
혼자 놀 수 없는 놀이가 있어.
가볍게 발을 굴러봐.
오르락내리락.
이기는 사람도 없고
지는 사람도 없지.
신기하지?
네가 내려가면
내가 하늘을 볼 수 있어.
너를 위해 내려가는 내가 있지.
때때로 
하늘에 닿을 때도 있고 
땅에 닿을 때도 있어.
내려가면서
언젠가 다시 올라갈 것을 상상해.
네가 있어 볼 수 있는 풍경이 있고
우리가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이 있지.
 
-고정순 『시소』 작가의 말에서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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